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목련이 햇살 아래서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또 봄이란 놈이 찾아왔나 싶네요. 전 요즘 주말마다 땅파고 꽃심고 파종하고 모종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답니다. 오랫 동안 도시생활을 했는데도, 촌놈 근성은 어찌할 수 없는지 삽질하고 괭이질하는 게 그리 상쾌하고 즐거울 수가 없답니다. 그래봐야 몇 뼘 되지도 않지만요.^^ 푸성귀도 좀 뜯을 만하고 마당가의 꽃들도 자리를 잡으면 한번 초대할까 합니다. 수업 하루 땡땡이치고 가서 코에 바람 좀 집어넣고 돌아오는 것도 어떨지 싶네요. 여튼, 봄이니 새 마음과 기운으로 무장을 해보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콧방귀 날리지 마시고~~^^).

 

   저희 조는 재길 샘과 현옥 샘께서 빠지셔서 외형은 소박했지만, 최근 공부에 물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곽샘께서 그간 공부한 것들을 총동원해 꼭 필요한(!) 고민과 문제꺼리들을 제기하셔서 제법 실속 있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먼저, 천도를 물었던 사마천을 끌어와, 자연의 이치대로 살았던 성인들의 삶이 일견 불우해 보이는 것을 보면 주역에서 말하는 처세의 기술이나 지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혼란스러움을 토로했습니다. 공자를 보더라도, 남옹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공자야말로 易經을 제대로 살아낸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또 어찌보면 그는 逆境의 화신이라 할만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부귀영화를 누리고 당대인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나아가 후인들의 역사적 평가 속에 이름을 드러낼 수가 있다면, 그걸로 정말 괜찮은 삶이랄 수 있는 건지. 주역에서 말하는 성인의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읽어가면서 계속 살펴야 할 문제인 듯합니다.

   다음으로, 자연의 법칙이 일음일양의 무한한 갈마듦으로 존재한다면, 인간의 의지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문제. 이에 대해선 의지의 문제를 개체에 국한시켜 바라보고 있다거나, 음양을 인간의 삶과 무관한 외부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등의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채운 샘께선, 자기 밖의 기운이나 인연조건과 무관한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시고, 나아가 니체를 덧붙여 어쩌면 의지라는 게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겐 충동과 본능만이 있고 그것들의 활동 결과가 습관이나 의식 등으로 남아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 한 양상이 의지일 수 있겠다고 정리해 주셨고요. 그리고 나서 우리 조는, 주역의 이치를 꿰려면 64괘에 능통해야 한다는 남옹의 강권에 따라, ‘중천건서부터 화수미제까지를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을 해 보기도 했답니다. 여튼, 팔괘도와 64괘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 빨리 익숙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당부도 있었고요).

 

   이번 <주역 전의> 강독은 8. 8장의 내용은, 주역의 효사를 단장취의(斷章取義)해 와서 군자의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한, 그야말로 공자님말씀이었습니다. 모든 허물과 난이 언행에서 비롯되니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요, 늘상 듣게 되는 빤한 소리인데도 주역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읽고 있으니, 그 울림이 예전과는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맛이 있습니다. 일상을 살면서도 느끼는 게 우리의 발목을 잡고 불편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삶을 방해하는 것으로 말과 행동만한 것이 더 있었던가 싶습니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한번 꺼내 다시 읽어보시길요^^. 암튼 이 장을 통해서도, 우리는 고대 동양의 사유에서 자연학과 인간학이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는 것을, 주역이 천과 지 사이에서 인간의 자리와 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이루어진 치밀하고도 광대한 사유체계라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독이 끝나고 몇 가지 글을 더 읽었는데요, 하나가 나가다 히사시의 <역과 점의 과학>이란 책의 일부였는데요, 여기서 팔괘의 기본적인 구조나 점의 방법이나 논리 등을 확인했네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역으로 을 보는 것이 단순히 미래에 대한 예측하거나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라, 변화하는 기미, 조짐을 보고 내 행동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그러니, 흔히 생각하는 결정론적인 사고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것이죠. 점을 보는 규칙 몇가지를 적어볼게요. 1)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항이 없는데 점쳐서는 안된다. 2) 최초의 점이 생각했던 바대로 되지 않았다 해서 두세 번 점을 쳐서는 안 된다. 3)위험한 일과 부정한 일, 재앙이 미칠 듯한 일을 점쳐서는 안 된다. 의미심장하네요. 결국, 점이라는 게 자기를 통째로 내던지고 물어야 하는 삶의 시험대 같은 것이었다는 거네요. .

   그리고,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몸의 인지과학>에서 가져온 지관명상에 관한 짧은 글. 불교의 止觀명상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붙들어매기 위해 이루어지는 수행법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경험을 추상화하지 않고 그 경험 자체를 지혜로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당장의 언행 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상태 즉, 손짓 발짓 하나하나가 내면세계와 어긋남이 없는 상태야말로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이고, 지관을 통해 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채운 샘은, 주역의 핵심 또한 이처럼 마음과 몸을 한치의 괴리나 잉여없이 일치시키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불교도 그렇고 주역도 그렇고, 인간의 의식이 빚어낸 추상적 관념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데서 나온 위대한 사유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과 자신이 일체가 되는 것!!!

   남회근 선생의 교재를 통해서는 자연과 삶의 변화와 사이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극에 달하면 그 반대의 것으로 형질이 변화되는데, 이에 따라 우리가 겪는 삶의 모든 시간들(하루, 일년, 일생....) 또한 때가 되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여기에는 좋고 나쁨 같은 인간적인 가치 평가가 끼어들 수 없다고. 하여 갱년기나 폐경기가 된다는 것 또한 신체가 무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힘과 기운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개체의 소멸이라는 것도 우주적 차원에서는 그럴 수 있는 거겠죠. 그냥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는 데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 과연, 대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적인 통찰이라 할 만합니다.

   지난 주에 나눠준 프린트 물 중에 아직 읽지 못한 게 2종이 있네요. 다음 시간에 꼭 챙겨 오시고요. 공통과제 쓰실 때 그 프린트물을 읽고 참조해서 쓰시라는 말씀이 있었슴다. 담 시간엔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좀 있네요. 빠트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 공지

 

발제 : 김태욱 - 마르셀 그라네, <중국 사유> 3()’

(하필, 걸려도 이런게~~‘가 뭐야~~~)

간식 : 은남샘, 진섭샘(학인들의 요구, 기억 나시죠?)

준비물 : 요쿠르트 빨대 50(굵은 거 말고, 내지는 빨대 유사품으로)

그리고, 공통과제와 맹자 암송.

 

   은영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네요. , 쿤우샘께서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잘 모시고 돌아와서 뵙길요. 다음 시간에는 빠지는 분 없이 다 모였으면 좋겠슴다. 특히, 재길샘!!!^^

  • 수엉박 2015.03.31 13:01

    자잘못보면 쿤우샘께서...;;;; (쿨럭^^;) 암튼 담주는 올출석으로요~!

  • 채운 2015.03.31 13:35

    그러네, 모르는 사람들은 쿤우샘이 돌아가신 줄로 알 듯.ㅋㅋ(쿤우! 그대가 이제 죽은 사람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  그나저나, 작금의 후기경쟁은 참으로 볼 만합니다그려. 곽반장님, 김반장님, 게다가 재원의 알찬 토론후기까지! 아... 동사서독 7년하면 이렇게 후기를(후기만?) 쓸 수 있다능. 므흣.

  • 윤재원 2015.03.31 23:34

    저와는 수준의 차원이 다른 하동샘 글을 읽으면, 정말 요약복습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걸 어떻게 요렇게 간결하게 정리하실 수가 있죠?! 7년이면 강산이 변하나봐요.. 저도 딱 7년만 일단? ㅋㅋ

  • 하동 2015.04.01 08:40
    무슨 말씀을~~ 샘 글이 훨씬 멋지고 감동있음. 정 뭐하면 다음 주부터 전체 정리해서 공지를 올려보시든가요. 금방 익숙해져요~~^^. 월요일 저녁, 니체를 읽어야 할 골든 타임에 공지 올린다고 정신 못차리고 있으니 ㅠ
  • jerry 2015.04.02 14:41
    두분.. 개그하는 듯...ㅋㅋㅋ
  • 홍자 2015.04.02 10:46

    요쿠르트 빨대는 900개 준비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책도 안 읽고 가서 후회막심했습니다.ㅠㅠ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투덜거린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天*地*人> 모든 분에게서 열심히 공부하며  진지한  높은 차원의 삶을 봅니다.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저도.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합니다.^^


  • jerry 2015.04.02 14:40

    우앙 왕언니님 감사감사.. 느리게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세요... 조급하면 숨만 차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우.다.사] 사기 강독 세미나 3/14 공지! 7 은남 2015.03.08 3722
공지 [3.7개강] 동사서독 / 천지인 1탄 39 채운 2015.02.03 7010
공지 글쓰기는 동사서독 학인만 가능합니다. jerry 2013.08.24 38399
2002 지각계 윤차장 2015.04.04 212
2001 신고합니다 하동 2015.04.04 190
» 천지인 공지(4.4) 7 하동 2015.03.31 509
1999 윤조모임 후기 3 윤재원 2015.03.31 327
1998 [우.다.사] 4. 4 공지 2 은남 2015.03.30 508
1997 지각합니다 하동 2015.03.26 283
1996 담주 수업 지각계 이현 2015.03.24 200
1995 차장조 조모임 후기(?) 및 질문들. 12 윤재원 2015.03.24 482
1994 천지인 공지(3.28) 2 하동 2015.03.24 391
1993 [우.다.사] 3. 28 공지 5 은남 2015.03.23 830
1992 늦은 인사 :) 5 어머나 2015.03.19 407
1991 조퇴계 윤차장 2015.03.19 206
1990 동사서독 천지인 공지(3.21) 3 하동 2015.03.17 382
1989 [우.다.사] 3. 21 공지 3 은남 2015.03.16 382
1988 결석합니다 1 크누 2015.03.14 223
1987 주역 64괘 올려봅니다 3 file jerry 2015.03.12 834
1986 동사서독 천지인 공지(3.14) 3 하동 2015.03.09 336
1985 <사기 읽기 모임> 공지 4 하동 2015.02.26 37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03 Next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