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31 15:27

5. 25일 후기

조회 수 2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게으른 후기에 사과드립니다 ㅠ 


  저번시간에는 듣고 나서 저도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시대에 와서 철학의 관심은 세계의 원리, 이치를 탐구하는데에서 좀 더 근본적으로 앎이란 무엇인지에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앎 자체에 대한 물은은 소크라테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어떤 뜻을 갖는가. 인간은 세상에 대해 얼만큼이나 알 수 있는가. 지식인은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자인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앎을 추구해야 하는가. 더 솔직하게는, 그렇게 알아서 무어에다 쓸건가. 제가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질문들이며 저 뿐만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해봤던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질문들 속에서 어떤 스타트를 끊었을까요.


   소크라테스를 알기 위해서는 소피스트를 보아야 했습니다. 앞서 우리가 고대 자연철학자를 살펴보았던 것과 같은 이유로 소크라테스는 그의 시대와 그의 적들과 떨어져있지 않은 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초기 대화편은 소피스트의 이름을 따 지은 제목이 많습니다. 그것은 소크라테스의 관심이 지식과 앎에 대한 소피스트들의 허위를 지적하는데 있었음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줍니다. 


  소피스트는 궤변론자로 불리는 지식인들의 전형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어제 맞았다고 주장하던 것을 다음날 틀렸다고 뒤집을 수 있는 상대주의자 인데다가 관심은 오로지 말싸움에 이기기 위한 변론술, 수사학에 있었다는 이미지가 소피스트에대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오로지 부정적면만 가진 집단으로 매도할 수 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처음으로 지식을 실용적인 수단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하려 했고(팔아먹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겠지만) 신과 초월적인 힘에 의지해 설명하려고 했던 현상적 앎을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 현세적 지식인 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대립각을 세웁니다. 어째서였을까요.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들어보기에 앞서, 그의 특별한 위상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는 그가 직접 쓴 그의 저작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 모든 글은 플라톤에 의해 옮겨진 그의 대화편들 속에 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실존인물이었던 그의 모습인지 아니면 플라톤의 심중이 반영된 만들어진 모습인지 정확히 결론내릴 수 없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의 인식도 엇갈립니다. 그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소피스트의 하나로 묶어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난이든, 칭찬이든 그가 아테네를 그의 특별한 방식으로 뒤흔들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한 일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강의라고 부르기에는 딱히 가르치는 지식이 없어 곤란합니다.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자기 주장을 세우지도 않아서 적절치 않습니다. 그가 한 일은 이른바 '안다고' 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붕괴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자'라는 신탁을 전해듣고 지식인들을 '도장깨기'하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는 적어도 모르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들보다 지혜롭다.' 


  사실 저는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읽으면서 별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무 얄미웠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이나 공백을 지적하면서 자신은 결코 입장을 내세우거나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남들을 논파하다가 얻어맞은 적도 있었다고 하니 제 생각이 그렇게 못된 생각은 아니었다봅니다 ^^;;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소크라테스의 논변 그자체에만 너무 집중하다가 지식과 앎에 대한 그의 태도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은 완벽한 인식에 이를 수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 무엇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해야 함을 일깨워준것이 소크라테스의 위대함이 아닐까요. 소크라테스에게 한 판 제대로 깨진 사람은 저처럼 기분나빠서 한 방 갈겨주며 떠나가지 않는 한 자신의 위태로운 지적 근거를 의심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과연 나는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다만 안다는 착각해 근거해서 나의 생각을 고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되물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일상 다반사로 관찰합니다. 내가 한 말은 지키고 싶고, 내가 써놓은 글은 그럴듯해 보이고, 대충 아는 것도 잘 조물러서 많이 아는 것처럼 말하고 싶은 욕망이 떨어지질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얻는 데 이러한 욕망이 매우 위험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참된 앎을 얻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는 인간이기 때문에 갖을 수 밖에 없는 인식의 한계도 있지만 그의 완고함이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토대를 의심하지 않고, 비판을 감수하지 않는 지식은 곧바로 이념 혹은 도그마가 되어 자신을 고착화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진보든 보수든 똑같이 경계해야 할 인간의 버릇인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청소년] 철인 3종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수경 2015.07.04 1340
공지 [고고씽]세미나 제안합니다! 15 인석 2014.09.29 12192
39 고고씽 서양철학 3탄 6강 에피쿠로스 학파의 자연주의 (후기) 3 김호정 2014.09.19 2069
38 미술특강 6강 후기 1 동하 2014.09.09 1943
37 미술특강 5강 후기 2 효진 2014.08.29 580
36 미술특강 4강 후기 1 최미혜 2014.08.27 1939
35 고고씽 서양철학 3탄 4강 후기 (2014.8.24) 1 지호 2014.08.26 1711
34 [미술특강] 파울 클레, 더 페인팅 27 채운 2014.08.25 2453
33 고고씽 시즌3 후기 - 첫 번째시간, 플라톤<국가>- 1 인석 2014.08.08 3522
32 미술특강 3강 후기 올립니다~ 2 김덕순 2014.08.04 440
31 미술특강 2강 후기입니다. 인석 2014.07.28 893
30 미술 1강 후기요~ file 신자 2014.07.22 608
29 [고고씽!서양철학] 3탄 “자기배려와 공존의 기술 : 그리스,로마시대의 철학” 개강! 23 채운 2014.06.19 2573
28 [미술특강] 명상하는 눈, 걷는 손 37 채운 2014.06.02 3010
» 5. 25일 후기 인석 2014.05.31 231
26 고고씽 서양철학 2탄 4강 후기(2014.5.18) 4 지호 2014.05.22 476
25 고고씽 서양철학 2탄 <2강> 세계의 근원을 묻다_후기 1 자혜 2014.04.30 622
24 <1강> 철학이란 무엇인가: "현재의 철학"을 위한 질문 몇 가지 _ 후기 1 최미혜 2014.04.27 573
23 고고씽 서양철학 1탄 7강(03. 23) 후기 1 김성민 2014.03.30 540
22 [4.20 개강] 고고씽 서양철학 2탄 _네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 33 file 규문 2014.03.24 1309
21 고고씽 서양철학 1탄 6강(03. 16) 후기 2 모영환 2014.03.21 634
20 [20140313] 9강.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 후기 4 앗람 2014.03.14 95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