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9 13:36

미술특강 6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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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후기가 늦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지난 미술 수업의 생생함은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화가들의 창작활동은 철학함과 동일한 느낌이라 경탄할 만큼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6강 후기 : 모순의 짜릿함, 역설의 통쾌함 : 에셔 & 마그리트

무한한 상상력을 표현해 내기에 화가에게 가로×세로 캔버스는 얼마나 좁았을까? 공간을 사유한 화가들의 고뇌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의 세계 아니 그들이 상상한 무한의 세계를 위해 얼마나 공간에 대해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가를.


14,5세기 르네상스시기 비약적으로 도입된 원근법과 투시도법은 회화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공간의 무한하고 연속적인 속성을 분석하여 우리 시각을 과학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는 예술가에게 현실 세계의 고정된 도식은 뿌리치고 버려야할 구속과 같은 것. 인상파 터너와 마네는 500년 동안 유지되었던 투시도법을 파괴하며 길들여진 시선을 낯설게 만들기 시작했다. 바타유 표현으로 ‘시각적 폭력성’이라 한다. 잔말 말고 나의 화면을 봐! 그리고 상상해! 화가들은 자유를 찾아 전통과 단절하고 풍속화를 비틀어 충격을 주었다.


에셔. 이 사람 수학자인감? 그의 주도면밀한 평면분할 작품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질서정연한 수학적 법칙이 이 세계를 구축해왔음을 굳건히 믿은 화가. 이차원과 삼차원, 평면과 공간을 결합시키고, 중력을 무시하며 뒤죽박죽과 모순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견고하게 무장된 우리의 일상적 시선을 농락하기도 한다. ‘형태의 탄생과 변형’은 공간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결정된 세계에서 미결정된 세계가, 분화되지 않은 세계에서 분화된 세계로의 이행이다. 이렇게 세계는 공간 속에서 서로 뒤엉킨 채 창조되고 사라진다. 화면은 유한하나 그의 표현은 무한히 확장된 채 공간을 떠돈다. 자연의 모든 것은 상호적 관계를 통해 변화되고 균형을 유지한다는 화가의 철학이 가슴 뭉클했다. 세계의 혼돈과 모순마저도 아름다운 질서와 균형으로 품어 안은 넉넉하고 따뜻함!

“우리가 공간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실재하는가? 그것은 볼 수 있는가? 그것은 만질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경계와 표지들만 볼 수 있을 뿐이고 알 수 있을 뿐이라는 것. 공간은 측량할 수 없는 불가사의로 유지된다.” 채운샘 강의노트


그림 속의 공간은 바로 허구의 표현이다. 외부와 내부라는 구분도 없고, 중심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다. 모순된 공간은 실재하지 않지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경험하는 것, 경험할 수 없지만 감지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회화의 공간. 보이는 형태와 앎이라는 관계 속에서 실재의 공간과 회화의 공간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이렇듯 예술이 철학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놀랍다. 진리값이 존재하지 않는 표상들에 걸려 늘 넘어지는 우리들의 현주소를 회화를 통해 마주하게 될 줄이야!

한밤 암흑 속에서 그의 고뇌를 창조해 나간다는 에셔. 감각이 차이를 감지할 때 삶이 가능하다는 에셔.@@



“회화의 기능은 詩情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지, 세상을 수많은 물질적인 측면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마그리트는 숨바꼭질을 하는 시인 같다. 프레임에 대한 질문을 한다. 무엇이 대상이고 무엇이 그림일까. 열린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가 그림일까 자연일까. 정말 작품에 부딪혀 당혹하는 순간 상징성을 찾는다. 나의 상식을 총동원해서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작가의 세계와 작품을 분석하여 애쓴 적이 많았다. 마치 식민지 시의 ‘님’= 조국 공식처럼. 지시함을 찾지 말고, 익숙한 눈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의 의미부여에 제동을 걸고, 모순이 느껴지는 기묘함을 느껴보라는 마그리트. 공존할 수 없는 것이 공존하는 순간 우리 언어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효과들. 그 자체만을 바라보며 신비한 체험을 거부하지 않는 것. 통념적 느낌과 싸우며 배워가는 것. 몸에 붙은 관성과 싸워야 하는 일인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왜 이미지로 실재를 주장하는지 문제제기를 한다. 이미지는 단지 관념일 뿐인데......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던가.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세상이 단지 정신적 표현으로 우리 내부에서 경험되는 것일지라도 우리는 세상을 외부의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나는 마그리트를 따라가다 보면 분열증이 걸리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엉 이것도 그림인거야?’싶은 뜬금없는 소재들의 부조화는 닮음에 대한 관념을 비트는 실험이었으며, 그가 그림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의 배반은 나에게 통쾌함으로 전달되었다. 마그리트는 마치 선동하는 시인처럼 고정된 앎에서 벗어나기를 권한다.

너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실제의 그림자이며 생생함은 우리 내면의 시정일 지도 모른다는 마그리트의 역설은 통쾌함을 준다. 있지만 있지 않은 것,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지만 그릴 수 있는 것을 향해 문제제기한 화가는 시대를 온전히 사유한 사상가나 철학가와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인 연관성도 없고, 필연성도 없는 묘한 결합을 통해 고정관념의 견고함을 깨부수고 새로운 가능성을 묻는다.


“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매혹의 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온 몸을 던져 불태울 수 있는 매혹의 힘이라....... 마그리트의 시적 정취와 신비로움에서 되돌아오니 일상의 자질구레함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다. 이 일상을 어떻게 매혹적으로 바꿀 것인가.


  역설의 통쾌함을 마음껏 즐기며 회화시간을 아쉽게 마치게 됐다는, 아쉬움에 쓰기로 한 후기가 더욱 아쉬움을 낳는다는.@@   모두들 10월 클레 수업에서 다시 만나요~

  • 신자 2014.09.10 12:05

    ㅎㅎ 많이 걱정하시더니~

    쌤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수고하셨어욤^^

    이 열정을 다음 클레까지~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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