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여기서 중도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경동맥 협착증 때문인지 머리와 뒷목 통증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팔다리가 너무 저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로 인해 통증은 더욱 악화되고... 아침만 되면 몸도 퉁퉁 붓고, 그게 빠지지 않으니 사지 저림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팔저림 때문에 잠 못 이루다 이 시간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뭣보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눈 상태도 안 좋아져 책이 잘 안 읽힙니다. 하루라도 두통과 팔 저림 없이 숙면을 취해보는 게 소원이네요. 그래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부터 의사샘으로부터 체중 줄이고 치료받으라는 소리를 줄기차게 들어왔는데, 그걸 애써 무시해 왔습니다. 두려웠거든요. 몸관리 제대로 시작하면 그야말로 거기에만 올인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많은 것들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고전학교는 어떻게든 중도하차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름 욕심인지 미련인지 모를 것들이 잔뜩 있거든요. 어서 빨리 공부에서 드러나는 제 문제도 고치고, 글도 잘 쓰고 싶고,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고....
저 다른 건 포기해도 공부만큼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고전학교에서의 공부만큼 제 삶과 마음을 강하게 건드려주는 게 없었거든요. 봉건제도도 잘 모를 만큼 무식하지만,-- 그래도 샘들한테서 뭐 하나라도 배우고 깨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어디서 이런 공부를 할지, 제 생에 유일하게 타고난 복이라면 고전학교 샘들과 함께 공부하게 된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실은 샘들께 미리 말씀드리고 상의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참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말두 참 서툴구요. 뭣보다 제 몸과 관련한 문제만 생각하면 저두 골치 아프고 지겨운데, 남들은 오죽할까 싶더군요. 그래서 입 다물고 ‘난 할 수 있다. 해보자’는 생각만으로 지금까지 버텨 왔습니다. 뒤돌아보니 온통 민폐뿐이었네요. 이번에도 에세이 준비하다 결국 이상한 글 써가서 학인들에게 무지막지한 피로만 안기겠다는 생각에 여기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엉망진창 개차반인 글만 써가서 너무 죄송했습니다.(--)(__)(--;))
생각해보니 당뇨판정 받고 온전히 제 몸 자체와 대화했던 시간도 없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몸 관리 잘 하며 꾸준히 공부하며 살 건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 하는 문제기에 이참에 제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려구요.
다들 기말까지 잘 마무리 하시고, 전 2학기 때 다시 뵙겠습니다.
뱀발....저 자퇴 아니구요, 그래서 휴학계라고 쓴 겁니다. 딱 3개월간 치료와 하드 트레이닝에 전념하고 2학기 때 합류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