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과 영원-푸코, 라캉, 르장드르
갑자기 펼쳐지는 허공. 천정. 다시 저녁이다. 밤이 아니라면 저녁이겠지. 불사의 해가 다시 지고 있다. 한편에는 타다 남은 불. 다른 한편에는 재.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끝없는 승부.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뮤엘 베케트
서문은 대개 최후에 쓰인다. 기묘한 일이다. 결론이 나고서도 또 그 뒤에 오는 것이 가장 처음에 읽힌다니. 지금 이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아닐까?. 이것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이것을 쓰고 있는 필자에 있어서도.
책을 쓴다는 것은, 책을 쓰는 그 시간의 정처 없음을 견디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저것 모아놓은 것이 아닌, 일관된 책을 쓰는 것이라면. 그렇다,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방식으로 쓴다면, 그것은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략의 계획이 있고, 오랫동안 쌓인 노트도 있고, 자료도 충분히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연성에 몸을 내던지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것과 알 리 없는 것들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어리둥절해한다. 깊이 망연자실하는 것이다. 건망과 편집광적인 기억이 (잔물결 치듯) 나즈막히 고동쳐서 하루하루를 혼탁하게 하여 괴로워진다. 자신의 몸도 정신도 아닌 그사이, 구분을 허용하는 어딘가에, 조금씩 스며드는 잉크로 문신을 새기고, 그리고 그 문양을 모르는 나를 보고 경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