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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임에도 참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구요. 다 함께 끝까지 '고고씽~' 할 수 있기를...^^ 

그러려면 우선 저부터 결석 않고 후기도 제때 올리고 해야 하는데.... 

첫 강의 후기를 두번째 강의 하루 전에 올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간 강의, 전 참 재밌게 들었습니다. 재밌었다는 건 '고대 그리스로 들어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시대 차를 고려하더라도 전혀 다른 공간에 살았던 다른 종들과의 만남 같았으니까요. 제게는 고대 그리스인들이야말로 '별에서 온 그대'였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 그러니까 '서사시 시대'라 하면 약 B.C 1600~1200년대 헬라스의 미케네 문명, 그리스인들의 영웅시대로 일컬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000년 전의, 것두 서양인들의 이야기니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대부분인 게  당연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시간 강의를 듣다 과거에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를 읽다 여러 번 포기했던 게 제 탓만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안도했습니다. -- 서사시 시대의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그것을 전승하는 방식에서부터 인간의 신체와 마음을 가리키는 언어까지, 지금의 우리와는 모든 게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다행히도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금 우리가 그들의 서사시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밝혀졌습니다.

우선 지난 시간에는 루카치, 바흐친, 에리히 아우얼바흐 세 사람의 시선을 쫓아 보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쉽지 않은 사람들인데, 다행히도 채운샘께서 친절하게 잘 요약해 주셨죠.( 물론 더 궁금한 건 그들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는 밑밥과 함께...--)

우선 루카치에 의하면 서사시의 시대는 철학이 부재한 시대였습니다. 철학이 제기하는 것, 즉 세계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 같은 것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없었던 거죠. 길을 잃었을 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따라 가면 될뿐, 인간의 심연이라든가 세계의 본질에 대한 문제가 따로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호메로스의 세계는 총체성의 시대였다고 합니다. 그 시대는 '그 자체로 완결적이므로 어떤 초월성도 필요치 않았다'고 하죠. 이러한 총체성이 깨지기 시작한 건 플라톤 때부터라 합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시'를 비판했다는 건 이미 고딩  때 배워 알고 있었는데, 그가 겨눈 시가 지금 우리의 시가 아니라 바로 이 고대 그리스인들의 서사시였다고 합니다. 플라톤이 왜 그토록 서사시를 비판했는지는 앞으로 고대 그리스 서사시와 철학을 공부하며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바흐친인데요, 그의 시선에 포착된 그리스 서사시는 절대적 과거를 주제로 한 민족적 전통이란 점에 있습니다. 그리스 서사시는 구술에 의해 전승된 과거 영웅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과 매우 다릅니다. 그들의 과거는 매우 정형화된 패턴과 언어로 그리스인들의 머리에 공통적으로 기억되어 있는 기념비적 이야기인 거죠. 때문에 시대성을 감안한 약간의 묘사적 차이가 있더라도 그 절대적 과거 이야기에 대한 화자 개인의 가치평가나 이야기의 변형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바흐친은 '서사시적 거리'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바흐친은 이를 웃음으로 설명하는데요, 기념비적 이야기를 노래하는 화자가 기념비적 인간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오히려 이 서사시적 거리가 파괴되는 건 소크라테스에 이르러서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에레히 아우얼바흐의 '미메시스'. 이 책에서 아우얼바흐는 그리스 서사시와 성경의 구약을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왜 그토록 밍밍하게 읽힐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는 거죠 --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지금 우리가 배경이라 일컫는 것을 몰랐거든요. 한 마디로 원근법이 부재한 시대. 물론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동일하게 나열되어 있어 과거가 현재의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변화시키는 등의 사건은 불가능한 구조라고만 이해했죠. -- 인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뒷세우스가 타지에서 아무리 험난한 모험을 겪었다 해도 그는 과거와 같은 오뒷세우스일뿐. 과거가 현재에 숨겨진 무언가가 아니라 그 시간 또한 현재와 동일하게 드러나 화자에 의해 읊어지는 겁니다. 솔직히 감이 안오긴 합니다만 이러한 구술문학이 주는 건 청자들의 감각을 매혹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듣는 순간 즐거움을 주면 그뿐. 반면 구약 속 인물들은 현재 그렇게 변화하고 행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합니다. 신의 말씀과 과거를 배경으로 그들은 해석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존재들인 거죠. 그러니 구약에서는 신의 말씀을 따르는 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역사적인 진실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들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가 잘 그려지지 않아서 조금 답답합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건 구술문화, 신화, 총체성 등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우리에게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듯한, 전혀 다른 인간의 삶과 능력들이니까요.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을 오늘날 우리의 인간에 대한 정의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에겐 오늘날 우리가 인간을 정의할 때 끌어들이는 심연이나 개체, 통일적 영혼이란 갠념 등이 부재했으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의 시대는 행위가 곧 내면을 투명하게 표출하던 시대였다고 합니다. 바깥에 드러난 행위가 곧 그들의 생각과 감정까지 보여주었던 거죠. 그들의 언어 또한 투명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행위를 지칭하는 말에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모두 표현되어 있는 거죠. 가령 '보다'라는 행위만 해도 '뱀처럼 날카롭게 노려보는 것', '무언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돌아보는 것' 등 모두 다른 기능을 뜻하는 단어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뭔가 지금 우리의 언어보다 훨씬 풍부했을 것 같은데요. 그들이 신체를 지칭하는 말 또한 통일적 중심으로부터가 아니라 각 개체 부분이 모여 조합된 것으로 이해되었구요. 영혼이나 정신도 마찬가지였죠. 영혼이란 것도 통일적 영혼 개념이 아닌 각 상황과 행위에 따라 쓰이는 여러 단어들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그들은 영혼이나 정신을 그 자체로서 신성하거나 고양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자연이나 신성과 같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 또한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직접 확인할 수밖에요.  


채운샘께서 강의안 말미에서 여러 질문들을 던져 주셨습니다. 인간, 신, 신화, 영웅, 서사시 등에 관한 질문인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내일 강의부터 참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질문들을 가지고 '일리아스'를 읽어야 하는데,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솔직히 재미도 뭐.... -- 그래도 강의를 통해 알게 된 고대 그리스인들을 의식적으로라도 상기하며 꾸역꾸역 읽고 듣다 보면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효정 2014.02.15 19:06

    오오 후기를 길게 올려주셨군요ㅎㅎ  두께가 장난아닌 일리아스....다시 읽어보자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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