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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죄송하여요!

 

진태원 선생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얼굴의 스피노자 중 어떤 것이 그의 진찌 모습인가 하는 문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가 스피노자라는 뜻밖의 말씀으로부터,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로 잘못 알려진 스피노자(루터킹의 얘기라는^^), 그리고 범신론자로서의 스피노자까지. 모두 오해 속의 스피노자임이 분명한 듯합니다. 선생님 말씀마따나 스피노자는 한번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 적이 없고 누군가의 해석과 재구성을 통해 계속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겠지요.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완성이 없고 열려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스피노자라는 사람의 삶이나 사상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피노자는  '무한한 방식으로 무한하게 생산하는' 것이 실체라고 에티카에서 분명히 서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것이 진보적이고 정치적이며 실천적인 그의 철학의 어떤 중요한 지점일텐데) 그의 실체는 너무나 완벽해서 전혀 운동하지 않는 존재로 오랫동안 규정되어 왔고, (2차대전 이전의 그의  철학에 대한 성과를 증명할만한 사람들이 전쟁 중에 모두 깜쪽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1968년 경이 되어서야 게루와 들뢰즈, 마뜨롱 같은 사람들의 중요한 저작이 동시에 쏟아져나오면서 비로소 스피노자 철학의 새지평이 구성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 세 사람뿐 아니라 네그리나 그의 저작의 번역에 관련한 재미나고 상세한 얘기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스피노자는 종교적 탄압을 피해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유대인의 후손으로서, 당시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해방구같은 곳이었던 네덜란드의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 전통적인 유대교육을 받으면서 20세경까지 성장합니다. 스승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만큼 총명했던 그는 성장하면서 반덴 옏덴 같은 자유주의자들의 사상을 접하였고 인격적 신이나 영혼불멸 같은 유대교의 교의 자체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지요.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업을 물려받아 세상과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인식의 지평이 더욱 확대되었고 ,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공공연히 주장하게 되자 회유와 협작을 거쳐 마침내 엄청난 저주와 더불어 교회와 공동체로부터 파문을 당하기에 이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누울 때나 앉을 때나 저주를 받으라는' 이 끔찍한 파문은 제가 읽기에만도 섬뜻하던데,  스피노자는  이 사건을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자기의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로 여깁니다. 그때부터  광학렌즈를 깎는 기술자(이 또한 그의 사유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하이델부르그 대학의 교수자리도 거절하고,  폐결핵으로 숨질 때까지 철학자의 길을 꿋꿋이  걸어갑니다.

불과 45세로 마감한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는 지성개선론(미완)과 신학정치론, 에티카, 그리고 정치학논고(미완) 같은 중요한 저작들을 저술했습니다. 하지만 남의 철학에 대한 해설서(데카르트 철학원리) 한 권만을 오직 자기의 이름으로 출판할 수 있었고, 정말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것들은 한 권도 자신의 이름으로 낼 수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가 그가 쓴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스피노자의 철학이 어떠한 것인지, 당시에 얼마나 불온한 사상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또 어떤 철학자도 자신의 모든 철학을 단 한 권의  책에 담지는 못했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네요.  우리가 공부하게 될 에티카는 그처럼 대단한 책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스피노자가 자기 삶에 닥친 그 모든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것을 통해서' 나아갔다는 것!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에티카를 만나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에티카라는 것 자체가 그 모든 문제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관한 텍스트이기 때문이지요.

한마디로 에티카는 '욕망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이다, 그 하나의 힌트로 potentia라는 것은 우리가 현재 드러내 보이고 있는 모든 행동으로서의 의지 자체가 곧 potentia(역량이나 힘)의 표현 그 자체다, 어떤 잠재성으로서의 숨겨진 능력(potestas)같은 것은 없다 -- 는 말씀으로 첫번째 시간은 끝났습니다.  열 번의 강의로 다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며 에티카의 세계라는....  

 

  • 2014.01.16 11:01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욕망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귀가 번쩍했어요. 남은 아홉번 강의가 기대됩니다^^ 간식에 후기까지 감사해요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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