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의 묘지명을 재밌게 읽었다. 지난주에 본 묘지명들은 대체로 고인의 내력을 정리한 글들이어서 재미도 없었고 그래서인지 읽기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내용이 많았다. 아마도 고인의 내력과 함께 한유의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들이 많이 표현됐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전중시어사 이군 묘지명’과 ‘태학박사 이군 묘지명’은 묘지명으로 단약에 대한 경계를 삼는 내용이어서 한유 문장의 특징이라고 하는 ‘기이함’을 떠올리게 한다. 오행에 조예가 깊어 별자리를 보는 관리나 역법을 하는 노인들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전중시어사 이군이 단약을 먹고 등창이 터져 죽은 것에 대해 한유는 꿈풀이를 하면서 독특한 문장을 구사하더니 마지막 명문을 절묘하게 마무리짓는다.
(이군은) 병이 나기 전에 벗인 대수 위중행과 퇴지 한유에게 말했다.
“꿈에 큰 산이 갈라지더니 마치 금처럼 생긴 적황색 액체가 흘러나왔네. 점쟁이가 말하길, ‘이는 소위 대환단(大還丹)이라는 것인데, 이제야 완성되려나 봅니다’라고 하더군.”
이군이 세상을 뜬 뒤에 내가 다시금 그의 꿈을 풀이하며 말했다.
“산이란 간(艮)이니, 간은 곧 등이다. 갈라져 적황색 액체가 흘러내린 것은 등창이 터진 모습이다. 대환(大還)이란 곧 돌아간다는 것이니, 죽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스스로 장수하지 못했으니,
후손에게 도움이 되리라.
역시 단약을 복용하다 죽은 태학박사 이군에 대해서는 도입부에서 아주 간단히 언급할 뿐 아예 묘지명 전체를 단약 얘기로만 채우고 있다. 단약 만드는 법, 단약을 먹다 죽어 경계로 삼을 만한 자들을 소개한 후, 한유는 오곡과 삼생, 소금과 식초, 과일과 채소 등 사람이 일용하는 것들과 먹지 말아야 할 단약을 ‘일상적인 도리’와 ‘기괴한 것’으로 대비시켜 단약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한다.
일상적인 도리를 믿지 않고 기괴한 것에만 힘쓰다가 죽을 무렵이 되어서야 후회한다. 나중에 [단약을] 좋아하게 된 자들은 또 “저들이 죽은 것은 올바르게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네.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한다. 처음에 병이 나도 “약이 고질병을 건드렸기 때문이니, 고질병이 없어지고 약기운이 돌면 죽지 않을 수 있네”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죽을 때가 되면 또 후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