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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왜?라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그저 삶이 있으므로 공부를 하는 것뿐. 공부를 위한 공부라고 할 수는 없다.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작업이 바로 글을 읽고 읽는 작업을 하는 것.
운문의 도량에서 산지 벌써 4년+3년째다.
4년은 학인으로 살았고, 2년은 연구생으로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중강이라는 타이틀로 살게 된다.
중강이란 학인을 가르치는 선생을 말하는데, 아직도 누구를 가르친다는 의식을 가져본 일이 없다.
나에게는 끊임없이 배우는 작업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배움에도 그저 글자만을 들여다보며 음미하고 쏟아내는 작업은 아무 소용없다. 실제로 걸어가면서, 밥먹으면서, 그리고 잠잘 때조차 스스로 廻光返照하지 않으면 그저 갑속에 든 칼에 불과하다. 여기는 운문승가대학, 옛날 표현으로는 강원이다. 선방을 가기 전에 어른스님들께서 "이력을 마치고 왔냐?"라는 표현을 쓰시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력은 강당에서 화엄경을 보고 왔냐는 뜻이다. 옛어른들은 경공부를 딱 4년만 하지 않고, 7년이고 8년이고 문리가 나서 일주문을 나설때, 일주문에 새겨진 글귀가 해석되어야만 선방 문꼬리를 당겼다 한다. 안그러면 다시 발길을 돌려 걸망을 강당에 다시 풀어 놔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한글세대 스님들로 인해 한문경전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문경전을 강조하면 사대주의 근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런 경향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맘에 꼭드는 한글경전도 별루 없다. 아직은 한문경전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게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불교학의 1번지를 엿볼라치면, 중국불교를 거치지 않으면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면이 있다. 화엄경을 볼 때 이런 경향이 심해진다. 화엄초조부터 5조에 이르는 기라성같은 화엄종장은 모두 중국인이요, 우리의 훌륭하신 의상대사를 들수 있으나, 그 유명한 '법성게'만이 유작일 뿐이다. 물론 원효대사도 있지만...
불교를 접하면서, 격의불교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불교가 도교나 유교 등 중국사상과의 습합으로 격의불교가 탄생된 사실에 불교에 국집해서 붓다의 사상을 아우를 수 없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나의 짧은 한자실력과 한문을 해석하는데 더듬거리는 꼴이란, 비참하기조차 하달까? 우쨋든 한문으로 씌여진 책을 자주자주 들여다 보는 것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화엄경도 무지무지 좋아하지만, 옛 조사들의 어록을 읽어내고 싶다. 아니 읽는 작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고 실현하고 싶다. 실현이란 물론 마음닦는 공부다. 쳐 앉아 있는 것으로 족하지 않고 후레쉬를 되돌려 비추고 싶다. 그것이 바로 회광반조이다. 어른 스님 20분과 학인들 270명이 함께 사는 운문도량은 한스텝 한마디가 모두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공부요,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공부가 된다. 공부란 그저 글만 보는 것이 공부가 아니요,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공부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서울에 가서 한강다리를 바라보기도 하고, 종로의 후미진 뒷골목을 어그적거리기도 한다. 그것도 공부니까. 어쩜 이러한 모습들이 지금 생이 아닌 세세생생 길들여진 나의 숙업에서 나오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시방세계 아니 계신 곳 없는 수많은 보살들 속에서 새롭게 감지되는 바이기도 하다. 네 몸짓에서 나를 보며 나의 말 또한 너의 그 말과 다름없음을 우린 늘 확인한다. 그러기에 사는 맛이 있고, 지금도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를 한 순간에 여기서 다시 보는 것이다.  
어쩌다 운 좋게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함께 글을 볼 수 있음이 행복하다. 끊임없는 나의 운수행각은 누구와도 만나서 친구가 되고 절차탁마할 수 있는 상대가 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선재동자가 구법을 위하여 53선지식을 만나러 가듯이 나 역시 끊임없는 발심을 하고 끊임없는 고행을 하리라. 그리고 초발심에 변정각했듯이 우린 여전히 구래부동명위불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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