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시리즈를 쭉 들어오시던 대부분 선생님들과 다르게 저는 감사하게 주어진 기회에 중간에 불쑥 나타나서 6강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철학은 항상 뭐랄까, 참 익숙치 않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 몰라도 상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강의는 그런 제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철학 강의였습니다. 예전에 철학을 전공하는 제 친구에게 "철학은 인생을 잘 살려고 공부하는거야?" 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잘 죽으려고 하는 거야."라고 대답 했던 게 생각나네요. 그때부터 줄곧 제게 철학은 그런것이라고 각인되왔어요. 잘 죽으려고 하는 것. 그 친구가 말하던 것이 에피쿠로스 학파가 바라보던 죽음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은 생성하고 소멸한다. 나도 생성했으니 소멸한다. 모두 알지만 모르며 사는 이 당연한 사실을 다시 환기시킬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해 자각하며 사는 것이 삶에 대한 집착/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 놓게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마치 치과에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지만 항상 무서운 것 처럼요^^;
다른 부분도 좋았지만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원자론이었습니다. 저는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주로 말 그대로 지구와 그 안의 생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배웁니다. 원자론을 듣는 내내 제가 배웠던 정말 많은 것들이 생각났답니다. 특히 진화론이 그런것인데요. 만약 정말로 새가 공룡으로부터 비롯 된 것이라면, 새는 수많은 공룡들이 번식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원자차원의 편위 ('공룡 DNA 복제의 돌연변이'정도가 되려나?)의 결과인 셈인 것이고 그 편위는 물론 무의식적 차원의 것이었을 테죠. 공룡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마 우리 인간 스스로에게도 매 순간 이 무의식적 차원의 변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생명 뿐 아니라 광물이나 암석, 더 나아가 자연현상들도 원자론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어요. (사실은 제가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 이론보다 더 그럴듯한것같아요)
마지막으로, 모두들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후기를 쓰기 전에, 다른 분들이 미리 쓰신 후기를 죽 읽어 보았는데, 단어 선택부터 시작하여 생각을 풀어내는 지적인 문체까지.. 나와는 너무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후기 쓰기가 사실은 굉장히 부담이 되었어요. 쓴다고 써 보았는데 역시 많이 부족하네요. 이번주는 아쉽게도 못 뵐것 같지만 다음주 일요일 강의때 다시 뵐께요, 저도 여러분이 계신 고차원의 세계에 한걸음 다가가길 바라며..!
왜 우리가 다른 차원에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요~ 그닥 다를 게 없는 것을. ^^;; 암튼, 만나서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