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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규문 간지도 벌써 3주, 3강이 끝났네요!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키기는 힘들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느끼는 한적한 동네 분위기, 멀리 보이는 위풍당당한 인왕산 자락의 매력에 강의 가는 길은 아주 산뜻하고 좋아요~ 거창하게 서양의 철학, 문학이랄 것도 없이, 어떤 작품이든 읽고 이해하는 데 있어 그 기원인 그리스 시대 작품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하면서 또 홈피의 강의 프리뷰에 고무되어 고고씽 강좌의 여정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아직 오딧세이아까지 밖에 다루진 않았지만, 일리아스-오딧세이아-그리고 담주에 읽을 헤시오도스까지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지점들을 보는게 쏠쏠하네요...ㅋㅋ


 그 옛날, 그리스인들이 이 세계에 대해 품었던 질문들은 일리아스의 세계에선 신과 영웅을 낳았지만 오딧세이아의 세계에선 영웅적 인간의 면모를 찾아볼 수가 없죠.. 운명이 위로가 안 되는 인간(ㅜㅜ). 전쟁 후 살아남은 자의 귀향길이라는 설정이 더욱더 그 점을 부각시켜 주는 것 같아요. 지난한 전쟁 끝에 이겼지만, 살아남은 자가 마주할 삶의 풍랑은 전쟁보다 더 지난했다... 그런데 그 인고의 세월을 지나 도착한 고향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면.. 이게 대체 뭔가! 오딧세우스적 인간은 일리아스처럼 이런 운명에 지극히 순응하고 명예롭게 죽기보다는, 되돌아보고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오딧세우스가 그가 마주한 현실, 헤카베, 전쟁 등에 대해 묻고, 공감하고, 탄식하고, 눈물 흘렸던 것처럼요. 이런 운명에 대해 신 탓으론 이제 부족해서 이젠 나의 어리석음 탓이라는 반성적 모습도 보이고요.

운명에 순응한다는 게 말이 쉽지... 특히 죽음에 처하게 될 때요. (그래비티로 그것을 간접경험해봤는데, 보는 내내 몸서리가 쳐지더라구요...) 하지만 이 운명에 마냥 슬퍼할 새도 없이 하루는 또 다시 시작되고, 우리는 참고 견딜 뿐이고!


 오딧세우스를 통해 ‘이야기’를 얘기한 것도 재밌었어요. 소설들을 눈빠지고 코빠지게 재밌게 읽을 때를 다시 생각해보니까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또 오딧세우스의 이야기도 자기 경험을 기억하려고 하는 사명감 내지는 욕망으로부터 나왔잖아요. 그런 면에서 외부를 경험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망은 정말 원초적인 것 같아요. 동시에 그 욕망엔 ‘나’의 인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 또한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오딧세우스의 달콤하지는 않은 모험이야기에 은유로써 잘 드러나네요. (여기서 타자와 부대끼며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생명의 본질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우리의 ‘나’라는 인식이 이 몸뚱아리 하나에 갇혀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네요. 우리는 타자를 통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타자성을 체험할 운명인데.)그리스인들의 삶에 대한 통찰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이런 해석들을 의도하고 쓴 것인지... 한 이야기 안에 어떻게 삶에 대한 이런 수많은 은유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야기=삶이니까 가능하겠죠?


 또, 그리스의 공동체적 인간의 모습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와 환대가 중요한 정치적 덕목이었다는 점은 지금 우리가 ‘정치’라고 부르는 것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죠. 우린 왠지 정치, 하면 무슨 정책 나오고 삼권분립 나오는 등 체제의 구성에 주목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리스의 정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경험이 공동의 경험이 되게 하는 것처럼요. 이것은 또 일상을 사는 노하우로 연결이 되죠. 지금의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돌보고 있는지. 또 이방인에게 조건없는 환대를 베풀어주는 것. 이것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암튼 오딧세우스를 살아 돌아오게 하고 공동체를 복구할 수 있게 했다면, 중요한 것이겠죠? 무조건적으로 환대해 줄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수련이 된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게, 상대방이 나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점도 내려놓고 베푸는 것이라니. 이건 정말 그리스인들이 운명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좀더 주목해서 보고 싶어요.

 트로이전쟁 후 좀더 인간의 세계에 집중하게 된(?) 헤시오도스적 인간은 구체적으로 어떠했을지 궁금하네요. 다음 강의는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를 다루는 게 맞나요?!

  • jerry 2014.02.24 15:58

    끝나고 산책도 해... 끝내주는 코스가 있지.. 반할거야 ^^

  • 효정 2014.02.26 16:07

    문정! 후기 잘 읽었어. 완전 긴데??ㅎㅎ

    운명을 순응하고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아킬레우스 같은 인간과 의문을 품고 자꾸 뒤돌아보는 오뒷세우스 같은 인간...너의 말처럼 그들은 정말 운명을 다르게 사유한 것 같아.(한편으로는 아킬레우스 같은 인간이 멋지다고 느껴지면서도 오뒷세우스가 더 '인간답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오뒷세이아 다음으로 만나보는 헤시오도스적 인간도 매우 궁금해지는데ㅋㅋㅋ 일요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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