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건대, 조정의 의론이 반드시 습유공을 등용하고자 한다고 하옵니다. 사자가 찾아갔는데도 부름에 응하시지 않는다면 하남윤이 뒤이어 찾아갈 것입니다. 습유로 초징하였는데도 조정에 들어오려 하시지 않는다면 분명 관작을 더 올리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치 적은 것은 거절하고 많은 것에는 응한 것처럼 되어, 습유공의 청렴함과 의로움에 해를 끼치게 될 터이니, 절대 그리하지 않으실 겁니다. 훌륭한 사람이 이렇게 등용되는 것을 보면, 다른 훌륭한 사람들도 습유공에게서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습유공이 부름에 응하지 않는다면, 저 많은 훌륭한 사람들까지 천자께서 베푸시는 은혜를 누릴 수 없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습유공으로 인해 천자는 좋은 신하를 다 얻지 못하고, 군자는 높은 지위를 다 얻지 못하며, 백성들은 은혜와 이로움을 입지 못하게 된다면, 그 해악은 적다고 할 수 없겠지요. 바라옵건대, 자세히 살피시고 멀리 생각하시어 공자의 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소실 이습유에게 드리는 편지, 193-4쪽)
이 글은 한유가 낙양에서 국자박사로 있을 때, 당시 소실산에 은거하고 있던 이발에게 출사할 것을 권하고 있는 편지 내용이다. '한유문집1'을 쭉 읽다가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왜 한유를 최고의 문장가라고 하는지 얼핏 이해가 됐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다 보면 이와 비슷하게 사람을 어떤 직책에 추천하거나 조직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한유의 문장을 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왠만해서는 고사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