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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까지를 대상으로 약 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고씽 서양철학 1탄의 4강의 제목은 ‘세계의 생성과 인간의 삶’이였습니다. 부제는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일과 날>이고요. 헤시오도스, 낯선 이름입니다. 헤시오도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폴로도로스,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등 처음 듣는 이름이 많습니다.

헤시오도스는 호메로스가 음유시인 집단의 가장 뛰어난 가수로 추정되는 것과는 달리 아무런 배경도 없는 시골 출신의 목동으로서 어느 날 무사여신들로부터 계시를 받아 재능에 눈 떠 이런 작품들을 남기게 된 기원전 8세기의 시인이라고 합니다.

‘신들의 계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헤시오도스는 신화를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세계의 생성을 신들과 신적 힘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일과 날’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무대로 하고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종래 서사시부터 구분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보통 신화는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나는 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스 신화는 태초에 카오스가 있다고 합니다. 카오스의 어원은 ‘열리다’, ‘벌어지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구멍, 허공, 빈터 등을 의미하는데 무엇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빈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 빈 공간은 무(無)와도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어떤 것의 생성의 조건을 사유하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코스모스는 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카오스로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코스모스는 언제나 카오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잠재적 위협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요청되는데 그 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끔찍한 전투가 필요하고 신들의 전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전투는 제우스 신의로의 권력 집중화가 되고 나서야 마무리되는데 인간사의 국가의 왕의 탄생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신들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동양과 차이나는 것 중 하나가 아버지와 아들 관계입니다.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이 삼대는 부자지간임에도 불구하고 폭력(거세와 감금)을 통해 아들이 아버지의 권력을 뺏는 관계가 되풀이 되는데 이는 뒤에 온 것이 앞에 온 것을 잡아먹는다는 시간에 대한 비극적인 사유를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부자지간도 포함하여 그리스 신화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폭력적인 과정이 나타나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황제(黃帝)의 집권과정 뿐 아니라 요-순-우로 이어지는 것과 같이 권력이 투쟁이 아니라 선양되는 것으로 미화해서 나타난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의 신화는 교훈적입니다. 순임금 이야기는 순의 친아버지가 계모와 작당해 순을 죽이려고 하는 잔혹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부모께 효도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효자의 이야기이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 그리스 신화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너무 낯부끄러운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교훈이나 지배층들이 하는 일은 결국 다 저렇다는 실상을 인식하는 것 등의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청나라 말 유학자 강유위는 대동서에서 서양사회에서 가족들의 유대가 적은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여겨 부러워합니다. 작게는 가족, 넓게는 가문의 일들에 매여 그 너머 공적인 사회부분의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한 참 밀려 정의, 평등 등 개혁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기 힘들었던 중국의 현실을 본 것이지요.

제우스는 인간사를 판정하는 심판자로 인간세계와 관계 맺습니다. 이 심판자로서의 이미지가 남아 예수의 초기 그림에서 예수를 심판자의 상징인 제우스로 그렸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비록 사적으로는 여색을 탐하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공적인 일에 있어서는 사사로움이 없는 공정한 군주로서 부각됩니다. 헤시오도스의 시대까지는 정의가 왕의 특권에만 맡겨진 시대였고 그 이후 솔론의 시대에서는 군주의 인간됨됨에 정의가 맡겨지는 불안정함을 해결하려는 인간의 지혜가 법의 도입을 통해 시도됩니다.

‘일과 날’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주이지만 여전히 신들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들에게 처음으로 불을 준 신은 불씨를 훔쳐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라 제우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우스가 준 불은 풍요를 뜻하는 불이였고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는 더 이상 풍요의 불이 아닌 문명을 상징하는 불이라고 합니다. 인간을 어둠으로부터 밝혀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오히려 인간을 얽매는 파멸로서의 불로도 작용합니다. 불을 훔친 것을 안 제우스는 인간에게 고통을 줄 목적으로 인류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빚어 보내는데 이 판도라가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 모든 악들이 사방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여자는 남편의 재산을 털어먹는 위장인 동시에 자식을 낳아 남편의 인생을 연장시키는 존재로 나오는데 아마 이때부터 남자들의 고통은 시작되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여자가 없이 혼자 쓸쓸히 마감하는 인생도 말년에 그 재산을 결국 친척들이 다 뜯어가니 그닥 나은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일과 날’ 뒷부분에는 황금종족에서 철기종족에 이르는 인류의 시대에 대한 중요한 묘사가 있습니다. 강의 후 ‘일과 날’은 ‘신들의 계보’보다 좀 미진한 느낌이 들었는데 5강에서 다시 상세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신화시대도 인간들이 살던 시대이고 인간들이 빚어내는 희극과 비극이 어디 가겠냐마는 삶의 조건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단순해 보입니다. 살면서 닥치는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힘들 때 오히려 이런 단순함을 통해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기 늦어 죄송합니다.

  • 효정 2014.03.10 15:40

    완수쌤의 후기 기다렸어요~~

    강유위가 서양의 가족간의 유대가 적은 것을 부러워했었군요. 대동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강유위가 할법한 생각이네요ㅎㅎ

    어쩌면 정말 낯부끄러운 콩가루집안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동양신화보다 그리스신화를 더 재밌게 여기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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