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존재와 생성을 사유한 자연철학자들(2) : 엠페도클레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
존재와 생성. 지금은 그 누구도 “존재”와 “생성”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하지만 존재와 생성을 사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수학에서 0이라는 숫자가 로마시대까지 없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최초로 없다는 것을 그리고, 생기다라는 것을 사유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생각의 발전입니다. 4강에서는 3강의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에 이어 존재와 생성을 사유한 세 명의 자연철학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엠페도클레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가 존재와 생성을 사유하기까지 앞선 철학자가 이들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중 이후의 서양철학을 지배한 것은 파르메니데스의 철학이었습니다. 헤라이클레이토스는 변화를 존재 안의 대립물들의 투쟁으로 설명한 반면, 파르메니데스는 존재는 일자인데 변화하는 것에 이름을 붙여 다른 것으로 인식할 뿐이라며 변화를 부정하였습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존재하는 것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하며 감각의 세계 너머 본질을 사유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경험세계를 부정하였고, 이후 철학자들은 그의 학설로부터 ‘현상을 구제하’기 위해 일자를 여러 개로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엠페도클레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는 세계의 실재는 영원한 일자들!이고, 이들의 관계로부터 현상세계가 성립한다고 말했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자신이 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화산의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는 어떤 철학을 하였기에 그의 신념을 보이려 했던 것일까요? 엠페도클레스 또한 무에서 유가 생기거나 유에서 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였지만 파르메니데스와 달리 세계가 운동을 통해 변화를 주장하고, 감각을 긍정하였습니다. 그는 일자를 물, 불, 공기, 흙으로 나누어 이들의 관계로 만물이 이루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이들의 혼합과 분리가 ‘운동’이었고, 운동을 일으키는 ‘힘’은 사랑(인력)과 미움(척력)이었습니다. 엠페도클레스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 원소들인 작은 입자들이 다른 입자들의 구멍으로 방출물을 보내 접촉이 일어날 때 감각과 사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은 부딪혔던 것들만 감각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졌지만 사유를 통해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 자신이 신이라고 말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생을 거듭하여 사유의 힘을 통해 영혼을 정화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은 이유가 우주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물질을 무한히 분해하여 모든 것이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특정한 종자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 종자가 양적으로 우세하여 자기규정성을 갖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물질이 분리되어 어느 한 종자가 발생하게 된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아낙사고라스는 그 답으로 ‘정신nous’을 말했습니다. 정신은 처음으로 세계에 충격을 가하였고, 이 정신적 원리가 모든 것에 내재해 질서와 조화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사유와 세계의 물리적 질서 사이에 정신이라는 내적 연관을 만들어냈습니다.
엠페도클레스와 아낙사고라스가 일자를 쪼갠 존재들로 현상을 구제한 것과는 달리, 데모크리토스는 ‘허공’이라는 비존재를 도입하여 파르메니데스의 변화에 대한 부정을 해결하였습니다. 데모크리토스가 말하길, 존재는 꽉 차있어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것이고, 비존재는 허공이라고 여겨 존재와 비존재가 모두 실재한다고 하였습니다. 꽉 차있는 존재, 즉 원자들이 허공 속에서 결합하거나 뛰쳐나가는 운동을 거듭하여 물질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모든 일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했기에 인간은 우연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행위에 전적으로 책임져야한다한다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4강 강의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벌써 수업 진도 중 반이나 나갔습니다. 모든 일에서 항상 그렇듯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갈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공부가 시작할테니 또 어떤 재미가 있을까 기대도 되네요.^.^ 이번 강의에서는 일종의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이공계생이라면 화학을 배워본 적이 있을 터인데요. 화학도 철학자의 물질관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뼛 속 깊이 느끼고 갑니다. 아주 먼 과거의 철학자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우주 속 만물은 아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있다는 생각!의 출발로 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2014년 지금 화학에서 물질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자연철학자들이 현미경을 보고 원자들을 발견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유의 힘이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현재까지 도달한다는 점에서 경이롭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화질 좋은 티비도 “덩어리를 쪼갠다.(화소)”는 아이디어로 발전한 거잖아요? 이러한 점에서 철학은 시대의 삶의 방식이자, 미래의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엄청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상 공대생의 철학후기였습니다!^.^
그래 공대생.. 철학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