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성민입니다. 어느새 종장을 향하고 있는 지난 강의에서는 소포클레스의 여러 작품들을 다루었습니다.개중에 그의 유작인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작품성 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것 같지는 않지만, 후대에 무조건적인 환대에 대한 담론을 열어두었습니다. 흔히 선진화된 서구의 시민의식을 동경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똘레랑스라는 것의 원류가 이 무조건적인 환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일리치가 얕잡아 보며 개인적 소명의 수준으로 회귀해야 한다 주장하는 극도로 제도화된 환대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데리다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으나 그가 <환대에 대하여>라는 논고에 드러난 그의 고민은 아마도 거절할 수 없는 타자의 존재와 그로부터 주체를 구분짓는 데에 있는 듯합니다.
무조건적 환대에 대해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단연 지젝이 말하는 폭력의 양태였습니다. 그는 비교적 최신의 저작인 <폭력이란 무엇인가>에서 폭력의 형태를 주관적 폭력과 객관적 폭력이라는 두 개의 범주로 나눕니다. 주관적 폭력은 흔히 폭력이라 여겨지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말하고, 폭력행위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히 보이는 주관적 폭력의 너머에 언제나 이를 생산하는 객관적 폭력이 자리한다 지젝은 말합니다. 주관적 폭력을 비정상적 상태로 인식하는 작용 자체가 정상적인 상태를 설정하고 유지하려 하는 객관적 폭력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 중 상징적 폭력은 특히 언어를 통해 대상을 열등화하면서 그와 '격이 다른' 주체를 상정하는 것으로 지젝은 하이데거와 아렌트가 관심을 가졌던 언어적 폭력을 인용합니다. 그는 MTV 철학자라는 별명답게 이 상징적 폭력에 대해서도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도그빌>을 예로 듭니다. 그는 마을 전체의 이상화된 가난을 향유하는 영화의 여주인공이 주민들이 자신에게 가하는 물리적 폭력을 그대로 참고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상징적 폭력을 돌려주는 위선이라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주인공은 영화의 결말에서 끝내 이들을 기관총으로 학살하면서야 비로소 격이 떨어지는 마을 주민들을 측은히 여겨온 상징적 폭력에서 탈출합니다.
소포클레스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 담고자 한 무조건적 환대 역시 이와 같은 상징적 폭력의 일환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이방인에 대해 무조건적 환대를 보이고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헬라의 수준은 미천한 테바이와는 격이 다르고, 이는 보다 문명인다운 것임을 과시하는 일종의 상징적 폭력으로 읽힙니다. 언제라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음에도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베풀어주는 관용, 상대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보다 더 잔혹한 폭력은 없을 것입니다.
오오~ 후기 올려주셨군요!
이번 시즌에 가장 인상깊었던 단어가 '환대'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젝의 폭력과 연결지으니 매우 색다르게 느껴지네요. <폭력에 대하여>도 궁금해지는군요ㅎ
다음 시즌에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