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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을까봐 급하게 올립니다~^^


 침 수업을 듣다 문득 푸코가 떠올랐습니다. <임상의학의 탄생>에 나왔던 얘기가 나왔거든요..ㅋㅋ 17세기 이후 시체를 열어보고 관찰하면서 서양 의학은 해부학을 중심으로 발달합니다. 죽은 사람의 몸을 열어보니, 어떤 부위가 썩어있다거나 손상되어있다는 걸 보고 그게 죽음이나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때 태어난 서양의학의 핵심개념이 ‘병소病巢’입니다. 병은 어떤 특정한 부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거니까 그 이상이 있는 부분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거죠. 서양의학은 장부가 문제라는 장부병리학에서 조직병리학으로, 세포로, 유전자로.. 문제가 있는 부위인 ‘병소’를 점점 정밀화하는 쪽으로 발달해갑니다.

 반면에 동양의학에는 ‘병소’개념이 없습니다. 병에 대한 사고방식이 서양과 굉장히 달라요. 병은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며 그 부위만 치료한다고 병이 낫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몸의 병은 문제가 되는 부분뿐만 아니라 그 부위를 둘러싼 내부의 균형이 깨졌을 때 생기는 것. (그러니 예를 들어서 위에 문제가 있으면 위 경락이 흐르는 곳 전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눈이 따끔한 거, 턱관절의 문제, 자궁의 문제까지도 실은 위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요.)그러니 치료를 할 때도 문제가 생긴 곳을 직접 치료할 수도 있지만, 아픈 부위에서 전혀 먼 곳을 치료하는 게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동양의학이 병을 진단하는 이론은 ‘장상학藏象學’이라고 한대요. 장藏 : 감추어진 것과 상象 : 드러난 것을 살펴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동양에서는 사람 몸을 해부하지 않아도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가지고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고, 또 치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니 동양의학은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얻은 앎입니다. 우선 상象은 우리 몸에 흐르는 12개의 경락을 말합니다. 이 경락을 살펴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부(대장, 위, 간, 폐, 신장, 심장..) 중 어디가 문제인가를 판단한 뒤 문제가 있는 경락에 침이나 뜸을 써서 치료를 하게 됩니다.

동양의학의 진단은 ‘정체(整體)’관념에서 출발합니다. ‘정체’란 우리 몸이 스스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래요. 동양의학이 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자꾸만 곱씹어 봐야할 것 같아요. 몸은 따로 노는 부분들의 합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작용합니다. 왜? 몸은 하나의 기, 원기(元氣)로 이루어져있으니까요. 이 원기가 강할수록 치료해내는 능력도 강하다고 합니다.

 또 기는 인간 뿐 아니라 만물을 이루고 있으니, 인간의 몸은 우주와의 연관 속에 있습니다. 12달이 있는 것처럼 12경락이 있고, 365일이 있는 것처럼 365혈자리가 있고요. 동양의학에서 중요한 숫자들을 몇 가지 알려주셨는데요,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원기, 하나의 유기체로 작용.) 2(음양) 3(삼재: 천지인) 4(사상, 사계절, 사방) 5(오행) 6(육기) 8(팔기경) 12(12경락, 12달) 365(365혈자리, 365일). 또 지금 처해있는 환경적인 조건도 병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산다는 이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겐 몸을 상하게 하는 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예기>에는 병에 걸리면 가난한 사람은 방을 바꿔주고, 돈이 되는 사람은 멀리 떠나보라는 구절이 있답니다. 장소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병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요. 예전에 이브에서 읽었던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그러고 보니 감기 걸렸다고 하면 모두에게 동일한 알약을 주는 것과,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조건들을 바꾸려는 치료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사 맞고 약 먹는 것만이 치료가 아니라 생활 속 사소한 것들, 생활습관 하나나 마음습관 하나, 환경적인 조건을 바꾸는 게 동양의학의 치료라고 합니다. 우선은 사소한 습관들을 잘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보아요.


그러면 또 다음 주에..

  • 윤차장 2014.03.22 08:06

    오올~ 재밌다~~ 아픈 게 단순히 몸 어디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듯, 치료도 그러하다는 거겠지. 우리는 몸  마음 환경 다 따로따로 생각하지만 경험상 어디 그런가 뭐. 암튼, 너한테 너의 모든 것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음 좋겠고나~~

    다음주 참이슬도 기대하겠스~^^

  • 2014.03.23 07:29
    참이슬을 기대한다니 왠지 술 기다린다는 말로도 들린다능 ㅋㅋ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필요했던 거 같아요^^
  • 효정 2014.03.22 20:26

    우와 후기 진짜 잘봤어!! 개념들이 쏙쏙 들어오는디!ㅋㅋㅋ

    부디 너와 나의 그리고 우리의 몸이 균형을 되찾아야할텐데...

    료승님////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 2014.03.23 07:34
    효정제자를 거두려면 갈길이 먼디? ㅋㅋ 일단은 비문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다시보니 이게머니.. 이상한 거 궁금한 거 질문해주렴!
  • 신자 2014.03.23 11:36

    난 '정체'라는 개념이 맘에 든다. 스스로 안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우리 료의 안정화를 기대하며!! animate_emoticon%20(39).gif


  • 2014.03.23 14:45
    넵 시간이 꽤 걸릴테니.. 그때까지 오락가락해도 잘 부탁드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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