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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사물> 서문에서 푸코는 보르헤스의 소설 속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 구절인즉 어느 중국 백과사전의 '동물' 항목에서 동물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동물이란 "a) 황제에게 속하는 것, b) 향기로운 것, c) 길들여진 것, d) 식용 젖먹이 돼지, e) 인어, f) 신화에 나오는 것, g) 풀려나 싸대는 개, h)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 i) 미친 듯이 나부대는 것, j) 수없이 많은 것, k) 아주 가느다란 낙타털 붓으로 그린 것, l) 기타, m) 방금 항아리를 깨뜨린 것, n) 멀리 파리처럼 보이는 것" 이 기준은 대체 뭔가 싶은, 산만한 분류입니다. 푸코는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분류법에 빵 터짐과 동시에 기묘함을 느끼고, 여기에서부터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동양의학의 사고 역시 지금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썩 쉽진 않아요. 때로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의 간은 인간의 간에 좋다거나 식물 중에서 열매가 많은 것(오미자)은 아이를 낳는 데 중요한 신장으로 기운이 간다거나, 오행이 다섯인 것처럼 잎이 다섯인 오가피나 인삼은 몸에 매우 좋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과학적으로 어떤 성분이 몇 프로 들어있고, 그게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설명과는 다르지요. 그냥 같은 역할을 하는 장부니까. 같은 모양이니까. 숫자가 같으니까, 효과가 있다. 심플하지요^^

 이번 주는 바로 그것! 동양의학에서는 어떻게 인체와 다섯 가지 기운인 오행(목화토금수), 맛, 색깔 등등이 연결되어있다고 보는지를 배웠습니다. 분류의 큰 기준은 오행(五行)입니다. 동양의학의 선조들은 수많은 실험을 거쳐서 오행을 기준으로 우리 몸의 장부와 얼굴색, 감정 등의 성향, 체액, 먹어서 도움이 되는 과일이나 고기를 분류해냈습니다. 조금 샛길로 빠지면.. 몇 년 전 동사서독에서 회남자를 공부할 때, 시칙時則이라는 편에서도 오행이 아니라 달(月)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굉장히 비슷한 표를 외워야 했습죠. 그때, 이게 대체 서로 정말 관련이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 거지? 미신 아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 달마다 해당하는 별자리, 방위, 숫자, 맛, 냄새, 천자가 입어야하는 옷 색깔이 정해져있었죠. 아.. 옛날얘기구나하고 넘어갔는데 다시 공부하고 보니, 지금 내 몸에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먼저 오행의 상생 · 상극관계을 정리하고 가요. 水生木(수기운이 목기운을 생하고), 金克木(금기운이 목기운을 극한다). 木生火(목기운이 화기운을 생하고), 水克火(수기운이 화기운을 극한다). 火生土(화기운이 토기운을 생하고), 木克土(목기운이 토기운을 극한다). 土生金(토기운이 금기운을 생하고), 火克金(화기운이 금기운을 극한다). 金生水(금기운이 수기운을 생하고), 土克水(토기운이 수기운을 극한다).


 이제 이걸 몸과 연결지어 알아보아요. 목木기운에 해당하는 장부(五臟, 五腑)는 간(경락으로 치자면 족궐음간경)과 담(족소양담경)입니다. 화火에 해당하는 건 심장(수소음심장경 + 수궐음심포경)과 소장(수태양소장경 + 수소양삼초경), 토土에 대항하는 것은 비장(족태음비장경)과 위장(족양명위장경), 금金폐(수태음폐경)와 대장(수양명대장경), 수水에는 신장(족소음신장경)과 방광(족태음방광경)이 해당합니다.


 오행마다 얼굴 색깔(五色)도 다른데요, 해당하는 색깔을 띠면서 윤기가 있으면 건강한 것, 윤기가 없으면 건강하지 못하다는 지표입니다. 목 기운은 푸른靑색입니다. 얼굴이 푸르딩딩하면서 윤기가 없다면 간담 경락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 기운은 붉은赤색입니다. 토 기운은 노란黃색, 금 기운은 흰白색, 수 기운은 검은黑색입니다.

 또 각각에 해당하는 기관(五官)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목 기운은 눈目과 관련되는데, 안경을 쓴다면 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 기운은 혀舌와 관련됩니다. 혓바늘이 나거나 하면 심, 소장의 문제와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 있어요. 또 돌발성 난청의 경우도 화 기운 관련이라고 합니다. 토 기운은 입과 입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금 기운은 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비염이 있다는 건 폐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어요. 수 기운은 귀, 또 대소변 보는 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 다섯 기운은 몸을 이루는 뼈, 살, 피부의 문제(五主)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목 기운은 근육, 막, 인대와 관련이 있고 화 기운은 모세혈관, 토 기운은 살, 금 기운은 피부, 수 기운은 골수와 관련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세를 지나치게 지속하고 있으면 여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五過), 너무 오래 걸으면 목 기운에 해당하는 근육이 상하고, 너무 오래 보면 화 기운에 해당하는 피를 손상하고, 너무 오래 앉으면 토 기운인 살을 상하고, 너무 오래 누워있으면 금 기운인 피부를 상하고,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수 기운인 뼈를 상하게 합니다.

 다음으로 몸의 체액(五液). 목 기운은 눈물, 화 기운은 땀, 토 기운은 군침, 금 기운은 콧물, 수 기운은 침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발에 땀이 많은 경우는 심장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또 특별히 신맛을 잘 못 먹는다거나, 나이가 들면서 간이 자꾸만 짜진다는 것 역시 이렇게 분류해볼 수 있어요.(五味) 동양의학에서는 맛이란 신맛, 단맛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혀(도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가지와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서 혀)와의 상호작용 중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냄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침을 맞으면 일시적으로 식초가 그다지 시지 않은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그날 실험해본 결과 진짜요!) 목 기운은 신맛, 화 기운은 쓴맛, 토 기운은 단맛, 금 기운은 매운맛, 수 기운은 짠맛과 관련이 있는데요, 나이 드시면서 간이 점점 짜게 되는 건 신장 기운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들은 것 중에 가장 재미난 설명이었어요.

 고기 누린내를 참을 수가 없는 것 역시 오행 기운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五香) 목 기운은 고기누린내, 화 기운은 탄내, 토 기운은 향내, 금 기운은 피비린내, 수 기운은 썩은내와 관련 있습니다.

또 각 기운마다 싫어하는 것(五惡)이 있는데요, 목 기운은 바람을, 화 기운은 열을, 토 기운은 습기를, 금 기운은 건조함을, 수 기운은 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각 기운마다 주된 감정, 성향(五志)을 띤다고 봅니다. 이게 또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자연의 다섯가지 기운이 모두 다른 성격을 지닌 것처럼 사람의 성향도 설명할 수 있다니요. 목 기운은 잘 분노하고, 화 기운은 잘 웃고, 토 기운은 생각이 많으며, 금 기운은 우울하고, 수 기운은 겁을 잘 먹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향이 과하면(五過志) 목 기운의 경우 기가 너무 위로 오르고(상기), 화 기운은 기가 지나치게 이완되고, 토 기운은 기가 응결되고, 금 기운은 기가 소멸하고(이게 지나치면 자살로 이른다고), 수 기운은 기가 쳐집니다.(하기)

 이 과함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와 함께 생각하면, 금이 목을 극하니까 슬픔이 지나친 분노를 이길 수 있습니다. 수가 화를 극하니까 두려움이 과한 기쁨을 절제해줄 수 있고, 목이 토를 극하므로 분노가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이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지요. 그리고 토가 수를 극하기에 이성적으로 생각함으로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 (勝志)


 마지막으로 각 기운, 각 장부로 전해지는 열매(五果)와 고기 종류(五畜)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이거이.. 써먹을 만한 정보입니다. 먼저 목 기운, 간에 좋은 것은 자두나 매실과 같은 새콤한 과일, 화 기운 심장에 좋은 건 살구, 토 기운 비위에 좋은 건 해독작용을 해주는 대추, 금 기운 폐에 좋은 건 복숭아, 수 기운 신장에 좋은 건 밤입니다. (신장이 안 좋은 분들, 은영언니~ 밤과 인삼을 같이 넣고 삶아먹으면 그렇게 좋답니다!) 그리고 육류. 목 기운엔 피부에 열을 돌게 하는 개고기, 화 기운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양고기, 토 기운엔 소고기, 금 기운엔 닭고기, 수 기운엔 돼지가 좋은데요, 다만 이 고기들은 모두 새끼를 먹어줘야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수없는 경험을 통해서 얻은 동양의학의 앎과 이를 두루 살필 줄 아는 동양의사의 눈.. 대단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너무 많은 정보에 과부하...

점점 더워져가는데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주에 뵙지요^^

  • 제리 2014.06.16 14:21

    나 고기 누린새 싫어서 고깃국, 소세지..이런거 못 먹었음.. 그래도 요새는 참아 줄 수는 있다... 옛날엔 정말 그 냄새도 못맡아서 토할 거 같았는데.. 나는 목기운이 안 맞는거? 그래도 동사서독에서 배운게 있어 새삼 복기를 하는구나!! 

  • 2014.06.18 11:21
    언니 몸에서도 목 기운에 해당하는 간하고 담 경락 쪽에 문제가 있는 거일텐데.. 좀 괜찮아진 게 몸도 좋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주에 정확히 물어볼게요ㅎㅁㅎ 회남자할 때 쪽지시험 본 게 생각나더라구요. 그게 벌써 언제 일인지..ㅋㅋ
  • 윤차장 2014.06.17 07:13

    밤과 인삼이라굽쇼? 오홀~~ 근데 나의 문제는 총체적이라서리...ㅋㅋ 

  • 2014.06.18 11:24
    요새도 나날이 까맣게 되어가시는 겁니까.. ㅠㅠ
  • 인석 2014.06.23 11:13

     동양의학은 참 쓰임새가 많은 의학인거 같애. 감정으로 다른 감정을 다스린다는 설명이 재미있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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