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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道無難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唯嫌揀擇 오로지 간택하는 마음을 꺼리는 것이다
但莫憎愛 미워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면
洞然明白 우주와 통하고 이치가 밝아진다


승찬의 信心銘 중에서 16구를 외우는 것으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불교 역사를 개관하고 고따마가 붓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 보았습니다. 고통의 자각에서 지혜는 시작된다고 합니다. 고따마가 거리에서 만났던 사람들.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굽은 노인, 고열에 시달리는 병자, 머리를 풀어헤치고 곡하는 사람들이 따라가는 시체, 그리고 탁발 수도사의 이야기는 왕자로서 성城 안에 살았을 때에는 몰랐던 세상의 슬픔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붓다 생존시의 초기 불교는 당시의 사변적인 형이상학에 반대하는 철저히 현실적인 것이었습니다. 우주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하는 질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독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에게 이 화살이 어디에서 왔는가 독의 성분은 무엇인가 분석하는 것보다 화살을 뽑아 버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신의 절실한 의문에서 출발하라고 붓다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의문을 스스로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성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 진리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그 한계에 충실할 때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불교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과학이었고 실천으로서의 지식, 즉 윤리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불교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연기緣起와 업業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무명無明에서 행行이 일어나고, 행에서 식識이 일어나며, 식에서 명색名色이 일어나며, 명색에서 육입六入, 즉 눈 귀 코 혀 몸 마음의 여섯 감관이 일어나며, 육입으로부터 촉觸이, 촉으로부터 수受가, 수로부터 애愛가 애로부터 취取가, 취로부터 유有가, 유로부터 생生이, 생으로부터 노사老死, 고통과 슬픔, 근심과 번뇌가 있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 모든 존재가 인연 조건에 의한 배치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의 흐름이라고 합니다. 연기설에 따르면 이 순간의 나와 다음 순간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그것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어적 습관입니다. 이처럼 ‘나’ 혹은 ‘나의 것’ 이라는 착각 : 무명에서 고통이 비롯되며 그것을 제거해 가는 과정이 윤회, 무지가 완전히 지멸한 상태를 열반nirvana라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업業입니다. 불교에서 업karma은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의무는 언제나 하나의 가능성으로 주어지며 과거의 자신과도 늘 새롭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열반은 예외적 순간의 신비 체험과 구별됩니다. 직관이 없는 지식은 공허하지만 지식이 없는 직관도 위험합니다. 늘 깨어 있기 위해 계戒 정定 혜慧를 함께 닦아 나가야 합니다. 해탈에 이르기 위한 수행 방법으로 붓다는 팔정도八正道를 제시합니다. 정견定見 정념正念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사유正思惟 정정正定. 붓다의 가르침은 탐욕과 고행의 양 극단을 떠난 중도中道입니다. 붓다는 6년 동안의 고행 끝에 진리란 기력을 상실한 사람에 의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욕망의 억제가 아니라 그것의 전환을 위한 역동적인 분투가 수행입니다. 가장 높은 곳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열반을 다른 말로 정등각正等覺이라고도 합니다. 수행을 가장 크게 가로막는 것이 비교입니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순간 문득 내딛는 한 걸음이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업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는 계율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법 없이 사는 것보다 법으로 죽는 것이 낫다. 무법천지야말로 가장 끔찍한 폭력이죠. 좋은 습관을 만들어 나가려는 자율적인 의지인 戒Śila 와 타율적 규범 律vinaya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고 명상을 하고 책을 열심히 읽어도 무주상보시無住常布施의 실천 : 자비행慈悲行이 없이는 진리에 이를 수 없다고 합니다. 자비는 우주와 하나되는 흐름으로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통을 받아들이고, 욕망[慾]을 제어하여 욕망[欲]을 실현하며,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이라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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