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에세이가 끝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어제는 잠만 자느라 체감상으로는 하루만 지난거같은데말이죠..
채운샘이 제 에세이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개념정리 부족, 적절치 못한 사례 비교, 통찰력 부족 등등
사실 제가 에세이를 쓸 때 클라스트르의 사례를 끌어다 쓴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너무 그것에 의존하려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비교를 통한 이해에 초점을 맞춘 저로서는, 도덕경을 읽고 사유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마저도 단순 비교 이상의 비약과 모호한 표현들로 포장해버렸습니다. 이 점은, 채운샘 뿐만 아니라 다른 고전학교 학생분들한테 지적받을때부터 뜨끔 했었습니다.
사실 지금 저한테 더 문제가 되는건, 단순 비약보다는 통찰력의 부족입니다. 저는 도, 무위, 질박함 등등의 표현들을 봤을 때, "도대체 도가 뭐지", "무위는 뭐지", "질박함은 뭐지" 라는 식으로 따로따로 생각했었습니다. 마치 전혀 다른 개념들을 생각하듯이, 이 셋이 가지는 공통의 유기성을 생각하며 저의 언어로 풀어가기보다는 다른 이(클라스트르)의 사유를 빌려 저 단어들을 이해하려고 했었던 것이죠. 사실 에세이를 쓸 때 솔직히 이게 문제가 될거란 생각, 추호도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비평이 끝나고, 집에 가서 제 에세이를 다시 보는데 확실히 제 사유는 없고, "몇몇 개념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정도가 끝이더군요. 그제사 고민이 깊어지더군요. 말이 '사유'지, '무조건 많이 아는 것이 최고'라는 저의 가치관을 지양하는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과제를 쓸 때 혹은 어딘가에 글을 쓸 때, 늘 제가 아는 것들을 늘어놓는데 익숙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새로운 사안 혹은 공부를 접할때에도 제 안에 있던 지식들을 꺼내다 껴맞추는데에만 만족했었고, 저는 이게 "나의 사유다"라고 완벽히 오해했었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공세때부터 쭉 지속해오던 저의 고민이었죠. 얼마전에 제리님이 대공세에서 "너가 좀 달라진게 있다고 생각하냐"라고 뭔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땐 뭔말인지 잘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의 '말'과는 달리, '글'에서는 빼도박도 못하게 제 현재 사유의 깊이가 드러났었고, 또 고민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이번 비평의 시간은 제게 있어 결정타였습니다. 마치 야구판에서 무사 만루에 홈런을 맞은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드는 생각은 여기서 절대 주저앉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입니다. 계속 깨지더라도 '나의 사유'를 해보고 싶고, 언젠가부터 이번년도의 목표는 "미약하더라도 나의 관성에서 벗어나보자"가 되었습니다.(사실 원래 목표는 "나의 지식을 더 쌓아보자" 였었거든요.) 대공세든, 고전학교든, 다시 새로이 하고 싶습니다. 이 결심 또한 앞으로의 제 '말'보다는 '글'에서 여실히 드러나겠죠.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비판해주세요. 전 비판을 사랑하는 남자거든요.
아, 채운선생님 종종 저한테 '대학생' 혹은 '서울대 됐는데 안간 애'라고 하시는데... 저 대학 진학생각은 있습니다만, 현재는 대학생 아니구요..
제가 수능 볼 당시에도 서울대를 욕망했었으나, 결국엔 되지 않았죠. 뭔가 말이 조금씩 바뀌는게 이상(?)해서 이 글을 빌어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