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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무사히 넘기고, 5월 10일 동사서독 후기 갑니다//
이번에 읽은 것 중에 가장 이질적이고 핫한 텍스트는 역시 니체였습니다. 조별토론에서는 대체 이걸 왜 읽은 것인가!! 어떻게 니체의 역사관을 장광직의 고고학에 연결시킬 수 있나!! 등등의 고충을 호소하는 시간을 가졌던거 같은데요=_= 일단 니체가 역사를 활용하는 방법 세가지를 말했다고 해서 그 세가지를 니체가 역사를 분류하는 방법으로 보면 안된다고 합니다. 기념비적, 골동품적, 비판적 역사는 예를 든 것이지 역사를 이 세가지 형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이 역사관을 중국 청동기시대나 서경에 대입하여 골동품적이다, 기념비적이다 라고 말하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니체가 역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어떤 특정 역사관이 아니라 역사와 삶이 맺는 관계였으니까요. 
동물은 망각할 수 있으므로,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지 못하므로 현재의 유용성에만 집중하며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능력, 즉 인식. 이것은 현재와 과거를 매개하여 인간이 완벽하게 현재를 살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인간은 현재를 과거를 통해 인식하므로 완벽하게 현재를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에게 과거는 단지 과거의 더미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라고 니체는 묻습니다. 과거는 정태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현재에 계속해서 끌려오고 있는데 말입니다. 니체의 역사는 과거의 더미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의 관계로서의 역사입니다. 현재가 어떻게 과거를 경험하는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행위 사이의 긴장관게를 역사라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런 역사는 강한 인격을 지닌 사람만이 서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강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모호하게 과거와 뒤섞인 현재를 경험해서 도그마적 방식으로 과거를 회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강한 인격을 지닌 사람은 현재를 단순히 반복으로만 보지 않고 현재를 경험하는 것에 예민하면서, 동시에 과거를 회상하는 힘이 큰 사람입니다. 이런 자는 사건들을 모두 같은 것으로 보지 않고 비역사적인 운무, 즉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 수 있는 자입니다. 현재를 경험할 때 습관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과거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실험적 방식으로 과거를 가져올 수 있는 자인 것입니다. 이런 능력은 망각을 바탕으로 합니다. 망각능력은 과거와 단절시켜 현재에 주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과거와 단절시킬 수 있을 때, 과거와 다르게 관계맺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니체가 강조하는 삶의 조형력입니다.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힘. 그것은 과거와 다르게 관계맺을 때 확장될 수 있는 능력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삶에 봉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를 가지고 와야, 과거 또한 새롭게 보인다는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가지고 오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지를 가지느냐에 따라 역사는 유익할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망각능력은 현재를 비역사적으로 만들어 관습화 하지 않고 충분히 경험하고 행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리고 기억능력은 과거로부터 다른 인식을 가져오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역사적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이 바로 관습화 하지 않고 과거를 가지고 오는 초역사적 입장입니다. 비역사와 초역사, 이 두가지 입장이 바로 역사의 과잉을 해소하고 역사를 다르게 가져올 수 있는 해독제라고, 니체는 보았습니다. 단절 없이 지속된다는 것에서 벗어나기. 과거와 내가 경험하는 것의 심연을 맛보고 과거를 다시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비역사적 차원을 보는, 단절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자만이 역사로부터 삶을 조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중국 상고사를 읽는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에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문제점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살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항상 나, 내가 설명해낼 수 없는 것, 문제의식, 도그마적으로 설명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을 찾으려고 골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식과 관계맺을 수 있는 현재의 조형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정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서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개념을 새롭게 가지고 올 수 있을까요? 서경과 사기에서 말하는 하늘이란 대체 어떤 개념이며, 동아시아 정치에서 여론이란? 사기와 서경이 인물을 그리는 행간에서 뭘 읽어낼 수 있을지? 지금부터 개념이 나온 구절의 맥락을 잘 수집하고, 가설을 세우고, 뭐가 됐든 도전해서 써보는 연습을 해 보면서, 걱정이 태산같은 에세이를 준비해 봅시다^^ 

길기도 하고, 읽을 텍스트도 많았던 연휴ㅜㅠ 하지만 이번에 읽을 분량은 간단합니다.

<서경> 주서 11~23
<사기세가> 관채세가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는 은영언니
간식은 윤정언니, 효진언니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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