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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어제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써야 했었습니다. 혹시나 자는 동안 내 두뇌가 알아서 활발하게 운동해, 어제 들었던 강의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저는 늘 제 머리가 하는 배신에 익숙합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열심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661년부터 <에티카>를 쓰던 스피노자는 돌연 집필을 중단하고 <신학정치론> (1665년~1670년)을 쓰기 시작합니다. <신학정치론>은 매우 급진적인 내용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출판사에서 가명으로 발표했지만, 저자가 스피노자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많은 논란과 이슈의 중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학정치론>은 300년 가량 주목받지 못하는 책이었습니다. <에티카>의 그늘에 가려졌다고 볼수도 있을까요? 어찌됐든 <신학정치론>은 1960년대 이후 프랑스를 필두로 스피노자 연구가 부흥하기 시작하면서 재조명을 받습니다. 스피노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에티카>를 분석해냈다고 평가받는 마르샬 게루가 스피노자 부흥의 선봉장이었습니다. 게루는 특히 '철학 책은 그 내적인 근거에 따라 구조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라는 철학사 연구의 구조주의 방법론을 세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해석의 적통을 이어받은 연구자가 알렉상드르 마트롱입니다. 마트롱은 스피노자 연구자들 중에서 스피노자 정치학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체계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마트롱은 스피노자의 철학은 <에티카>에서부터 <정치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연역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윤리학>의 마지막 5부에 나오는 신의 은총이 충만한 듯한 내용도 실은 정치학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또 한명의 저명한 스피노자 연구자인 안토니오 네그리 또한 스피노자 정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마트롱과는 다른 관점에 섭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신학정치론>을 쓴 시기에 근본적인 단절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스피노자 철학의 정수! 진정한 핵심!은 <에티카>3부~4부와 <정치론>에 담겨 있는 실천적 구성의 존재론이자 정치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에티엔 발리바르 또한 스피노자의 사상은 철저하게 정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의 두 연구자와 다소 궤를 달리합니다. 발리바르는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존재론과 정치학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하기는 하나 연역적인 구조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오히려 스피노자의 존재론에 내재한 난점 내지는 아포리아를 드러내고, 또 더 나아가 이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해주는 것이 정치학이라고 주장합니다.

 발리바르와 네그리는 공유하고 있는 관점이 하나 있습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당대의 정치적 상황이나 이데올로기적 형세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또 그것들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변모하고 발전해나갔다고 본다는 점입니다. *발리바르는 그의 논문 <대중들의 공포>에서  '마치 하나의 정신에 의해 인도되는 듯이 행동하는 대중'이라고 설명합니다. 국가를 하나의 개체로 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완전히 상응되지 못하기에 갈등이나 소요가 발생할 수 있는)유사한 정신 이나 관념 같은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피노자의 해제 - 신체가 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정신이 있다 - 에서 발전된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마트롱은 철저하게 그의 철학 체계 안에서만 연역해내는데 중점을 둡니다.

 이렇게 세 명의 저명한 스피노자 연구가들은 각기 다른 방향점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철저하게 정치적이라는 것이죠! 당시 스피노자의 정치적 쟁점들에 대한 관심과 개입을 보면 오히려 당연하게도 느껴집니다. 당대 네덜란드는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드 비트 형제의 공화주의 세력, 둘째는 독립투사 오라녜공의 후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칼뱅주의 신학자들이 뭉친 세력입니다. 스피노자는 드 비트 형제 세력을 지지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신학정치론>은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기도 합니다.

 <신학정치론>은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의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340년 전에 씌여진 책이 말이죠! 스피노자는 성서를 해석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신학자들의 권력에 맞섭니다. '성서는 난해한 사변적 진리로서의 신의 말씀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닌, 신에 대한 복종과 이웃사랑이라는 도덕적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이다'라고 주장합니다. 340년 전에 유대인이 말이죠!!

 또 스피노자는 16장 이하의 정치학에 관한 장에서 홉스의 '사회계약론'을 수용하여 변용합니다. 홉스는 주권자가 갖고 있는 절대적 권위는 각각의 개인들이 주권자에게 양도하는 권리에서 성립한다고 했지만, 스피노자는 홉스와 달리 원초적 계약의 절차들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피노자는 자연상태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계약이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항상 '사람들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이며 유용성이 사라지면 그와 동시에 계약도 철폐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가 계약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17장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17장에서 스피노자는 모범적 사회계약의 예시를 드는데 바로 모세가 주권자인 히브리 신정입니다. 히브리 국가는 정치적 계약과 종교적 계약이 결부된 이중적 계약을 통해 창설된 매우 드문 역사적 사례입니다. 스피노자는 히브리 국가처럼  '각자가 자연권을 유지하면서, 각자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매커니즘'이 진정한 사회계약이라고 보았습니다.

 

 올해 1월 8일까지 스피노자는 저에게 '내일 죽을텐데 사과나무나 심는 사람'이었습니다. 1월 9일 개강날, 저 말이 마틴루터'킹' 목사도 아닌 마틴 루터가 했을지도 모르는...그것도 불확실한 낭설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스피노자를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스피노자에 대해, <에티카>에 대해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공부하면서 감명 깊었던 점은 스피노자 철학의 파급력입니다.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몇백년의 시간동안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는 그 원천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아주 드물~~게 등장하는 인류의 괴물같은 보물이겠죠! 남은 마지막 강의도 열심히 !!!!

 

  • 2014.03.14 19:04

    음.. 이게 끝인건가요? ㅋㅋ 두뇌가 나를 배신하는 기분.. 저도 알아요 ㅋㅋ

    어쨌든 후기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앗람 2014.03.14 21:49

    쓰면서 없어질까봐 임시저장한건데.. 올려져 있었던가요??????? 'ㅁ' ;; 끄악

  • 2014.03.15 09:32
    그런가봐요.. 제가 본 도입부만 있던 후기는 뭐였던건지 ㅋㅋㅋ
  • 윤차장 2014.03.18 09:22

    뭐야뭐야 뭔 일이 있었던 거야~ ㅋㅋ  나도 스피노자 어렵고 잘 모르겠어. 그런데 멋있는 거 있지. 또 그를 만날 날이 곧 올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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