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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이 천명을 이야기하던 시절은 인간과 天 사이의 윤리적 단절이 없던 시절을 말합니다. 내가 하는 행위의 정당성을 통해 천명을 알던 시절. 인간과 하늘의 윤리적 차원의 연속성을 보는 시절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노자는 천지天地가 불인不仁하다고 말합니다. 천을 인간의 윤리와 연속적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법가와 노가의 기본 전제는 이렇습니다. 인간의 행위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법칙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사마천은 어떨까요. 사마천은 기본적으로 도가적 마인드가 있다고 합니다. 사기에서는 역사가 결코 인간의 법칙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보여주죠. 이미 사마천의 시대에선 인간과 자연법칙사이의 윤리적 연속성이 깨진 것입니다. 역사의 법칙은 인간의 윤리적 차원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지 않습니다. 유일한 역사적 법칙은 모든 것이 끝이 난다는 것. 그것뿐.
하지만 사마천은 그럼에도역사를 기록했습니다. 기록이란 도가적이지도 그렇다고 유가적이지도 않은 행위입니다. 세상에 거리를 두고 기록자의 태도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유가와 다르고, 하지만 현실을 보고 현실로부터 발을 뺴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가적이지도 않습니다. 사마천의 이 기록하는 욕망이란 무엇인지, 이번 학기 사기를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춘추와 전국시대의 차이는 주왕실의 권위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춘추시대는 주왕실의 권위가 아직은 살아있는 봉건제 시대로, 난리통처럼 보이더라도 춘추 5패라는 중심이 존재하던 시대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국시대는 중심이 없는 시대입니다. 강고한 구심점이 없는 혼란의 시기. 하지만 그 혼란이야말로 제국으로 가는 질서입니다. 원칙 아닌 이익과 야망을 따르는 시대를 만나 진은 통일제국을 이룩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국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질문할 수 있습니다. 단지 어떤 뛰어난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어쩌면 다양한 욕망의 난립이 가능해진 시대, 이미 대의명분이 아닌 욕망이 새로운 원칙이 된 시대를 만났기 때문에 강력한 통일제국 역시 가능했던 게 아닐까? 이미 통일제국을 두번이나 본 사마천에게 진과 한의 통일은 무왕이 그랬던 것처럼 천명의 작동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중심이 있던 춘추시대와는 달리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 싶은, 욕망이 원칙이 된 전국시대. 통일에 대한 욕망이 가장 센 놈이 결국 이기는 시대에 진은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욕망의 시대를 맞아 제국이 건설되는 와중에 사마천은 공자세가를 씁니다. 공자는 때를 읽는 자입니다. 어려운 시대에 '나도 한 번', '나야말로' 정치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내려놓고 공자는 끝내 정치에 나아가지 않습니다. 세상이 무도할 때일수록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강한 법.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기를 세상과 차단하고 명철보신한 공자는 교육자, 성인, 역사가의 모습으로, 삶의 양식을 제시하고 이름을 남긴다는 주제를 남깁니다. 공자는 덕이 쇠락한 시대에 좌절하거나 굽히지 않고 안영이 말한 것처럼 자신의 도를 밀고 나간 사람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명, 이번 토론에서 가장 핫했던^^ 범려 역시 때를 읽고 끊을 때 미련없이 끊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월왕구천세가는 사실상 월왕구천범려세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범려의 비중이 높았는데요. 범려는 구천이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구천을 돕는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도망쳐 버립니다. 거기다 큰아들의 죽음을 직감하고 그걸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까지 초연하게 받아들인 채 일을 진행시키는 면은 좀 비인간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범려의 이 소름돋는 판단력을 보고 대체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무엇인지 계속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거기다 대체 '안다'는 건 또 뭔지? 우리는 대체 어떻게 '안다'고 생각하는가. 근대적인 앎은 보편적인 앎을 상정합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 이전에는 보편적 앎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보편적 앎을 상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앎이라는 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앎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지 않으면 지인이라는 주제는 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특별히 제리언니의 브로델 강의가 있었는데요. 브로델은 인간 중심의 역사,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라는식의 사상에 반대합니다. 브로델이 역사를 서술하는 걸 보면 대체 인간 혼자서 뭘 할 수 있냐고 되묻는것 같은데요. 브로델은 학문간의 장벽을 허물고 정치사 중심의 역사가 아닌 사회경제사를 썼다고 합니다. 역사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의 거의 움직이지 않는, 혹은 규칙적인, 혹은 변칙적인 시간의 중첩이며 인간의 삶은 거기서 만들어진다는 것. 그러면서 브로델은 경제사를 통해 자본주의가 결코 물물교환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발전한 형태가 아닌 산업혁명 이전이나 이후에나 늘 존재했던 것임을 밝힙니다. 마치 강바닥처럼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인간을 지배하는 습관을 보지 못하고 표면의 출렁거림에만 주목하는 것이 기존의 연대를 나누고 선형적인 연표를 그려온 역사였던 것. 하지만 인간의 "개인적 시간"은 "지리적 시간", "사회적 시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만약 그 영향을 무시한 채 인간 중심적으로 역사를 쓴다면 그야말로 말단에만 주목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질문은 결국 시간과 맺는 관계, 역사와 맺는 관계,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를 생각하는 문제라는 것을 명심해 두고 계속 사기를 비롯한 역사책을 읽어야겠습니다.


다음주 공지!
<국어>를 읽기 시작합니다^^

<사기열전>: 상군, 소진, 장의, 저리자감무
<국어>: 주어까지
읽어옵니다.

<국어> 발제는 은영언니
<열전> 발제는 혜원

간식은 은남쌤, 혜원
상습 결석자 지각자분들!! 회개하십시오 에세이가 오고 있습니다...rabbit%20(1).gif
꼭 1시까지!! 늦지 말고 오세요!! `ㅅ'

다음주에 만나요//




  • 윤차장 2014.06.09 07:34

    은정 언니는 누구인가!

  • 혜원 2014.06.09 10:10
    새벽 정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이름?^^...ㅋ...
  • 병가 2014.06.09 08:23

    상습 결석자 지각자 분들? 혹시 나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앞으로는 빠질 일 없어야 겠지. 없을 거야~~~성실한 후기 고마워~ 도움 많이 됐고나. 나도 은정이란 이름을 두고 한참 동안 고민했네. 은영하고 윤정을 섞어놓은 건지~~ 나 없는 새에 새로운 멤버를 영입한 건지~~ㅋ

     

    `

  • 혜원 2014.06.09 10:15
    본인이 가장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ㅋㅋ 은정언니는 새벽에 잠시 존재했던 걸로^^
  • 어머나 2014.06.09 22:09

    오, 반장님. 회개합니다 (_ _)

    이번 주는 1시까지 갈게요. 꼼꼼한 정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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