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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마치 여러 사람이 쓴 것처럼, 여러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시대를 비추는 것처럼 같은 사건조차 전혀 다른 각도로 조망합니다. 예컨대 저희 조에서는 자로의 죽음을 두고 세가와 열전의 모습이 전혀 달라서 (그런데 놀랍게도 제시하는 팩트는 같다!) 대체 뭐가 이 사건에 대해 옳은 서술인지 의견이 분분했었죠. 역사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지금, 사마천의 사기는 그야말로 역사 왜곡이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쓴 제각각 다른 저작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마천에게 지금 객관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히려 사마천에게 역사란 과연 무엇이었을지, 기록이란 무엇이었을지 물어야 지금 역사적 객관성이란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하겠죠.
사기는 전체를 보아야 하는 텍스트입니다. 단면만을 보아서는 사마천이 제시하는 인물, 사건,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사마천이 본문을 서술하는 방식, 코멘트를 모두 읽어서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사마천이 생각하는 역사, 정치, 인간상 등이 보인다고 합니다. 사기를 볼 때 사마천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정치, 인간상은 무엇이었을까요? 혹은, 동아시아의 이상적인 정치란 무엇이었을까요?
서양을 보면 플라톤의 철인통치가 있습니다. 철학하는 통치자. 서양에서 왕은 키잡이이자 의자로 비유되는데, 치우친 것을 바로잡는 중도의 역할을 부여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왕이 자신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 것. 
동양에서도 요순의 선양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 선양의 모습에는 인간이 아무리 노력한들 인간의 의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식의 반영일지도 모릅니다. 유가도 수신을 강조합니다만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노자 역시 애당초 자연과 인간은 분리되어 있고 인간은 자연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흐름, 세, 형세.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삼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전부일 뿐. 그렇기에 왕을 그렇게 열심히 교육시킨다고 한들 무슨 기질을 타고났는지 알 수 없는 왕의 후손을 자리에 앉히는 것보다는 선양이 베스트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마천의 질문, 천도는 있는가? 라는 질문은 다르게 읽을 수도 있습니다. 권선징악하는, 인간의 의지에 맞추어 작동하는 천도는 있는가? 그리고 역사를 보건대 사마천은 없다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관중이 관중일 수 있었던 까닭은 제나라 환공시대에 태어나 포숙아라는 친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마찬가지로 제선왕이 패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관중과 다른 나라의 약화 등 흐름을 탔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역사란 인과를 따라서 흘러간다고 볼 수 있을까? 인간이 의지로 역사를 바꾼다는 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사마천은 많은 인물을 그리면서 그들이 한치 앞날도 예측하지 못하며 그때그때 선택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게 어쩌면 전부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자기 자리에서 닥치는 일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절대적인 척도가 없습니다. 지금 최선의 선택이 같은 사건이 닥쳐올 때는 최선이라는 법이 없으며, 가까이에서 선악을 나누는 잣대가 멀리서도 같은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공통과제를 쓸 때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다른 질문을 낳을 때까지, 혹은 어떻게든 결론에 이를 때까지 밀어붙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 보아요. 그래야 에세이를 쓸 때 다시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사마천이 역사라고 여기는 것,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과 그 이유 등등을 느낌따라 툭툭 던지기보단 나름 정리를 해볼 것! 그래야 에세이때 멘붕이 덜하다고 합니다ㅠ0ㅠ

다음주 공지

<사기세가> 월, 정, 조, 위, 한, 전경중완, 공자세가까지
<도의 논쟁자들> p.503~p.515 법가와 노자 부분

발제는 옥상언니
간식은 율희언니, 혜경쌤

그리고 다음주에는 국어를 읽을 예정인데요, 한권짜리 국어(인간사랑)가 죄다 품절입니다ㅠㅠ 
월요일에 출판사에 연락해서 혹시 재고가 있는지 문의해 보고 다시 공지 올릴게요!
(3권짜리 국어는 아직 판매중이랍니다^^).

인간사랑판은 출판사 재고가 3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냥 동서문화사판을 사는 게 빠를듯...ㅠㅠ


다음주에 만나요//




  • 제리 2014.06.02 14:11

    임동석 선생 번역, 동서문화사판 3권짜리 국어는 판매중.

  • 혜원 2014.06.02 15:03

    222 더 검색해 보니까 3권짜리는 아직 판매중이던데, 이걸로 사는 게 어떨까요? 출판사에 전화는 해봤는데 재고 파악하고 다시 연락 준다고 합니다 ㅠ0ㅠ

  • 은남쌤 2014.06.02 17:09

    역쉬 울 반장님 정리 잘 봤어요.. 저는 동사서독 공부하다가 자기의지대로 사는 삶이니 남에 대한 깐깐함이니 뭐

     이따구를 좀 내려 놓은 것 같아요.  그래도 내 그릇 크기를 알기는 여전히 어렵네요..공부를 수행하듯 하자는 말씀 꼭 기억할께요...

  • 혜원 2014.06.03 11:47

    출판사 재고는 모자라고... 동서문화사 판을 사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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