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31 11:38

공통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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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지 않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1장 '물분천론'에서 '인과가 천류하지 않음'이란 부분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비유하자면 산을 이루는 데는 처음 한 삼태기의 흙을 빌려 완성하고, 먼 길을 떠나는 데는 첫걸음부터 시작하여 목적지에 이르러 가는 것과도 같다. 이는 인에서 과에 이르기까지, 결과를 이루었다 하여 인의 공업(功業)이 썩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79P)


승조는 크게 네 단계가 천류하지 않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동정(動靜)의 편에서 세계가 천류하지 않음', '세계의 편에서 사물이 천류하지 않음', 고금의 편에서 시간이 천류하지 않음', 시간의 편에서 인과(因果)가 천류하지 않음'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인과가 천류하지 않는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특히 공자의 비유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승조의 위 본론을 한 삼태기의 흙이라는 인으로부터 산이라는 과가 완성되는 것으로 이해했거든요. 그에 대한 해석에서도 '이 두 말은 모두가 시작의 인을 의지해서 끝맺음인 결과를 이룬다 한 의미이다. 만 길 높이의 산을 만드는 데도 한 삼태기의 흙을 빌려서 공을 이루고, 산이 완성되었다 해도 처음에 부었던 한 삼태기의 흙은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글에서 '마치 천리의 길을 가려면 첫걸음부터 시작하나 천리 길에 이르고 나서도 첫걸음은 천리의 끝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과도 같다. 그 때문에 수행의 공부가 성취되어 성 인의 경지에 이르러 자리이타의 수행이 가득찼다 해도 처음 보리의 마음을 냈던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합니다. 

저는 두 비유를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앞에서 분명 '시작의 인을 의지해서 끝맺음인 결과를 이룬다'고 했는데, 이는 처음 시작이 끝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뒤에서 '천리 길에 이르고 나서도 첫걸음은 천리의 끝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과도 같다'라고 하니 갑자기 인과가 천류하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당췌 모르겠는 겁니다.

지금까지 저는 인과는 인이라는 시작에서 과라는 결과로 가는 과정과도 같아 천류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그렇다면 승조가 언급한 그 인과라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승조는 인과를 시간의 편에서 천류하지 않음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뒤의 본문에서 승조는 '성-인의 공업은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행의 인지는 수행할 때의 과거에 있으면서 변화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과지로 천류하지 않는다. 천류하지 않기 때문에 담연하여 인과가 분명한 것이다'라고 합니다. 저는 이를 성-인의 공업이란 변치 않는 일심을 종본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썩어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행의 인지와 성불의 결과가 어떠한 과정이나 단계로써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같다는 건 아니죠. 화엄경에서도 '초발심과 필경의 성불한 마음이 두 마음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마음이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생사와 유무 등의 상대적인 개념쌍들이 그러하듯 不二일뿐, 그렇다고 하나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인과란 아예 없는 말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게, 뒤에 오히려 천류하지 않기 때문에 담연하여 '인과가 분명한 것이다'라 했고, 무엇보다 인과가 없다고 부정하면 이야말로 단멸의 공이겠죠. 그렇다면 조론의 인과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인이며 무엇이 과일까요. 더욱 알쏭달쏭한 것은 '과는 인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뒷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과는 인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은 인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과이며, 인은 인 그대로인 채 과이므로 인은 과거에 사라지지도 않았고, 현재의 과는 과거의 인과 함께 하지 않았으므로 과거의 인이 현재의 과로 오지도 않았다.(82P) 


이 부분을 읽는 내내 인과라는 말 자체를 자꾸 부정하게 됩니다.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는 현재일뿐 둘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인과란 말 자체가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매 순간만이 남는다면 인과는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 뭔가 깊은 블랙홀에 빠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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