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마천은 자기가 <사기>를 52만6천여자로 130편을 지었다고 확실하게 명시 했습니다. 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기록하면서 그 이유를 밝혔고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사람을 기록한 사마천. 그가 유독 많이 튀어나와서 이입이 쩔어줬던 굴원열전에서, 사마천은 어떤 글을 지을 때는 원망이 그 근저에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원망이 원인이라고 해서 내용이 반드시 원망은 아닙니다. 하지만 굴원은 초나라에 대한 미련과 원망 때문에 은둔하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삶을 살았고, 그 감정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궁형을 당했는데도 살아남아서 다른 일도 아닌 기록을 일로 삼은 사마천은 어쩌면 자기 처지나 다름없는 굴원을 묘사하면서 질문합니다. 왜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아니면 다 놓아버리고 은둔하지도 않은 채 글을 지었는가. 이 미련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이라도 되는듯 열전에서는 보기드문 한대의 인물, 가생의 시가 나옵니다. 가생의 노래를 들으며 사마천은 굴원이 삶과 죽음을 동일싷 인물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제각각의 이유로 살지만 그 때문에 죽기도 하는 모순 속에서 존재하다는 것입니다. 굴원은 세속에 물들기 싫어하면서도 글을 썼습니다. 이 모순은 삶에 대한 미련과 글쓰기에 대해 사마천이 던지는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초개처럼 가버린 굴원과 달리 여불위는 상인입니다. 상인의 마인드로 정치를 하는 자! 남의 재주에 투자해서 자기 이익으로 만드는 여불위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자기 이름이 들어간 춘추도 짓고 제국의 황제도 만듭니다. 헐값에 사서 비싼값에 파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여불위. 하지만 사마천은 공자를 인용하며 묻습니다. 그의 명과 실은 일치했는가? 자기 덕이 아닌 것으로 얻은 공은 공허할 뿐이 아닌가? 하지만 이 질문은 다시 읽히기도 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실속은 없는지 몰라도 여불위는 한평생 장사꾼으로서의 실속은 아주 톡톡히 챙긴 거 같거든요. 
그리고 진시황의 남자, 이사가 나왕 할 타이밍인데 그 전에 자객들이 등장합니다. 자객은 대개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솔직히 겉만 보면 개죽음이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도 왕왕 보입니다. 사마천이 '~년 뒤에 ~가 있었다' 라고 할 만큼 드문 유형의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죽어버리는 이야기를 사마천은 왜 기록 했을까요? 이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다만 사마천이 말하길 자객들은 목적이 정말 분명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사도 목적이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심도 있고 탐욕스러웠죠. 그런데 사마천은 그를 뒷간의 쥐와 같다고 묘사합니다. 쥐도 분명 목적은 뚜렷하지만 그래봐야 쥐였던 것입니다. 이사는 토론에서도 여러번 말이 나왔지만 정말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말하듯 어디서 멈추어야 할 지 모르는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ㅠㅠ 분명 축구를 했으면 골결정력은 부족한데 공 욕심은 많아서 남한테 패스도 못한다고 욕먹었을 타입이에요. 어쩜 이렇게 범상한지ㅠ 그런데 앞에 나온 절개갑 굴원과 수완있는 여불위, 뚝심있는 자객들도 아닌 이사가 진제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게 또 역사의 아이러니 같습니다.
국어는 태욱쌤 발제문에서도 나왔다시피 무슨 책인지...역사책인지 어록인지 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책입ㄴ다. 이젠 어렴풋이 이거 하나만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 말 그대로 사람들의 말을 담은 국어는 동양의 정치스타일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헌인지도 모릅니다. 푸코는 서양의 정치사에서 기독교와 자본주의라는 두번의 단절지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양은? 서경에 나오는 속담이 지금도 쓰이고 덕치라는 문제가 2000년을 꾸준히 이어져 온 동양의 정치는 서양과 달리 특별한 단절지점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말만 덕이었다 뿐이지 전혀 다른 지평이 만들어진 지점이 존재했던 것일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그 시대 개념을 계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시대의 용례, 그리고 국어가 작성된 시대에 재정의한 의미, 그리고 시대적 배치를 모두 고려해야 동아시아 정치적 지형이 연속이었는지 단절이었는지 보인다는 거죠. 국어에서 보이는 통치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마천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이런걸 서경과 함께 비교해 봐야 중국에서 사상의 단절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단절이란 무엇이었는지? 서양과 비교해서는 어떤지 등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학기는 사기와 국어만 읽은 게 아니죠...일단 청동기도 읽었고...전설시대도...(전설시대에 읽은거 같지만)... 무엇보다 맹자를 계~속 읽고 있었습니다. 맹자는 지금으로 치면 낙수효과를 믿지 않았던 사람 같습니다. 자기 시대의 파이는 충분히 크고, 나누면 그것만으로 왕 노릇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사람이었죠. 그때 왕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수신이었습니다. 유교가 오래오래, 그리고 결국에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수신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정치는 결국 자기인식의 문제이고, 결국 스스로에 대한 주체화가 가장 필요한 영역이라는 거죠. 이때 유교는 현실론과 더불어 언제든지 되돌아갈 가장 그논적인 문제를 거론한 정치론이었습니다. 반구저기, 자반이축 등등 자기부터 아는 자가 다른 이를 다스릴 수 있다는 답을 제시한 유교. 자기에 의한 자기지배라는 무결한 답은 유교가 정치론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는 서경은 적어도 유교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에서 말하는 덕이 서경이나 맹자가 말하는 덕의 문제와 같을까요? 그리고 덕을 거의 말하지 않은 사마천에게 정치란 무엇이었을지? 이런 문제를 고민해보아도 당시 중국의 정치 담론을 알 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주 공지!

<국어> 끝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는 율희언니^^

간식은 영수쌤과 혜경쌤

다음주는 공통과제와 더불어 1페이지 분량의 에세이 프로포절을 써 옵니다.
끝까지 쥐어짜도 나오지 않는 결정력 부족ㅜㅠ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어떤 주제로 에세이를 쓸 것인지 정해보아요ㅠㅠ

아차차, 그리고 다음주는 오후 2시에 시작합니다! 조금 느긋하게 오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우.다.사] 사기 강독 세미나 3/14 공지! 7 은남 2015.03.08 3722
공지 [3.7개강] 동사서독 / 천지인 1탄 39 채운 2015.02.03 7010
공지 글쓰기는 동사서독 학인만 가능합니다. jerry 2013.08.24 38399
1964 10월 11일 후기 및 다음 시간 공지 6 하동 2014.10.14 3155
1963 동사서독 휴강! 2 태람 2014.10.03 4441
1962 10.4 동사서독 공지 10 혜원 2014.09.30 3283
1961 9월 20일 후기 및 공지 11 공가 2014.09.22 3419
1960 가을학기 첫번째 수업후기 및 다음시간(9.20)공지 12 공가 2014.09.14 3440
1959 [동사서독] 史記의 모든 것, 모든 것으로서의 史記 24 채운 2014.08.10 18772
1958 1학기 동사서독 에세이 후기 7 공가 2014.07.30 3244
1957 7.26 동사서독 공지 1 혜원 2014.07.20 3317
1956 7.19 동사서독 공지 1 혜원 2014.07.14 3199
» 7.12 동사서독 공지 혜원 2014.07.07 3139
1954 의료부장이 드리는 긴급공지 :) 6 어머나 2014.07.06 3710
1953 7.5 동사서독 공지 혜원 2014.06.30 3538
1952 지각합니다 공가 2014.06.28 261
1951 6.28 동사서독 공지 혜원 2014.06.23 410
1950 6.21 동사서독 공지 혜원 2014.06.15 316
1949 지각계 밤톨 2014.06.14 340
1948 좌구명 국어, 전국책 , 춘추 각 원문 2 file jerry 2014.06.12 870
1947 6.14 동사서독 공지 5 혜원 2014.06.09 395
1946 결석합니다 공가 2014.06.07 285
1945 동사서독 자퇴서 10 효진 2014.06.02 56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03 Next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