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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다시 쓰기도 안 하고!  결석에 가까운 지각을 하신 성반장님이 쏘신 저녁을 넘 맛있게 먹고서 기냥 있을 수 없어 수업 후기 정리했습니다. 에세이 안 쓴 죄, 앞으로 자발적 후기로 대신하겠습니당^^;; 

이름도 생소한 엄복(옌푸)의 『천연론』을 읽었습니다.


1. 엄복은 누구?

엄복은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과 기울어진 가세로 어쩔 수 없이 조선과 항해를 가르치는 선정학당에 입학했지요. 이 학교는 유교 경전을 공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는 중국인 최초로 영국 해군대학에서 유학했어요. 국비유학생. 엄복의 눈에 비친 영국은 어떤 나라였을까요?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학문적인 면에서도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굳은 믿음이 와장창 무너지는 경험이었을 테니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그는 귀국 후 계속해서 과거 시험을 보았다고 하네요. 영국 유학생으로 해군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사람이 왜 과거를 보았을까요? 바야흐로 청말기였지만 과거를 패스한 정통파 사대부 관료가 권력을 독차지 하는 것은 여전했기 때문이었죠. 아무리 선진 문물을 배우고 왔다 하더라도 과거를 패스하지 못하면 별 볼일 없었던 것. 

      

2. 천연(天演)이란?

엄복은 토마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 Evolution and Ethics』(1894)를 천연(天演)으로 번역했다고 했죠. 엄복이 헉슬리를 번역하기는 하였지만 사실은 사회진화론자인 스펜서에 더 경도되어 있었죠. 엄복은 직역보다는 의역을 했다고 스스로 밝혔는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천연론을 읽으며 이것이 헉슬리얘기인지 스펜서인지 아니면 엄복얘기인지 헷갈렸습니다.

그래서 태욱샘은 『천연론』을 리라이팅이라고 했고, 채운샘은 헉슬리 책하고도 많이 다르다고 하시며 엄복이 이해한 헉슬리와 스펜서이지만 자신이 다시 쓴 것!이라고 하셨죠.

천연이라는 말은 엄복이 고안해 낸 것으로 “하늘이 변하지 않듯이, 인간의 도리 또한 변하지 않는다”라는 중국의 전통적 천天개념을 “자연과 인간 사회를 포함한 천연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물경(物競)과 천택(天擇)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바꾸고자 한 것이죠.

주재자(상제)로서의 천 天, 푸른 하늘(天)이 아니라 저절로 되어 가는 과정(process)을 나타내는 천(天)개념에 연(演, 드러냄, 전개, 흐름)을 붙여서 법칙성(물경, 천택)과 변화성(역易의 논리)을 동시에 보고자 했습니다. 엄복에게 미래는 계속 변화하면서 나아가는 열린 개념이라고 합니다.


3. 엄복은 왜 사회진화론(역동적 역사관)에 관심을 가졌을까?


 엄복은 영국유학 후 귀국하여 양무운동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양무운동이란 여전히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의 바탕에 서양의 발달된 문물을 수용하자(중체서용中體西用)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우리도 저들처럼 열강의 대열에 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겠지요. 아마도 양무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중국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청프전쟁)와 일본(청일전쟁)과의 전쟁에서 연이은 패배는 이제야 중국의 실체를 생각해 보게 했고 중체서용만으로 돌파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 열강의 대열에 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었습니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승리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중국에는 없었던 경쟁(개체의 등가성)이라는 낯선 개념의 마주침!!! 약자인 중국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신세인거죠.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닙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제 탈중심화된 세계에서 민족을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고민이 엄복으로 하여금 사회진화론을 생각해 보게 하였겠지요. 자연은 변화한다. 세계도 변화한다. 그런데 중국은 왜 이 모양인가? 변화하지 못해서!

 오여륜은 『천연론』번역을 통해 수준 높은 독자들(정통사대부들)이“국제 정치에서 적자생존의 공식이 작동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국가의 대계를 논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을 것이라고 서문에 썼습니다. 엄복은 변화된 정세 속에서 어떻게 정치를 사유할 수 있을지 묻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이라는 객관적인 법칙 속에서 현실 정치를 생각한 근대인의 탄생. 그리고“이 시대에 태어난 중국인은 오히려 서양의 학술을 배워야 고대 중국인이 남긴 학술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고 함으로써 중국의 전통을 어떻게 번역할까(현재의 언어로 해석하기)도 고민한 듯합니다. 


4. 탈중심화 하는 세계에 적응하기(任天)


 이제 변화하는 환경, 정세에 맞춰서 살아가려면 약자인 중국은 어찌해야할까요? 이제 지덕체 교육을 통해 힘과 국력을 길러야겠지요. 自彊不息! 자강불식은 원래 『주역』에서 하늘의 질서를 본받아 자신을 수행하는 군자는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의미였으나 이제 진화론적 세계관과 만나 의미가 바뀝니다. 『천연론』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엄복은 영국 유학생이었지만 여전히 유학적 베이스에서 진화론을 번역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복의 『천연론』 번역은 중국 변법자강운동(1898년)의 기폭제가 됩니다. 


5. 그 밖에 엄복의 번역어, 서문, 도언15 요지 개괄, 도언18 창신과 회귀, 본론13 본성에 관하여, 본론17진보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발제와 관련하여 *엄복은 <진화와 윤리>를 어떻게 자기 개념화 했으며, 기존의 자기 세계는 어떻게 깨졌을까? *천과 자연의 개념이 번역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가? *백화문이 아니고 왜 고문체로 썼을까?를 질문해 보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저녁 식사 시간 없이 8시까지 달렸습니다. 저녁도 안 먹고 했는데 끝나는 시간은 똑같다는^^;; 

달경샘 만나서 허겁지겁 참 많이 먹었습니다. 성반장님, 다음엔 지각하기 없기임다^^ 



  • 채운 2013.11.26 13:46

    오힝~ 동사서독에서 보기 힘든 '자발적 후기'라뉘요! 영수샘이 이렇게 나오시니, 에세이 안(덜) 쓴 죄, 쿨하게 덮어드리겠습니다~ㅋㅋ

  • 효진 2013.11.26 16:42
    그럼 이번 주 후기는 여기서 퉁치는 걸루.....? ㅎ ㅡㅡ영수샘께서 넘 정리 잘햐주셨다는... 이보다 더 자세히 쓰긴 함들 것 같아요. 뭣보다 저 이번주 발제니....ㅡㅡ 물론 택도 없는 소리겠죠.
  • 채운 2013.11.26 17:52
    안 그래도, 효진이는 빨리 올리라!라는 말을 빼먹어서 다시 쓰려다, 효진이가 설마 그런 몰상식한 짓까지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관뒀더니, 아니나 다를까...ㅊㅊ 택도 없는 소린 걸 본인이 안다니, 나의 불인인지심을 발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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