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가쌤의 빈자리를 땜빵하는 급조된 공지입니다. 다음주에는 다시 스페셜한 공가쌤의 공지가 올라오길 기대합니다^^
사마천은 20여년간 <사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인간의 거의 평생에 걸쳐 기획된 <사기>는 궁형이라는 충격적인 형벌에 묻혀 '울분의 텍스트'로 분류되고, 사마천 인생도 그 형벌을 중심으로 말해집니다. 그렇게 사마천의 불행에 집중하다보면 정작 <사기>라는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 혹은 텍스트에서 더 눈여겨 볼 수 있는 지점,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지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때문에 이 텍스트가 나왔다'라는 환원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다채롭게 <사기>를 읽으면 좋겠습니다.
<사기>는 기본적으로 역사서라고 여겨지지만 요리 보고 저리 보면 '역사서'라고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텍스트입니다. 사실 고대 텍스트들이 대개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성을 띠고 있는데요. 그건 지금 근대의 분과가 고대 텍스트에는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연 <사기>는 중국사인가, 중국 문학인가. 아니면 <삼국유사>는? 이런 생각을 할 때 지금 분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실과 허구'라는 말을 대비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와 이야기'라는 것도 그렇고, '창작과 인용'도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 둘 사이를 구분할만한 지표를 가지고 말들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의 '술이부작' 역시 보통은 '창작'과 '인용'의 범주에서 해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인용하지 않은' '내' '글' 이라는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객관과 주관', '허구와 이야기'라는 잣대를 <사기>에 들이대기엔 <사기>는 지금 우리와는 다른 지평 위에 있습니다. 사마천도 '술이부작' 했다는데 과연 그가 말한 '술이부작'은 어떤 의미인지, 다른 것도 아닌 역사를 썼다고 하는 그의 행위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기>가 있던 지평 위에서 질문을 던져야 유효한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특함'을 설명할 때 시대, 개인사, 영향관계 등등으로 환원해 버리기 쉬우므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이거 어려움ㅠ^ㅠ
마지막으로 우리를 멘붕시켰던 음양오행론에 대해서, 음양오행을 단지 '믿음'의 문제로 환원시켜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음양오행론은 세계를 관찰하고, 오래된 자연의 반복 속에서 인간이 질문하고 추론해 낸 결과물이라는 거죠. 자연현상을 코드화 하는 작업을 신념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건 큰일 날 소리라고'_' ... 음양오행론이 맞나 틀리나, 사마천 시대 사람들은 정말 이걸 믿었나 안 믿었나 하는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고, 이 '담론화' 과정을 바탕으로 제국이 성립된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음양오행론, 천인상관론은 한대 지식인이 가지고 있었던 통치 합리성이었던 것입니다.
다음주 공지!
제본한 책 다케다 다이준의 <사마천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프린트로 나간 루쉰의 <한문학사 강요>,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의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읽어옵니다.
발제는 지영언니
간식은 은영언니
앗! 깜짝이야~. 시키지도 않은 일을 누가 이렇게 우렁각시 모양으로~. 혜원, 공지 늦어지는 게 답답하고 정녕 안쓰러웠던 게로구나! 게다가 이토록 깔끔하고 완벽한 정리와 공지라니~. 이래야 하는 것이어늘~~. 다음 주 기대하지 말고, 난 니가 계속 해보는 것도 좋은 거 같으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