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유쾌하기 그지없었던 첫날 모임이었네요. 지난 학기 멤버들 중 몇 분이 빠지긴 했지만, 뉴페이스들께서 그 아쉬움을 가볍게 날려버리신 듯 한니다. 그리고, 앞으로야 어찌됐든 새로운 시작이 선사하는 기대와 설렘까지! 홍명자샘, 윤재원샘, 그리고 쿤우샘! 즐겁게 한 학기 달려보아요(재김 샘께서도 새로운 마음으로^^). 물론, 기존 학인들께서도 다들 일취월장의 쾌감을 함께 즐기실 수 있는 한 학기가 되시길 바라옵고요. 저도 가급적이면 후기 노동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않고 감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화이팅!
이번 학기의 공부 주제는 ‘천·지·인’, 다시 말해 이 세계와 이 몸, 이 마음에 대한 탐사입니다. 그동안 나름 동아시아의 사유과 철학,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해 공부해온 터라 익숙하고도 잘 닦여진 길을 걸어가게 될 것도 같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참 거대하고도 근원적이라 어찌 다가서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에 대해 제대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기나 했던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첫 시간인 만큼 앞으로 이루어질 공부의 방향과 견지해야 할 문제의식 등과 관련해 채운 샘께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역시나 세상 어디에서도 겪어보지 못할 험난하고도 흥미진진한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가슴팍에 강하게 꽂혔던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그 생사의 메커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요. 존재하는 것들은 어떻게 존재하고 소멸하는지, 그 생성 소멸의 우주적인 원인과 자연의 질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요. 우리의 공부와 철학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은 나 자신의 생사의 문제에 있을진대, 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온갖 인연조건에 완벽하게 무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린 늘 죽음 앞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고, 새로운 사건들을 맞딱뜨릴 때마다 우두망찰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바로 이런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것이 공부의 방향이 되어야 할 텐데, 오늘 읽은 부분들을 보면 유·불·선의 텍스트들은 우리의 공부길에 영원히 중요한 참조점이자 수원지가 될 거라 재삼 확인하게 됩니다. 공자, 장자, 붓다가 달리 이름값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더랍니다. 물론 이들만이 아닐테지요. 채운 샘은 니체나 스피노자 같은 이가 진정으로 위대한 점 또한 이들이 인간의 몸과 의식, 그리고 생명을 자연적인 질서나 우주적인 원인과 연관지어 이해하고 이를 철학적 담론으로 끌어들인 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래저래 우리는 동사서독할 수밖에 없다는 거.
동아시아의 사유에서 이같은 문제가 가장 단적이고 체계적으로 드러난 것이 음양오행의 논리로, 이를 건드리지 않고는 생사에 대해 논할 수 없다고 채운 샘은 말하십니다. 동아시아 생명 언어의 근원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만큼 앞으로 음양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의 몸과 의식에 대해 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한편, 자연 질서라는 개체의 차원을 넘어선 지점에서 우리 개체의 생사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좀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는지요. 어쨌든,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이번 학기 전체의 정확한 커리큘럼은 다음 시간에나 확정지어 알려준다고 하셨고, 당분간은 강독 위주의 수업이라 공통과제도 없다고 합니다. 대신, 책이나 꼼꼼히 두어번 읽어오면 될 듯합니다. 다음 주 공지입니다.
- 읽어올 책 : 남회근, <주역 계사 강의> 1-4장.
- 준비해 올 책 : <주역전의> 下, 그리고 <맹자>
- 발제 : <주역 계사 강의> 1-2장은 진섭 샘, 3-4장은 제리 샘.
- 간식 : 재길 샘, 박수영 샘
다음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도록 하옵지요. 혹여 늦으시거나 못 나오시는 사정이 생기시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학인들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왜 진작에 하동샘을 반장으로 뽑지 않았더란 말인가!!!! 흑흑. (공지하청이 없으리라는 조건 하에) 반장님의 학업과 권력을 무한지원할 것을 약속하옵니다.^^ 이번 후기의 화룡점정은 맨 마지막! 언젠가부터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친한 사람에게 슬쩍 흘리고 넘어가는 풍조가 생긴 듯. 반드시 게시판에 사유를 올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