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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책 종류가 적었죠. 하지만 방심하고 있다가 빽빽하고 많은(!) 분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ㅇㅁㅇ
토론하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은 주공과 계찰이었는데요. 주공은 서경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공자가 사모해 마지않는 인물이었다면 계찰은 이 사람 대체 뭐지...뭐 하는 사람이지...=_= 뭐라 정의할 길이 없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왕위를 거절하고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며 동시대의 유명한 인물을 만나고 예언 비스무래한 걸 하면서 다니는 계찰이란 인물은 어쩐지 타임머신 탄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 사람 대체 뭐냐. 예인인가? 예언자인가?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인물?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인물을 사기 세가 첫번째에 배치한 사마천의 의중은 정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토론에서는 어쩐지 오나라를 말아먹은 원인이자 주범(!) 처럼 꼽히기도 했고. (태백처럼 왕위를 거절한다고 다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어쨌든 사마천은 이런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긴 했습니다. 1인자가 될 수 있는데도 한발 물러나는 그런 인물.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 성왕의 숙부'인 주공 역시 1인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섭정의 위치에 머물다가 성인이 된 조카에게 넘긴 인물이었습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해 볼만한 질문은 '1인자가 되고픈 욕망은 보편적인 욕망인가?'라는 점. 공자가 주공의 삶을 모델로 삼았다면 그건 주공이 가장 위대해서 라기보단 공자가 욕망했던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준 인물이 주공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통치 하기보단 세상에 내 논를 만들어 보고 싶어했던 인물상.
비슷하게 도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은 서경에서도 개념이 쓰이는 맥락, 사건에 대한 관점, 각각 강조하는 뉘앙스, 주장을 내세울 때의 논리구조 등등을 살펴봐서 잘 구별해 본다면 미세한 차이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주공과 같이 왕이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왕에게 훈계하는 인물로는 이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공은 이윤과 다른 관점에서 왕에게 훈계합니다. 바로 왕의 신중함과 인재 문제를 유달리 강조하는 것입니다. 주공에게는 이윤에게는 없는, 한 나라를 통치하는 어려움을 강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정치하는 데 있어 신중함은 공자도 중시한 점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단지 왕 자신이 잘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주공은 이전 왕조와 달리 천명이 옮겨갈 수 있음을 계속해서 의식했던 것 같습니다. 대조적으로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은 "천명이 내게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정복욕과 사욕, 권력과시욕을 내비칩니다. 그리스식으로 말하면 이는 주왕의 휘브리스(오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왕이 죽고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이데올로기 작업을 도맡은 주공이 무엇보다 경계한 것은 이 오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면 유교의 정치적 기반을 볼 수도 있겠죠.) 이전에는 천명이 자기에게 있음을 알면 되었는데, 주공이 주목한 것은 천명을 받은 인물이 어떻게 해야 천명을 잃지 않는가였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천과 왕 그리고 민을 보는 관점도 의식하게 만듭니다. 왕은 천명을 받은 자이지만 동시에 서로 통하고 있는 민과 천을 모두 고려하여 중심을 잡아야 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왕이 되어야 한다, 백성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등등 민심을 잡는 왕의 모습이 강조됩니다.
이렇게 신중하고 삼간 주공. 하지만 사마천은 노주공세가에서 주공의 나라인 노나라가 참담하게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천자의 자격을 부여받은 노나라가 험난하게 망하는 모습은 사마천에게도, 독자에게도 뒷맛이 좋지 못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마천은 사기에서 가장 이상한 공자세가를 지었는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노나라는 주공의 나라이지만 험난하게 끝났고, 노나라를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건 공자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주공을 흠모하고, 주공과 같이 자기 정치적 마인드를 꿋꿋하게 고수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자의 모습을 세가에 넣으면서 노나라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노나라에 대해서 이렇게나 안타까워하며 대접을 다 해준 사마천. 그런데 다른 나라를 서술할 때는 또 다른 서술방식을 택합니다. 마치 한명이 아닌듯 사마천은 그 나라에 맞는 서술방식으로 세가를 지은 것입니다. 사실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일관되게 서술한다는 것은 근대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역사적 관점이라는 것을 문제삼고...'사마천의 관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상당히 근대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오히려 사마천이 본다면 역사란 하나의 관점으로 꿸 수 있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마천이 볼 때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이념도, 명분도 아닌 정말 사소한 계기들, 욕망, 자존심 같은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사로운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는 이루어지고, 결국 언젠가 모든 것은 끝납니다. 남는 건 하나로 꿸 수 없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의 욕망들. 그래서 사마천은 마치 한명이 쓴 게 아닌 것처럼 다양한 서술방식을 구가하며 역사를 서술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보면 사마천은 마치 콜라보레이션의 천재 같아요'0')

슬슬 서경이 끝나가는데...읽으면서 느끼는 건 설렁설렁 읽으면 서경이 그저 교훈적인 이야기 뭉텅이로 묶이고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ㅠ0ㅠ 같은 개념을 쓰더라도 봐야 하는 건 그가 전개하는 논리 구조! 이걸 늘 염두에 두고 읽어야겠습니다.

다음주 공지!

<서경> 주서 나머지
<사기세가> 진기, 위강숙, 송미자 세가
<사기열전> 관안, 오자서 열전
프린트로 나눠드린 자료 <선양과 세습>'다섯번째 진실세트 주 왕조의 건립'
읽어옵니다.

발제는 완수쌤

간식은 효진언니, 태욱쌤

다음주에 만나요//


  • 윤차장 2014.05.19 07:27

    점점 길어지고 상세해지는 혜원의 강의정리 겸 공지. 조아조아~~ ^^b 근데 진짜 서경이 끝나간다는...이걸 다 읽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 은남 2014.05.20 11:17

    강의를 들었어도 뭐 배웠지? 어디까지 읽어야 하나... 마음의 준비를 하기 전에 반장님 공지를 꼭 읽어본답니다.

    강의 정리 늘 고마워요..멋져부러 우리 반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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