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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서경은 위대한 왕들의 훈시로 구성된 책입니다. 그런데 주서까지 가서 문, 무, 주공...그 다음은?? 서경은 창대한 시작과 그에 대비되는 공허한 끝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걸출한 인물이 베이스를 다져놓고 주는 그 다음부터는 역사 속에서 있는듯 없는듯 존재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서경은 사실 역사서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경'입니다. 중국의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를 건설한 위인들의 말씀이 적힌 책인 것. 제왕과 신하의 학문으로서 오랫동안 존재한 경전인 것입니다. 왕이 왕답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오랫동안 전제군주제를 유지해 오면서 한편으로는 아무나 왕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을 경으로 삼은 것이 동아시아 제왕학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기는 확실히 역사서입니다. 제왕뿐만 아니라 다종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역사라는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세가를 보면 역사를 움직이는 건 거대한 이념이나 법칙이 아니라 그저 욕망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서양은 정치를 합리의 영역이라고 가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하기 떄문에 사회계약론과 같이, 자연과 사회가 대비되는 이론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사회상태는 합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굳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마천의 경우 인간의 흥망성쇠는 대체로 욕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담담하게, 다소 시니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명이라는 대의명분이 작동하는 아름다운 시대는 이미 끝났고, 정치를 작동시키는 것은 정념의 논리라는 것. 역사를 정념, 욕망과 접하여 서술하지 않는 근대와는 전혀 다른 역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욕망과 명분이라는 걸 어떻게 구분하는가도 애매하죠. 결국 역사에서 남는 건 기록하는 자가 취하는 사실과, 그 사실의 배열, 그로써 드러나는 기록하는 자의 욕망이지도 모릅니다. 예컨대 헤로도토스가 서양 최초의 역사가라고 하는 이유는 이전 기록과 달리 저자의 '탐구'를 바탕으로 쓴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페르시아 전쟁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헤로도토스는 무사 여신의 입을 빌려 노래하던 서사시인들과는 달리 역사를 기술하는 자의 주체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이런 역사를 읽고서 뭘 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의 욕망을 갖고 텍스트를 만나야 에세이 주제도 튀어 나온다고^^;;
그런데 역사에서 욕망의 문제와 함께 대두되는 게 바로 知의 문제입니다. 역사를 보면 임금은 신하의 말을 간언과 아첨으로 가려듣지 못해 대개 망합니다. 사기는 그 지인의 문제를 보여주는 예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왕과 신하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판단력을 갖추고 있어야 난세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자가 간언하는지, 아첨하는지. 왕이 지금 내 말을 들을지, 안 들을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이게 어쩌면 인간관계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알아볼까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제3자가 보면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토론하면서 가장 신기한 우정사례로 꼽힌 관포지교가 그렇고,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자를 등용한 제환공과 그를 보좌하여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관중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원칙주의자 안자와 그 주변에 모인 인물들도 그렇고요. 얼핏 보면 전혀 관계 맺을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관계를 맺습니다. 인간 관계란 수학공식처럼 합이 딱 맞아 성사되지 않는 문제라는 걸 사마천이 보여주는 인물관계도를 보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총체적으로 좋은 인물이라 할 수 없지만 어느 지점에서 그릇이 큰 인물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아는 것. 이런 매뉴얼도 없는 판단력이 작동하면서 인물들이 만나고 역사가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가 머지 않았습니다ㅠㅠ이번 에세이의 기본적인 질문은 '역사'. 역사를 둘러싼 키워드를 가지고서경과 사기에서 도출한 구조를 세워야 쓸 수 있다고 합니다=_= 

다음주 공지!
<사기세가> 진, 초 세가
<사기열전> 노자한비, 사마양저, 손자오기, 중니제자 열전
프린트로 나눠드린 <고대중국>, 3장 주 제국, 4장 서주의 왕실과 통치

발제는 
세가: 태욱쌤
열전, 프린트: 은남쌤

간식은 영수쌤, 옥상언니

다음주에 봐요//





  • 흉가 2014.05.26 08:44

    지난 토요일엔  정신 없이 졸았던  기억 밖에~~ㅠㅠ 근데 신기하다, 너의 정리를 보니 그날의  나왔던 얘기들이

    하날둘씩 선명하게 떠오르는 듯~~^^ 수고 많았어. 그나저나 이번 주엔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채운 2014.05.26 11:30
    지난 토요일엔 흉가샘이 정신 없이 졸았던 기억 밖에... ㅋㅋ 40대 기수, 아니고 40대 문제아로 등극하셨음을 조심스레 알려드림다.
  • 은남쌤 2014.05.26 14:48

    열전 발제로 열심히 읽고 있는데요 오자서 열전이 빠졌네요..이것도 읽으라고 하셨어요..발제는 열전만 하라고그래서 열전만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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