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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이번 조모임 발표 종이는 석장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항상 1시간 반은 정말 금방 가더라고요. 이렇게 말이 많은 (좋은 의미로) 토론은 처음이에요. 수다떠는 느낌인데 어느 새 배운 것들에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는 게 저로서는 '우아~ '싶어요.


지도자, 리더, 사장, 선생님이 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손님이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인 모 회사의 담당자의 직업이나, 항상 직원들 월급 줄 걱정인 사장들(적은 월급이라도 꼬박꼬박 받는 게 맘 편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 - 과제를 머리를 쥐어짜며 하긴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끝내고 보내버리고 나면, 그 결과물이 어떻든지간에 아무튼, 우리의 번뇌를 선생님(채운샘~)께 이동시키면서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진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격하게 공감했어요. 그러면서 에세이에 대한 신입의 걱정과 질문에 대해서, 에세이 쓰는 너보다 그 수많은 갈곳 잃은 에세이들을 읽으실 채운샘이 힘든 거다, 그러고 보면 선생도 못해먹을 짓(죄송.)이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근데 꼭 하늘이 나를 또 도우시려나, 마지막에 에세이가 학기말로 이동하면서, 다시 또 모든 번뇌가 학기말로 이동하였어요.. 오예.. => 근데 이렇게 만사에 일희일비하는 저로서는 "지금의 편안함이 언젠가 괴로움이 되어 돌아올 수도, 지금의 번뇌가 끝나면 평정이 찾아올 것.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별로 놀라울 것도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을 것 같다" 는 제리 언니의 말에, "그러면 삶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 떠오르더라고요. 좋은 일이 있을 때 팔짝팔짝 뛰면서 환호하고, 슬프면 부둥켜안고 펑펑 울고.. 그렇게 칼라풀(?)하게 사는 게 뭔가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면서 사는 삶의 재미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제 질문에 언니오빠(?)들께서 제가 재미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일축하셨어요. 그 때는, 아,그런가요.. 하고 지나갔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저는, 자극적인 삶의 여러가지에 중독이 되어서 그런지, 이런 저런 사건에 담담한 것도, 동굴에 들어가 한 가지 옷만 입고, 무맛의 음식만 먹고, 조용히 참선하면서 사는 것 같은 성인, 도인, 그런 분들의 이런 모습이, 왠지 대단하다 싶지만 동시에 무섭고 끔찍합니다. 댓글로 이런저런 소리를 듣겠지만 아무튼 솔직하게 지금도.. 왠지 일희일비 하는 삶이 아쉬워요. 그렇다고 제가 이제 갑자기 도를 깨닫거나 이치에 통달해서, 이제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면서요. 흠흠...  아무튼 우리 모두가 지도자라는 말에는, 사실 부모가 되든, 선생이 되든, 어디 담당자가 되든, 친구가 되든, 선배나 언니 오빠가 되든, 이 책에 나오는 성인, 지도자, 리더에 대한 이이기들이 당장 우리에게 해당되는 것들이라는, 좀더 진지한 책임감 같은 걸 느꼈어요. 그렇다면 우린 다른 사람이 뭘 생각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완소샘께서는, "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으니,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젊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다 까먹었다"고, 참 이상한 일이라고 하셨어요. 사람은 다 지금, 자기의 생각만 하기 마련이라는 거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분명 언젠가 내가 겪었던 일인데도,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미처 내 입장이 아닌 것들은 굳이 생각이 안나는 게 일반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괘, 부호에 대한 이야기. 왜 문자가 아닌 부호로 나타냈을까, 하는 완소샘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1)  일차적으로 눈에 한 번에 들어오는 것도 있고. 양이 음으로 변하고, 위 아래로 뒤집어서 다른 뜻으로 바뀌고, 이런 식의 변화들을 반영하려면 역시 문자보다는 부호여야 한다.  2) 그리고 모양이 비밀암호처럼 보이는데 당연히 해독이 안 되면 비밀암호인 것이다. 해석할 수 있는 이에겐 더 이상 암호가 아닌 것이고. 우리에게도 이전에는 암호에 불과했지만, 이제 암호가 아닌 것이 조금씩 되어 가고 있죠. 3)  이 음양의 기호는 사실 0과 1, 디지털적 이분법과 같은 것이다. 인간 머릿 속엔 이미 이런 이진법적, 디지털적 사고가 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주역시대엔 주역부호로, 요즘 시대엔 스마트 폰 같은 기술로, 인간 속에 이미 가지고 있는 이진법적 사고가 그 시대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창조적된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변형한 것일 뿐이다. 4) 우리의 음성 등등(아날로그)을 기계(디지털)로 전환할 때, 그리고 다시 기계(디지털)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아날로그로 전환할 때 쓴다는  컨버터, 5) 사람에 맞추어 잘 만든 인터페이스로 성공한 아이폰 이야기,6)  인간 초창기의 두뇌로 만든 '신화'의 세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것(숫자 6개에서 더 나아가는 것이 없다는 말), 7) 어려운 상대성 이론을 대중들에게 잘 이해시켰던 인터스텔라 영화이야기 등, 우리의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 결국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떻게 처할 것인가. 즉,  삶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 내지는 삶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수시로 우환에 주의하라는 것도 사실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처세에 대한 이야기를 뺀질뺀질,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건  처세를 '줄서기, 내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 흉회린은 버리고 길만 취하려는 욕심'으로 치환해버린 인간들의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모두 돈을 벌려고만 하기 때문에, 그것도 한방을 노리기 때문에 사업이 잘되기보다 망하기 쉬운 것도 당연한 결과 인 것 같다. 돈 버는 것이 죄짓은 것이라는 걸 아는 것, 내가 무언가를 가지면, 세상의 누구에게서는 그런 자원, 기회, 물질 등 무언가를 박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건 중요하다. 여기에서 자기 주식을 모두 광부들에게 나누어줬다던 부자할아버지 이야기를 했고요. 우리는 바른 처세술, 우리가 처해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합당한 대로, 합당한 것들을 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이렇게 모여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이런 공부에 과연 끝이 있을까요?  이만하면 됐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될까요?    전 규문을 처음 오면서, 대체 토요일을 어떻게 6개월 씩이나 반납하나. 주말마다 어디 놀러도 못가고 약속도 못가고 그러는 거 아닌가. 왜 이 사람들은 주말에 모여서 책을 읽고 그러나. 생각이 참 많았어요. 시작한 이상 성격상 맘 편하게 빼먹거나 그렇지 못하는 저로서는 정말정말 비장한 각오를 하고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모두 토요일은 그냥 반납하고 사시는 거더군요. 이게 6개월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요. 다음 학기가 있고, 그 다음학기가 있고.. 학교처럼 졸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들어온 이상, 이대로 늙어가면서 계속 같이 책 보는 건가, 헉.  솔직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토요일만 반납하는 게 아니더군요. 과제를 꼭 금요일 하루종일을 하게 되고요. 그러니 불금(불타는 금요일)도 책을 읽고 머리를 쥐어짜는 데에 불태워야 하더군요. 한 선배는 규문에서는 '금요일은 불금'( 金,不金  : 금요일은 금요일이 아니다)이라고, 불타는 금요일의 불금이 아니라고 정정해 주셨어요. 금토를 이번 달만, 이번 학기만, 잠깐 반납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반납하는 거구나. 그 깨달음이 아득하게 밀려온 순간이었습니다. 굳이 그렇게 큰 단위로 생각하면 뭔가 엄청난 것 같지만, 아직까지 한 주 한 주는 별일없이 잘 적응해가고 있네요. 이러다보면 1년, 3년, 5년 되는 거 아닐까요.  



흠흠. 발제를 하고 나니, 제가 얼마나 주입식 공부에 익숙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더군요. 정보 요약 내지는 시험공부에는 익숙하지만, 제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 이런 건 안 해봐서 전혀 못하는 것 같아요. 누가 이게 맞다고 하면 그냥 거기에 줄을 치고 외우기나 했지 말입니다(오잉. 왠 군대식 말투). 결국 이것저것 나열만 하게 되고 맙니다. 많이 들이보았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게 이런 의미겠죠. 책을 읽기만 하고, 정리를 하지 않으니, 뭔가 하긴 했다는 막연한 기분과 느낌만 남을 뿐, 뭔가 구체적이거나 확실한 걸 남기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조별모임 후기를 남기는 것도, 제게 조금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같긴 합니다. 힘들다고 찡찡대긴 했지만,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게 당연하겠죠.

아무튼.. 오늘도 역시 이런저런 생각을 나열만 하고(근데 여기 글꼴이 예쁜 게 없나요.. ), 이만 줄일게요. 토요일 날 만나요.


 

  • 하동 2015.04.29 23:47
    다들 소유로 살고자 하지, 누군들 성진으로 살고 싶어할까요. 일희일비~~일희일비~~이 말들이 빗속에서 흩어지는 꽃잎처럼 사람을 울컥하게 하네요. 마음 담긴 글, 잘 읽었어요~~.
  • 재원 2015.04.30 15:55
    하동샘 댓글이 꼭 한편의 시 같아요!!!!
  • 은남 2015.04.30 11:25

    일희일비~~ 누구나 강도만 다를뿐 다 겪고 사는거라 맘껏 일희일비 하세요..ㅎㅎ. 마음이 담긴 글 잘 읽었어요...저도 현재진행형이라 발제후의 그 기분을 알 것 같아요^^  근데 후기 쓰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읽어줘서 고마울때도 있어요.

  • 재원 2015.04.30 15:57
    맞아요. 후기가 도움이 된다는 걸 이제 조금 알아가고 있어요. 쓰기 전까진 묵직하게 부담감으로, 숙제처럼 남아있지만요ㅋ
  • jerry 2015.04.30 12:51

    희할 때 희하고 비할 때 비하면 좋구만.. 우리는 맨날 희하기만 했으면 좋겠고.. 비할 때는 아주 죽을 것 같고... 그래서 감정이 울렁울렁 소용돌이 치니까 인생 쓰다!고 하겠지... 그런데 오래 산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 쓴 맛도 인생이다...라고.. 사실은 그 쓴맛 때문에 산다카더라..

  • 재원 2015.04.30 15:58
    쓴맛 때문에 산다는 소리가 나오려면, 몇 살쯤 되어야 하죠..?
  • 제리 2015.04.30 17:00
    80넘어... 우린 아직 일희일비 할 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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