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마지막 날,
불광역에서 진관사 입구로 이어지는 북한산 둘레길 8코스를 약 3시간 동안 걷고 왔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동사서독 2학기를 딱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잖아요. 정말이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아보냐’는 한맺힌 심정(?)으로 신나게 걷고 왔습니다.
문제는 사진이 꼴랑 7장이라는 거. 그 중에서도 건질 건 딱 3장뿐...--
흠.....전 사진 찍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려구요.
뭐 암튼 개인적으로는 다소 평평하고 완만한 둘레길을 걸으며 학인들과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동사서독 전에는 산악회 회원이었다던 병선이, 퇴직 후 연구실 생활에 적응해 가고 계신 신생아 윤차장님, 요즘 일대종사의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로 인해 잠 못 이루고 계실 우리의 경리아가씨(?) 제리샘. 뭣보다 우리에겐 20대 백수 대표인 현정이와 혜원이가 있고, 동사서독의 ‘서지니’ 완수샘이 계시지요.
제 후기만으로는 동사서독 여행의 참맛을 절대 모르실 겁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던 또 하나의 이유... 채*샘의 불참 덕이라는... --
사실 지금까지 전 그분의 별명을 ‘춘천의 날다람쥐’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학인들의 얘기는 다르더군요.
지난 번 경주 남산에서의 조난 사건도 그렇고 그분이 왔으면 둘레길 입구의 계단을 오르다 하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특히 *차장님께선 그분께서 오셨으면 구부반장이 들춰 업고 가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안도하셨습니다.
누군가의 부재가 반갑다는 게 좀 거시기 하지만, 둘레길에 차가 다니지 않는 한 그분은 절대 오시지 않을 거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암튼 전 산보하는 내내 학인들과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동사서독 하기 전에는 주말마다 산악회 회원들과 산에 올랐다던 병선이,
퇴직 후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랴 수면시간 확보하랴 여러 모로 힘드신 신생아 윤차장님,
일대종사의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로 인해 잠 못 이루고 계실 우리의 경리아가씨(?) 제리샘.
동사서독의 20대 백수 대표인 현정이와 혜원이의 깨알같은 생활담,
뭣보다 우리의 '서지니’ 완수샘께서 2학기 텍스트를 예습하셨단 말씀에 전 그야말로 멘붕~
동사서독 여행의 백미, 뭐니뭐니 해도 밥때죠.
하산 후 경복궁 옆 ‘메밀꽃 필무렵’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맛있더군요. 100% 콩국물이 분명해 보이는 구수한 콩국수, 허한 속을 뜻뜻하게 데워준 칼국수, 달달한 메밀 냉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메밀 전과 도토리묵....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게 마땅하지만 동사서독 학인들의 몰입도는 먹을 때 가장 높잖아요.아무도 사진 찍을 생각조차 않고 그저 먹었습니다. 그리고 완수샘께서 밥값을 쾌척~
꼭 이런 이유는 아니더라도 --
이날 우리 여행에서 '서지니', 혹은 ‘꽃보다 완수’란 별명을 얻게 되신 완수샘에 관해 꼭 하고 싶은 말.
이번 방학세미나에서 완수샘께서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신 말씀이 크게 와닿았거든요.
몇년 째 매주 포항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공부하시면서도 한번도 찡그린 얼굴을 보여주신 적이 없으셨죠.
결석이나 지각도 안 하시고 암송에 에세이까지... 주어진 것들은 반드시 해내시는 완수샘.
의지력이 매우 약한 제가 이번 학기에 꼭 제 몸에 새기고 싶은 건 바로 완수샘의 한결같은 성실성, 꾸준함입니다.
함께 발걸음과 호흡을 맞추며 걷다 보니 그동안 함께 공부했던 학인들 한 명 한 명이 또 다르게 보이더군요. 완수샘의 한결같은 태도처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게 더 크게 와닿는 순간이었죠.
앞으로도 서울 근교의 산이라도 자주 갔으면 싶은데, 역시 한 학기가 끝나야 가능한 일이겠죠? 그 감질맛 나는 여행 때문에 낯선 텍스트, 어려운 글쓰기도 가능하다는 거. (이런 건 등록을 망설이는 분들이 꼭 아셔야 하는데...)
P.S 1) 어제 모두와 헤어지고 전 좀 더 걸었습니다. 북한산에서 세웠던 나름의 계획도 실천해야 했구요. 약 2시간 동안 서울 시내를 쏘다니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 범벅이 되었죠. 그리고서 제 체취로 누군가의 코와 감각을 마비시키리란 생각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좌석버스에 올랐습니다. 토요일 밤마다 등산객들에게 당했던 무차별 땀내 테러로 인한 분노를 표출할 곳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버스 안 승객 꼴랑 4명. 결국 실패했습니다.
P.S 2) 제리샘이 굳이 제가 후기를 쓴 이유, 꼭 밝히라 하셨는데, 글이 길어졌으니 그건 생략하도록 하죠. 뭐 별 이야기도 아니니...--
P.S 3) 사진 줄이는 법도, 올리는 방법도 몰랐던 저, 이 후기 올리는데 약 3시간 소요. 힘드네요. 사진 첨부한 후기 쓰기는 이번이 첨입니다. 이것두 원래 구부반장에게 맡기려 했는데..... 엄한 사람 하나 잡을 뻔 했습니다. 공지, 후기, 참고자료....올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간 수고하셨던 반장 및 부반장님들께, 소소하게나마 간식이라도 쏘겠습니다. ^^
ㅋㅋㅋ 재미난 후기였스~ 니는 완수샘의 성실성과 함께 니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로록! 자나깨나 입조심! 간만에 땀도 흘리고 좋았네그랴. 또 가고 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