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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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에세이 발표가 끝났습니다. 다들 어쨌든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 하시죠?  ㅠㅠ

숙제를 안 해가니 강의실에서도 뒤풀이에서도 하루 종일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편칠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어찌어찌해서 한고비씩 넘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학기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은 어느 때 보다도 저에게 큰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에세이 발표시간은 저에게 고전을 공부한다는 것, 춘추전국시대 2천년 전의 사상가들을 공부한다는 것이 지금 시대를 살고있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공부한다는 생각만 했지 특별히 고전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채운 샘은 2천년 전의 언어를 우리시대에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묵자의 兼愛, 맹자의 性善,仁義를 우리시대에 어떻게 해석해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질문을 가지고 텍스트를 읽어야 할지 힌트를 얻은 것 같았는데, 처음 말을 배우는 사람처럼 답답하고 힘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겠죠? 그러고 보니 '축의 시대'를 쓴 카렌 암스트롱도 '도의 논쟁자들'을 쓴 앤거스 그레이엄도 자신의 시대에 자신만의 언어로 고전의 언어를 해석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혜원이는 묵자를 읽고 처음에는 쉬웠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고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묵자뿐만이 아니라 맹자도 그렇습니다. 기석이는 에세이에서 맹자의 도덕에 대해 '매 순간 판단하고 행위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채운 샘은 "맹자의 도덕은 판단해서 선택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판단을 욕망의 문제와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욕망이 되어야 한다. 도덕의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맹자의 도덕에 대해 기석이와 같은 생각이었는데 여지없이 제 생각도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성선에서 출발한 맹자의 도덕이 이런 의미일 줄은 몰랐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수양을 해야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도덕의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습니다. 맹자의 도덕과 지금의 도덕이 다르다면 맹자의 도덕이 성선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지금 우리시대 도덕이 시작한 지점은 어디일까 궁금합니다.

 

묵자, 맹자, 한비자가 그리는 요,순, 우.. 성왕들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신 분들이 있었는데요, 저는 왜 동양 고전에는 이들 성왕들이 단골처럼 등장하는 걸까 궁금했었습니다. 묵자 겸애편을 보면 겸애가 어질고 의로운 것이기는 하나 어찌 행할 수 있느냐는 선비의 질문에 묵자는 그 근거로 옛 성왕들이 옛날의 성인이신 네 왕이 친히 행하셨던 적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이게 무슨 근거냐고 하면서 황당해했었는데요, 채운샘은 서양이 이상향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도래할 것으로 본 반면 동양에서 이상향을 과거에 있었던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동양은 이상향을 복원 가능한 것으로, 현실 속에 내재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보면 묵자가 선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옛날에도 실현된 적이 있으니까 지금도 겸애를 완벽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채운 샘의 말씀대로 텍스트에서 과거를 어떻게 가져오는지, 과거의 기억에 그 사람의 어떤 비전이 들어가 있는지 앞으로는 유심히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에세이도 많지만, 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빈손으로 가서 제 공부만 하고 왔네요.  

춘추전국시대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우리시대로 어떻게 그들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을지 몇 주 남지 않았지만  열심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채운 샘 말씀대로 지각, 결석, 휴학, 고백계로 뒤덮인 고전학교 게시판을 보니 누구말대로 짠~하네요.
연휴 잘 보내시구요 ^^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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