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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봄인가 봅니다. 옷도 좀 가벼운 것으로 입고 목도리도 슬쩍 풀렀는데 괜찮네요. ^^

1월에 시작한 스피노자 강의도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낯선 글쓰기 형식과 용어에 당황하고 주눅들었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요. ^^;;  

 속속들이 합리주의자인 스피노자는 인간의 무지를 일깨우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위는 인식하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합니다. 욕망하면서 왜 그것을 원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그 '대상'에만 주목합니다. 쇼핑중독에 빠진 사람이 물건을 사제끼면서 자기는 자기 의지로 물건을 고르고 사고 있다며 자유롭다고 말합니다만, 스피노자는 그런 걸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지를 관념 위에 따로 존재하는 정신작용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유에 대해서는 앞으로 선생님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죠. 세미나 하면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자유가 대체 뭘까 몹시 궁금했거든요. 

 강의 시간에 잠깐 언급하시긴 했는데 스피노자 인식론, 윤리학의 목표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떻게 능동적인 존재가 될 것인가"라고 합니다. 수동적이라는 건 외부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말합니다. 습관적 인식, 무비판적인 사회 통념의 수용, 권위에는 복종... 우리는 별로 생각 안 합니다. 별로가 아니라 거의 안 하고 살죠. - -;; 그냥 주어지는대로 인식하고 행동합니다. 이런 수동성에서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인 인간이 될 것인가. 

 그런 능동의 차원에서 '관념'이 스피노자에 의해 새롭게 정의됩니다. 관념은 수동적 표상이 아니라 활동, 행위, 작용이다! 이게 재밌습니다. 대상과 만나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 관념을 "도판 위의 그림들"이 아니라 '활동'으로 이해하라는 겁니다. 관념은 그 자체에 이미 긍정 부정의 힘을 갖고 있다네요. 저기 있는 동그랗고 빨간 것을 '사과'로 지각했다는 것은 사과를 긍정한 것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관념 자체에 판단이 들어가 있다고 스피노자는 생각했고 그래서 긍정하고 부정하는 의지의 판단 능력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관념이 표상이 아니고 활동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는 계속 곱씹어 봐야할 듯 합니다. 에티카 읽다가 관념에 대한 스피노자의 생각에 전 좀 놀랬어요. 가장 인상적이기도 했구요. 활동으로서의 관념. 여기에서 정신의 능동성이 도출될 수 있는 거겠죠.

  자신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혹은 뭐든 좀 아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은 외부 대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 또한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것이 스피노자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신이 외부 물체를 인식하는 길은 외부 물체가 변용시킨 결과인 우리 몸의 상태를 통하는 길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날씨가 춥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우리 몸에 소름이 돋거나, 입에서 입김이 나오거나, 오들오들 떨리거나 이런 걸로 알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즉 외부에 의해서 변용에 신체의 흔적을 통해서. 그래서 왜곡되고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인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대상 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 자신의 정신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왜곡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정신의 자동성'이라는 현상에 의해서 이렇게 인식된 것은 새로운 변용이 주어지기 전까지 계속 됩다는 겁니다. 항상 그 정도의 신체적 경험을 '추위'라고 인식하는 거죠. 영하 50도쯤 되는 살인적인 날씨를 경험해야  '추위'라는 기존의 인식이 달라질 겁니다. 물리학의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 정신도 한번 무엇을 인식하면 그 방식대로 쭉 가지만, 변용을 통해 새로운 지각이 일어나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목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스피노자를 공부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변용을 주려는 거죠.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물론 이게 강의 좀 듣는다고 홀랑 바뀌지는 않지만요. ^^;; 

 푸코를 읽으면서도 그렇지만 스피노자를 읽으면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생각'이란 것을 해 봤는가. 정말 부끄러울만큼 깊이가 없더군요.  - -;; 그것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몹시도.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왜 선입견을 버리지 않는가. 왜 생각하지 않는가. "무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가슴을 치는 말입니다. 강의가 끝날 때쯤 더 많은 질문과 더 많은 생각들이 남겨졌으면 좋겠네요, 진정으로~

  • 2014.02.14 11:11

    역쉬 윤차장님! 광속 후기 감사요^^(샨티! 후기 부탁해욤^_^)

    무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씁쓸하지만 진짜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이..

  • 동하 2014.02.17 08:32

    관념이 수동적 표상이라기 보다 신체의 변용을 통한 활동이라는 것. 그래서 부분적인 인식일 수 밖에 없고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흠.. 푸코에서도 스피노자 에서도..

    무엇을 알고 있는가? 참.. 어렵습니다.

  • jerry 2014.02.19 00:25

    인간은 무지해서 행복하다고 여기는 거 같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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