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미나는 루카치의 논지에서『고리오 영감』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상적 이상주의' 라는 한 유형 안에서 『돈키호테』와 '기사서사문학' 과는 다른 길을 택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존재하고 『고리오 영감』과 같은 여러 노벨레들이 모여 『인간희극』이라는 하나의 통일성을 이룹니다. 루카치에 따르면 발자크의 개별적 소설에서는 총체성을 이루지만 이 소설들이 모여 이룬 『인간희극』전체 에서는 그 총체성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비슷한 소재로서의 통일성을 이룰 수 있을지라도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그 소재의 거대한 통일성과 또 이 통일성에서 오는 내용적 성취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네요. 즉 서사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것은 개개의 이야기일 뿐이고 전체는 짜 맞추어진 것에 불과하여, 수많은 부분이 더 추가되거나 어떤 부분이 빠져도 전체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별 소설에서 극복되었던 추상적 악무한성은 『인간희극』이라는 전체에서는 대립하게 됩니다. (저는 소설『고리오 영감』에서 인물들의 끝없는 사회적 부에 대한 욕망(부르주아적 욕망)이 오히려 삶의 진정성과 본질을 생각하게 하여 추상적 악무한성이 극복된다고 썼는데요, 세미나를 통해 루카치가 말한 것과 제가 생각한 것이 조금 다른 의미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루카치는 계속 어렵네요 ㅜㅡ)

하지만 루카치 이외의 다른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개별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루는 각각의 소설이 이루는『인간희극』이라는 전체의 모습이 그 자체로서 근대적인 인간상과 모습들을 잘 그려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루카치의 언어(?), 표현(?)을 이해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발자크에 대해 평한 "……서사적 내재성으로 가는 전혀 다른 길……" 이었습니다. '서사적 내재성' 이란……. 서로 이야기를 해 보면서 뭉뚱그려 잠적적인 결론을 내려 보았는데 여기 글로 다시 옮기려니 매우 어렵네요. ㅠㅠ (영혼의 협애화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글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은 정리가 안된다는 것이고 이건 그냥 '나는 모른다!' 는...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가 '보트랭'에 관해서 였습니다. 이 보트랭에 관해 중요성을 두고 있었던 분도 있었고 이 소설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분도 있었고, 『소설의 이론』을 읽고 나서 보니 개개의 인물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전체적인 시각에서 글을 읽을 수 있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보트랭을 '투쟁', '저항'의 의미로 보는 분도 계셨는데 여기에서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수경쌤은 이 보트랭과 고리오가 성장소설에서 보이는 선생님격으로도 보인다고도 말하셨어요. 저는 '보트랭'이라는 인물이 여러번 등장하고 꽤 많은 비중이 있기 때문에 막연히 중요한 인물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세 번째는 소설 속에 꽤 여러번 쓰였던 단어 '숭고성'이란 단어에 대해서 였습니다. 부르주아적 욕망에 휩싸인 인물들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단어가 -라스티냐크의 입을 빌려서- 대체 왜 쓰였을까?

라스티냐크는 이 '숭고하다' 는 단어를 고리오 영감과 뉘싱겐 부인에게 썼었는데요, 라스티냐크의 시각에서는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와 뉘싱겐 부인의 애정이 숭고하게 보였던 것일까? 이 숭고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떤 방향성도 찾지 못한 채 결론 짓지 못하고 있다가 태람쌤의 우연한 발견(?)으로 -책 뒤의 역자의 평을 보시고- 고리오의 부성애가 그리스도적 부성애로 보여질 수 있고, 이것이 숭고성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관점의 역자 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고리오의 딸들에 대한 부성애 자체가 근대의 부르주아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말씀해 주셨어요.)

 네 번째는 '소설의 주인공은 고리오인가, 라스티냐크 인가?' 입니다.

소설『고리오 영감』 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고리오' 보다는 '라스티냐크'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것은 라스티냐크의 시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쓰여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고리오 영감이 주인공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 과제를 지난 주에도 했었습니다. 그런데『소설의 이론』논지에서 벗어나『고리오 영감』의 텍스트 만으로 분석한 게 많아서 이번 주에 아예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지난 주 페이퍼를 쓰면서 저는 고리오와 라스티냐크를 한 인물로 동일시 하였습니다. 고리오는 전 제면업자로 노동자 출신이었고 라스티냐크는 가난하지만 원래는 귀족출신으로 그 시작과 출신성분은 다르지만 '부르주아적 욕망'의 추동 원리는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같고, 고리오의 쇠락과 라스티냐크의 상승욕구를 대비시켜서 두 인물이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끝에서 고리오의 죽음으로 가족들에게 조차 소외되는 인간성과 도덕의 타락이라는 점에서 '부르주아적 욕망' 의 멸망의 한 가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주, 제 시점에서는 고리오의 죽음은 부르주아적 욕망의 끝을 보여주면서 라스티냐크의 끝 모습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고리오의 죽음은 라스티냐크의 욕망의 끝이 되고 라스티냐크가 뉘싱겐 집으로 향하는 것은 고리오의 젊을 적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시작과 끝을 결론에서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끝이 제일 중요하다는 막연한 제 생각에서 ;; 주인공은 당연히 고리오 영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라스티냐크가 주인공일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나도 단편적으로 단순하게 소설을 파악했었다는 것을 다섯 번째 주제, 라스티냐크의 결론이었던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다." 라는 라스티냐크의 말과 '뉘싱겐 부인의 집을 향하는 라스티냐크' 에서 많이 깨달았습니다.

 작가가 마지막에서 라스티냐크의 "나와 파리의 대결" 이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그리고 나서 뉘싱겐 부인의 집으로 향하는 모호한 결론을 내려서 -저는 라스티냐크가 완전히 욕망의 끝을 향해 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만, (그야 전 보트랭이든 고리오든 라스티냐크든 누구든 욕망에 휩쓸리는 그저 하나의 욕망덩어리로만 생각했었으니까요 ;;;) -다른 쌤들은 젊은이로서 사회에 대한 대결의지냐, 어떤 투쟁의 의지를 내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견지를 내보이셨습니다. (투쟁, 저항……. 전 이런거 생각해 본 적도 없음 ㅜㅜ)

 이번 시간에도 역시나 루카치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루카치가 말하는 '총체성'과 '통일성', '서사적 내재성' 은 저로서는 여기에서 건드릴 수 없네요(덧붙여 루카치의 논지에서 '고리오 영감' 의 후기를 작성한 것 같지도 않아요. 헐;). 그래서『고리오 영감』에 대한 주요 논쟁들만 이렇게 살짝 올립니다.

여러 쌤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제가 너무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 주도 반성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겠습니다.

-수경 쌤이 <문학동네> 에서 나온 '프랑코 모레티'의『세상의 이치』를 참고도서로서 추천해 주셨었어요.

  • 수경 2013.10.07 15:12

    루카치와 다르게 <인간희극>의 의의를 말한, 저 '이름 모르겠는 평론가'가 바로 프랑코 모레티야ㅋㅋ / 보트랭과 고리오가 라스티냐크가 통과하는 스승 같은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발자크가 그리는 부르주아 욕망의 화신들의 개별적 유형들 같다는 점도 재미있었다는. / 이전 서사문학과 달리 인간의 행위가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인물들 각각이 유사한 정신구조이면서 상이한 사상들을 가지고 '전적으로 인간세계' 안에서 부딪히며 혼잡을 이루는 것이 발자크 소설의 특징이라는 거. 여기서 루카치가 말한 서사적 내재성을 유추해보자구나. 앞으로 잊지말고 계속 가져가야 할 개념어가 너무도 많구나 >.< 

  • 태람 2013.10.08 07:27

    오~~후기 쓰느라 고생했네 ^^ <감정 교육>읽으면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 영은 2013.10.10 09:01

    오~ 성실한 후길세!! 근데 자꾸 바뀌는 아이디 이름들이 궁금하네. 이번에는 세경인겨? 

  • 세경 2013.10.10 13:19

    앞으로 아이디는 계속 '세경' 으로 쓸게요.. 제가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혼자서는 .. 그냥 읽지 않았겠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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