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일주일 중 제일 바쁜 시간은 토요일 오전이랍니다. 아침과 간단한 점심(이 '간단'이 제일 어려워요- -;;), 저녁식사 준비는 물론이고, 누가 하네마네 잔소리 없이 집안일을 해놓고 와야 종일 밖에 나가 있어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부터 사기 강독하느라 이 바쁜 토요일을 무려 두시간이나 당겨 오느라 '내가 무쉰! 영광을 보자고 이러나~' 싶더군요. 하지만 이번 주는 원문이 주는 깨알같은 즐거움에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지 뭡니까? 너무 사라졌는지 사기강독 이후는 내내 졸았지만요. ^^;;
이번 주는 「백이열전」과 「제태공세가」를 읽었는데요. 백이열전을 다시 읽어본 학인들이, 다시 보니 내용이 심오해서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결이 다양하더라, 여러 번 고쳐 쓴 것 같더라, 등의 감상을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백이숙제가 남긴 “以暴易暴-폭력으로써 폭력을 바꾼다” 에 대해 제리쌤은 영화 라쇼몽을 보는 것 같다고도 했구요. 아무 힘도 없는 늙은 이방인 백이와 숙제가 무시무시한 정벌전쟁의 행렬을 중지시키고 “당신들의 행동이 과연 옳으냐”고 했던 것은 한제국 시대에 신하들이 서로 격론을 벌였던 것처럼 무엇이 옳은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숙제처럼 보였어요.
.
"伯夷叔齊 叩馬而諫曰 : “父死不葬, 爰及干戈, 可謂孝乎? 以臣弑君, 可謂仁乎?” (말고삐를 잡고 간언하기를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사도 지내지 않고 방패와 창을 드는 것이 효라고 할 수 있느냐? 신하된 자로서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구마叩馬는 이후 ‘말고삐를 잡다, 진행을 방해하다’라는 관용어구로 쓰이게 되었다고 하네요. 한자에 '죽인다'는 단어가 여러 개 있는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일 때는 ‘弑’를 쓴다 하니 다음부터 원문 볼 때 딱 알아먹으면 되겠슴다.
「제태공세가」에서는 태공망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고 깜짝 놀랐었답니다.
太公望 -> 태공이 기다렸던 사람, 즉 무왕의 선조 때부터 간절히 바라던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일으킬 중요한 인재가 나타날 거라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인재인 강태공이 주나라 건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구절이 바로 이겁니다.
“天下三分, 其二太歸公周之者, 太公之謀計居多” (천하가 삼분되고 그 둘이 주나라에게 돌아갔는데 이는 태공의 계략과 음모에 힘 입은 바가 크다) 제리쌤에 의하면 강태공은 성씨가 나타내듯 강족 사람이었는데 은나라가이 강족을 잡아다 희생으로 많이 썼다고 해요. 하여 강족이 은족과 원수 사이가 됐고 강족이 주나라를 도와 은을 친 거죠. 뭐 이런 설도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강태공은 지략가의 원조 대부로 여겨졌고 그가 쓴 <육도삼략>은 이후 참모들의 필수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태공이 제나라 영구땅에 봉해져 가는 장면에서 東就國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해석은 단순하게 "동쪽으로 나라에 갔다"지만 봉지에 봉해져 취임해 갈 때는 '就'를 쓴다는 것! 취임해 가면서 여관에서 나그네가 강태공에게 던진 말이 의미심장했죠. “吾時難得而易失 . 客寢甚安, 殆非就國者也” (때는 얻기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고 하더군요. 손님이 자는 것이 아주 편안한 걸 보니, 봉지에 부임하는 자가 아닌 것 같소) 이 장면이 요즘 동사서독에서 읽고 있는 <계사전 강의>에 나온 점치는 상황과 똑같다고 아마 역경을 보았을 거라고 추측했었죠.
3. 28. 공지사항
1. 읽을 부분 : 노주공세가(주공이 나오는 앞부분만)
2. 제리쌤에게 원문 책자 필요하신 분은 주문하세요. (재길,수영,은남 주문요)
맞아요. 원문을 읽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더군요. 우리 모두 오호~감탄했었죠. 한문 읽는 재미가 이런 거인 듯. 한자 하나에 뉘앙스가 확 달라지니까요.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