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5 01:07

공부는 모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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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를 하느냐는 물음이 특이한 것도 아닌데 당혹스럽다. 선뜻 대답할 수 없고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몇 날을 두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혹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나 어디서든 생각하게 했다. 모든 물음이 이렇게 낯설지는 않았는데.... 나를 향한 물음이기에 그런 것일까? 여하튼 이 평범한 물음을 통해 나는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생각하는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하게 된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정리를 얻기위해 찾아가는 ‘생각여행’은 재미있었다. 딱히 도착해야할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유롭게 헤집고 다닐 수 있었고 아니다 싶으면 되돌아 나오거나 감이 잡히는 부분에선 한없이 머무를 수도 있는 생각여행. ‘왜 공부를 하냐’라는 화두를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는 모양이 마치 고양이가 새앙쥐를 앞발로 갖고 노는 것 같았다. 공부를 왜 하지? 처음엔 유교에서 말하는 ‘성인’이 떠올랐고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것을 얻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나?라고 자문해 보았다. 그러나 곧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린다. 성인되기는 나에게 뜸금없어 보이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고행과 수행은 하기 싫다. 가장 솔직하게 할 수 있는 말은 ‘학문’하는 공부가 지금으로서는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워도 그 과정에서 하나씩 솎아지는 맛이 좋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 남이 한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것도 내 특기 중 하나다. 그래도 열 번 들어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예전에 풍물굿을 배울 때 일이다. 남들과 똑같이 배웠는데 난 그 시간에 가락을 잘 쳐내지 못했다. 선생님이 월매나 답답해 하셨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뒷풀이 끝나고 다시 연습실에 혼자 들어가 연습 하고 일주일 내내 배웠던 가락을 연습했다. 길을 걸을 때, 쌀을 씻을 때 등 입에 익고 손에 익고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해야 다른 사람들과 맞출 수 있었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 그 연습에 구력이 붙으니 귀가 트여서 소리만 듣고도 가락을 받아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이 그 과정을 지켜보시고 해 주신 말씀이다. “은하 넌 大器晩成이다” 풍물굿을 배웠던 시기도 늦은 20대 중반이었다. 무진장 재미있었고 지금 나의 밥줄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서른 후반 늦게 시작한 공부도 그 때와 비슷하다. 책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왜 몰랐을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재미난 사유들을 펼치고 만들고  ‘사유난리굿판’을 벌이는 곳에 나도 뛰어들고 싶었다. 이곳에서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았다. 나는 이 판에서도 역시나 더디게 이해하고 있다. 가락을 처음 배울 때 무조건 크고 세게 치라고 하셨다. 입으로 크게 내어 외우라고 하셨다. 처음 배우는 놈이 기교부터 부리려 들면 눈 부릎뜨고 혼내셨다. 나는 ‘학문’공부에 입문한 초심자이기에 더디더라도 크고 굵게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이음새’같은 멋진 삶을 살고 싶다. 우리나라 가락에는 ‘이음새’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휘몰이 가락을 치다가 삼채가락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 휘몰이와 삼채를 이어주는 가락이 ‘이음새가락’이다. 이음새가락은 앞 가락의 특성과 뒤에 올 가락의 특성 모두를 살려서 이어준다. 요즘 말로 말하는 ‘틈새’ ‘외부’ ‘경계’ 이런 것들과 뉘앙스가 비슷할지 모르겠다.

공부를 통해 멋진 삶을 산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있어 현재형이다. 왜냐면 변화를 싫어하던 인간이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정관념=믿음=신앙’에 대해 불변한다고 단단히 생각하고 있었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똥고집’은 얼마나 견고했던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 무모함 덕분에 내가 수유를 찾아갈 수 있었다. 나는 내 변화에 즐거운 비명이 저절로 나온다. 물론 곰샘은 내 머리를 쥐어 박으며 공부 안한다고 타박이지만 ..... 변화는 낯설고 두려운 것이지만 편안한 안일에서 박차고 나오게 하는 힘이 있다. 나에게 새로운 사유방식이 나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삶을 생명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서 고유한 멋스러움을 발현하면서 살고 싶다. 공부는 그런 자양분을 갖고 있는 모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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