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참, 시간이 벌써 목요일이군요. 잊고 있다가(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뭘 한다고 마냥 부담감만.) 이제야 씁니다. 지난 수업때는 조모임 후에 했던 이야기들을 채운샘께서 좀 정리해주신 것도 있고 해서, 간단히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제리샘이 그러는데 제 후기가 너무 길어서 다들 읽지도 않는대요. 하핫.  


모두가 공통으로 이야기 했던 것은, 수로 만물을 정리한다는 사고가 참 재미있다는 거였어요. 이 세계가 그냥 카오스가 아니며, 세상의 무질서함은 그냥 무질서함이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변하지만 그 중에 항상한 것이 있고, 질서와 패턴이 있다는 것. 그 생성되는 결과는 무한이지만, 그 생성하는 원리는 하나라는 것.  인간은 모른다는 것은 두렵거나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무질서의 세상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했다는 거예요. 이런 수의 상징과 해석을 거쳐 사회의 이런저런 것들이 구성되었고, 자잘한 예의니 법칙이니 하는 것들이 만들어져서, 백성들이나 후세의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 것, 인사는 어떻게 하고 손은 어디에 두고 하는 것들이 법칙으로만 남게 된다는 거죠. 우리들은 이런 우주적인 삶에 대해서 사고하면서 살지 않은지 너무 오래기 때문에, 천지인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가 없어요. 윤언니는 할아버지의 상을 치르시면서 여러가지 예법들 규칙들을 통해 인간이 우주의 질서 속에 편입하고 있는 것 같은, 즉 인간이 우주의 질서를 예로써 구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셨다고 해요. 하지만 현실 속 우리의 생활방식이나 장치는 이미 다 사라져버렸죠. 결혼식이나 장례절차도 서구화되거나 간소화되어버렸고요. 이젠 모두 병원에서 죽고 바로 간단히 화장을 해버리죠.  그러다 장례식을 비통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 한 세상을 잘 살고 다른 세상으로 갔으니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조상들의 장례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 사람들은 모든 것이 변하는 이치,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양이 극에 달하면 음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걸 삶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모두 기운이 바뀐다는 걸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들 말했어요. 환절기, 봄이라는 게 그냥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운 자체가 바뀐다는 걸 소름끼치게 실감하고 있다고(특히 혜경샘)요. 사람들이 새로운 기운을 못 이겨 아프기도 하고, 그 새로운 기운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고, 또 어딘가에서 새로운 생명이 땅을 박차고 튀어오르고(spring하고) 생과 사가 교체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요. 

저도 몸살과 대상포진으로 기운이 바뀌는 걸 뼈저리게 몸으로 겪어내면서  봄을 맞이했는데, 아프기도 했지만 대신에 뭔가에 몰두하지 않고 그냥 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어쩔 수 없이 보내면서, 최근에 거치고 있는 여러 과정들에 대해서, 지금 제가 서 있는 지점에 대해서 조용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같이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수업 때도 말씀드렸지만, 버스에 놓고 내린 지갑을 반나절만에 통째로 되찾는다거나, 내 아픈 것에 맞추어 온 우주가(채운샘 포함) 함께 아프면서 구차한 변명 없이도 당당하게 쉴 수 있었던 것에 저는 그냥 무한긍정하기로 했습니다. 제리언니 말마따나 좋은 운을 신나게 다 써버린 후에 이제 흉만 잔뜩 남은 거라고 해도요.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해요. 성격상 그냥 좋을 땐 좋고 힘들 땐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윤언니가 이런 일에 휘둘리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우리가 요즘 공부하는 것의 핵심이다, 그러셨는데, 저는 마냥 일희일비 됩니다. 만약에 제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건 그런 척 하고 있는 것이지 정말로 무감각한 게 아니거든요. 배운 것 따로 삶 따로인 재원이었습니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모레 만나요! ^^/

  • 하동 2015.04.17 11:58

    저나 샘이나 이번에 다 늦었네요. 암튼, 열심히 하시는 모습 멋지심.^^

  • 채운 2015.04.17 15:31

    니가 윤정이와 같아지지 않으려 아주 애를 쓰는구나 ㅋㅋ 그래그래, 근묵자흑이라 했지!

  • 어머나 2015.04.17 16:50
    아, 웃겨 죽겠네 ㅋㅋ 귀가 간지러워서 와봤어요 ㅎ
  • 윤재원 2015.04.18 00:44
    저는 제 모습 그대로 노력을 하는 것일 뿐이지만.. 윤정이가 불량학생의 상징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이런 식의 정반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근묵자흑은 뭔가요. 윤정이가 음흉한 수, 흑이고요. 전 솔직하고 성실한 백입니당~ ㅋㅋ
  • 수영 2015.04.18 12:09
    후기잘 읽고 있심미다- 이번주꺼는 늦어서 오늘에서야 읽었는데 왠지 뜨끔?ㅋㅋ 암튼 지금 배우고있는 것들, '뭐지?'싶음서도 주변 상황들 갖고 생각해볼 것들이 많은 것 같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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