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엔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1권을 읽었는데요. 모두 루크레티우스의 아름다운 시와도 같은 글에 감탄을 연발하시더라는~ 저도 루크레티우스 자신이 감각했던 세계를 천천히, 한 문장씩 풀어내려가는 데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스케일이 어찌나 큰지 땅과 바다를 건너 무한한 우주까지 다녀왔다는 ㅋㅋ 많은 수다들이 오고갔던 가운데 알맹이만 몇 개 뽑아보자면...


1. ‘아무것도 무에서 생겨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사물의 기원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예전부터 쭉 존재했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뿐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것은 무無인 상태에서 생겨난다는 건가. 루크레티우스는 무無를 얘기하지 않았다. 루크레티우스가 ‘기원’이란 단어를 쓸 때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사물의 최소 구성단위로서의 ‘기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원자. 예전부터 쭉 존재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는 건 원자다. 하지만 그렇다면 원자는 또 어떻게 생성되었느냐는 말에 모두들 동의... 아마 루크레티우스는 이 세계를 설명하기에 원자 이하의 물질을 전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잠깐 불교 얘기도 나왔었는데, 불교에서는 물질의 최소 단위로 ‘극미’를 얘기한다고. 그런데 이 극미는 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물질은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어 진다... 내 앞에 있는 책상이 ‘없는 것’이라 여겨진다는 데 충격. 루크레티우스가 무無를 얘기하지 않은 것과 너무 달라서 불교얘기는 금방 끝이 났슴니다.. 

 

2. 루크레티우스는 신과 종교가 아닌 감각과 이성으로 이 세계를 해석하려 했다. 루크레티우스는 자신의 사명으로 종교의 단단한 매듭에서 정신을 풀어내는 것이라 하고 있다. ‘근원적 일자’로부터 인간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그 삶과 얽혀 있는 종교를 매듭으로 표현한 것이 예리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근원적 일자’가 정확히 무엇이냐. 세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원리, 또는 근원이다. 예를 들어 탈레스가 세계의 원리를 물로써 설명했는데, 그 때 근원적 일자는 물이 되는 것이다. 신이 근원적 일자인가? 신과 종교로서 세계를 해석하려 한다면 그렇다.

종교 없이 이성만 갖고 이 세계를 설명하려고 하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루크레티우스는 이성으로 이 세계를 설명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왠지 이성이라 하면 공인된 근거가 있고, 그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행위 같다. 루크레티우스는 그보다 직관으로, 추론하여 이 세계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한 것 같고, 그래서 힘들어보이진 않는다. 아니다. 이성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성도 감각을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을 세우지 않나, 그 개념들이 바로 이성이다, 우리가 음식을 맛을 통해 감각하고, 그 음식에 대한 개념을 세우는 것처럼. 루크레티우스는 감각을 기반으로 한 이성으로 이 세계를 설명한 것이다.


3. 자연을 탐구하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루크레티우스에겐 큰 사고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사고의 전환점? 그렇다. 루크레티우스의 자신의 사명을 얘기하는 부분에서 그는 자연에 대한 탐구가, ‘컴컴한 일들에 대하여 밝은 노래들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보면, 그는 설득을 하고 있지도 않고 체계적인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뭔가 정치에 이용될 수 있는 글이 아닌 것 같다. 이것이 다 개인에 국한되는 얘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고대 자연학은, 개인의 윤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존재했다고. 개인의 윤리? 에피쿠로스가 자연탐구로부터 도출해낸 윤리는 뭔가. 자신에게 쾌와 불쾌가 뭔지를 가려내는 거다. 루크레티우스는 책을 좀 더 읽어보면서 계속해서 그 점을 집중해서 봐야겠다.


사실 루크레티우스 시간인데 압구정 할머니 얘기를 더 많이 했던 ㅋㅋㅋㅋ

담엔 루크레티우스에 좀더 젖어보아요.. ㅋㅋ

  • 수경 2014.11.03 12:04

    아,압구정,,,??@.@ 압구정 할머니와 루크레티우스는 어떻게 연결되는가요... 그분 이야기하느라 그렇게 왁자지껄이었던가

  • 윤차장 2014.11.03 15:52

    머시라?? 압구정 할머니? ㅋㅋ

  • 백수영 2014.11.03 23:11

    1. 감각한 것에 대한 일회적 판단을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직관과 이성에 대해 설이 나뉘었어요. 2. 원자가 있다는 걸 모순으로 만들어버리는 불교의 극미에 우리 모두 멘붕ㅜㅜ 3. 원자 수와 우주공간이 무한하다는데, 무한을 처음 사유한 이들이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이었나요? 무(0)와 무한(∞)에 관한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그렇게 학구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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