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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시간부터 막연한 통증 같은 걸 경험하신 분들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 효와 같은 기본 용어부터 계사, 상수역이나 의리역 등까지 알듯모를 듯한 말들로 인해 몸은 앉아있으되 머리는 공중을 부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들어보기는 했으되, 정확히는 알지 못한 상태로 내 머릿 속 여기저기에 끼어있던 것들. 강독 내용에 들어가서 이런 증세는 더 심해졌지요. 객관식으로 물어보면 적당히 답을 고르겠는데, 내 문장으로는 한 마디로 제대로 풀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의 연속들. 분명 별 내용 아니고, 심지어 익숙하기까지 한 것 같은데, 너무 막막해 선뜻 두드려지지가 않는, 아니 두드릴 어떤 대상조차도 잘 촉지되지 않는 듯할 때의 그 몸저림 같은 걸 경험한 시간이었네요. 앞으로 이것들과 한 학기를 맞서야 한다니... 두렵기도하고 살짝 자신없어지기까지 했던 게 솔직한 심정.

 

   易에 발들여놓기에 앞서 샘께서 언급한 건, 별나게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였습니다. 아다시피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자연을 비롯한 물질 및 정신의 세계를 신의 모습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능했고,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무수한 신들의 계보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신으로 표상되지 않는 자연 현상(인간의 여러 정서적 범주들까지 포함해)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 거죠.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자연 현상을 자기식으로 해석, 표상화함으로써 서구 문화사에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쥘 수가 있었던 거고요. 이와 유사한 일이, 그것도 비슷한 시기(축의 시대)에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체계의 성립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인들은(복희 신농의 시대건 문왕 주공의 시대로 보든간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 및 특정 국면을 음과 양이라는 이진법적인 부호로 이미지화함으로써 이 세계와 자신의 운명을 이해하고자 했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채운 샘은 을 두고 일종의 서사시로 볼 수 있다고까지 말씀하셨네요.(낚시? 그렇다고 과연 우리가 에 서사시만큼 빠져들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계사전의 인트로 격에 해당하는 1-3장까지를 읽었습니다. ‘계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천과 지, 건과 곤, 음과 양, 동과 정, 길과 흉, 낮과 밤 등 을 장식하게 될 대표적인 짝패들 몇 가지에 대해, 그것들간의 관계와 작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것들이 단순히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관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이었죠. 가령, 천존지비(天尊地卑)라는 말은, 단순히 하늘은 존귀하고 땅은 비속하다는 것이 아니라 땅은 하늘에 비해 낮을 뿐이고 하늘은 땅에 비해 높은 곳에 있는 것이라는 상대적인 규정에 의거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죠. ()과 정() 또한 움직임의 유무에 따른 절대적인 구분이 아닌 힘과 에너지의 상대적인 차이를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겠지요. 또한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끌어 안고 있는 가운데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뭐는 좋고 뭐는 좋지 않다는 식의 가치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두 짝패가 상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역을 공부해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기억해야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몇번씩이나 강조하셨답니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그 이치를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가 빚어낸 고정적인 사유와 분별적 인식을 깨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번에 읽은 텍스트들에게 많은 학인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이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었죠. 자연이 변화하는 이치를 그대로 설하고 있는데 어려울 게 뭐가 있냐는 것이죠. 사실 우리 인간이라는 게, 어떠한 인간이라는 결론 이전에 자연으로 존재하고, 그렇기에 매번의 사건 속에서 다르게 반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자연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 의식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늘 매번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 앞에서 습관이라는 기제를 작동시켜 입력과 출력이 뻔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 이겁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의 실상과 우리의 의식으로 규정된 세상 사이에는 간극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우리는 늘 번뇌 속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는 것. 허니 의 말들은 말 그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것을 살아내는 일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득한 거리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인들의 말씀과 삶처럼 간명한 것도 또 없다 싶습니다. 채운 샘의 말대로, 그들 언어는 무미(無味)의 미()’ 속에 심오한 도를 담고 있는데,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자들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앎을 누렸던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 앎이란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깨달음의 시간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이때에야 이토록 간이한 세계는 그대로 간이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역의 세계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와 마주선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 시선과 마음까지를 함께 안고 흘러가는 역동적인 상호성의 세계라고 합니다. 그러니  역의 논리를 법칙화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상태에서 평점심을 갖고 주역을 읽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내용이 많이 비어있고 어설프네요. 함께 공부하면서 더 견고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다시 조별 토론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조원 구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1. 반장이 속한 조 - 명자샘, 현옥샘, 은남샘, 재길샘, 수영, 혜원.(7)

2. 차장이 속한 조 - 완수샘, 혜경샘, 영수샘, 백수영샘, 제리샘, 재원샘, 크누샘.(8)

맞지요? 앞으로 열띤 토론 기대해 봅니다.

 

다음 시간 공지.

 

1. 발제 : 남회근의 <계사 강의> 5-6 : 윤은영 샘, 7-8 : 혜원

2. 공통과제 : <계사 강의>5-8장의 내용과 <주역 전의> 3(주자의 주 포함)까지의 내용,

                        을  아울러서 문제의식이 팍팍 담긴 글을 써 올 것.(글을 쓸 때는 자기로 돌아오

                        지  말고 자기에게서 벗어나보려고 노력하고, 또 개념 하나에 하루를 걸어 보라는

                        당부의 말씀!)

3. 맹자 암송 : ‘이루편 강독한 데까지.

4. 간식 : 홍명자 샘, 윤재원 샘 

 

아무래도 3월초라 정신이 없어 공지가 늦었네요. 다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시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당.

 

  • jerry 2015.03.17 22:15

    몸 저린 시간.. 절묘하네요..ㅋㅋ

  • 윤차장 2015.03.18 05:27

    간식은 홍자매님과 재원~~

  • 은남 2015.03.18 09:56

    동사서독 계사 - "개념하나에 하루를 걸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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