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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공지 빼먹어 죄송하구요 이번주도 역시 즐거움이 쏠쏠한 사기강독 시간이었습니다. 이 즐거움을 잘 전달하지 못해 안타까워요^^~  

 대형스캔들이 많았던 『제태공 세가』장공 부분부터 읽었어요. 장공 이십사년 국제정세를 볼까요? 견융이 주나라 유왕을 죽이자, 주는 동쪽 낙읍으로 옮기고 진秦나라는 처음으로 제후의 반열에 오릅니다. 바야흐로 비어있던 제후국의 표가 칸칸히 채워지려는 순간입니다. 제나라는 장공이 죽자 그의 아들 희공, 이후 양공이 즉위합니다. 

양공의 업적은 오랜만에 친정에 온 배다른 여동생 문강과 결혼전에도 사통하더니 다시 스캔들을 일으키고 들키자 같이 친정나들이에 온 문강의 남편 노나라 환공을 죽인 것입니다. 어떻게 죽였을까요?

 “齊襄公與魯君飮, 醉之, 使力士彭生抱上魯君車, 因拉殺魯桓公, 桓公下車則死矣.”(제양공은 노군주(환공)와 함께 술을 마셔 그를 취하게 하고 역사 팽생으로 하여금 노군을 안아서 수레위로 올릴 때, 이럴 때(因) 노환공을 뿌러뜨려서, 환공이 수레에 내렸을때는 죽어 있었다.)  

 사기에서는 사람 죽이는 방법이 참으로 많이 나올 듯 한데요 이렇듯 사람을 엿가락처럼 뚝 뿐질러서 죽이는 것을 ‘拉殺’(납살) 이라고 한답니다. 양공이 하는 짓이 이렇자 형제들이 도망갑니다. 

襄公之醉殺魯桓公, 通其夫人, 殺誅數不當, 淫於婦人, 數欺大臣, 群弟恐禍及, 故次弟糾奔魯. 其母魯女也. 管仲·召忽傅之. 次弟小白奔莒, 鮑叔傅之. 小白母, 衛女也, 有寵於釐公.”(양공이 노환공을 술에 취하게 하여 죽이고, 그 부인과 사통하였고, 자주 부당하게 주살하고(서류상으로 죽일만해서 죽이는 것), 여자들과 음탕한 짓을 하고, 대신들을 자주 속이자, 형제들이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여 둘째 동생인 규는 노나라로 도망갔는데 그의 어머니가 노나라 출신이고 관중과 소홀이 그를 보좌하였고, 다음 동생 소백은 거나라로 도망갔는데 포숙이 그를 보좌하였다. 소백의 어머니는 위나라 출신으로 희공에게 총애를 받았다.)


 드디어 관중과 포숙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제리쌤이 관중과 소홀, 포숙은 귀족이 아닌 평민출신으로 정권을 장악하는 최초의 사(士)계급이 등장한 것으로, 규와 소백을 나누어서 보좌했던 이유도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의미로 분산투자 차원이었을거라 하네요. 이런 천하의 제일 똑똑한 보좌진을 둔 두 왕자의 왕위쟁탈전이 한자 원문으로 보면 다다다 말발굽 소리를 듣는 듯 급박하게 전개됩니다.


 결과는 고혜와 국중(제나라 원래 귀족 정치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국내세력을 먼저 장악한데다 관중이 쏘은 화살이 허리띠에 맞아 거짓으로 죽은척(詳死) 하여 지연작전을 펼친 소백에게로 돌아갑니다. 이에 제환공에 오른 소백은 규를 보호한 노나라와 일대 전쟁을 치르고  노나라에 편지를 보냅니다.

“子糾兄弟, 弗忍誅, 請魯自殺之. 召忽·管仲讎也, 請得而甘心醢之. 不然, 將圍魯.”

(공자규는 형제라, 차마 죽일 수 없으니 노나라 스스로 그를 죽이기를 청한다. 관중과 소홀은 원수다. 청컨대 그들을 젓갈을 담는 형벌에 처하여 마음을 달래려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나라를 포위하겠다)


 여기서 재밌는 단어 ‘甘心’ 이 나옵니다. 내 마음을 달달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마음을 달랜다는 뜻이랍니다.  또 사람을 죽이는 형벌 종류로 이 나오는데요 젓갈을 담근답니다~ 삼투압작용 어쩌고저쩌고 상상에 맡길께여.

전쟁도 종류가 있는데 ‘戰’ 를 쓰면 날짜시간장소를 사전에 공지하고 비교적 신사적으로 싸우는 것이고, 를 쓰면 땅을 빼앗는 침략전쟁이랍니다. 나중에 또 전쟁의 종류가 더 나오겠지요.

 

 규가 제나라 왕이 되었다면 노환공을 죽인 원수도 갚고 제나라와 잘 지내 보려 했을 텐데 이런 편지를 받은 노나라는 얼마나 걱정했겠습니까? 그래서 노나라는 요구대로 따릅니다.

 “魯人患之, 遂殺子糾于笙瀆. 召忽自殺, 管仲請囚.”(노나라 사람들은 이를 근심하여, 공자규를 생독에서 죽였다. 소홀은 스스로 죽고, 관중은 옥에 갖히길 청했다.)

 

  여기서 관중이 스스로 죽지 않고 감옥에 갖히길 청했던 것도 포숙과 사전 긴밀한 협약이 있었을거라 했는데요 환공은 관중을 죽이고 싶어 했는데 이때 그 유명한 포숙아의 설득이 나옵니다.

“鮑叔牙曰ː“臣幸得從君, 君竟以立. 君之尊, 臣無以增君. 君將治齊, 卽高 與叔牙足也. 君且欲霸王, 非管夷吾不可. 夷吾所居國國重, 不可失也.”

(포숙아가 말하기를 “신은 다행히 주군을 따랐는데 주군께서는 마침내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주군께서 높이 되셨는데, 신은 더 높여 드릴 수가(增君) 없습니다. 주군께서 장차 제나라를 다스리시려고 하면 즉 고혜나 저 포숙아면 충분할 것입니다만 주군께서 패자가 되려고 하면 관이오가 아니면 안됩니다. 이오가 거처하는 나라는 나라가 강성해 질 것이니, 놓치면 안됩니다.)

 드디어 ‘霸王’ 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나타나는데요 이들은 앞으로 전개될 판세를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이에 환공은 관중을 후하게 예우하여 대부로 삼아 정치를 맡기게 하자 (任政),  관중 역시 포숙, 습붕, 고혜와 함께 요즘말로 치면 관포라인을 형성하여 여러 정책을 시행하여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듭니다. 제나라 사람이 모두 기뻐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與鮑叔·隰朋·高傒修齊國政, 連五家之兵, 設輕重魚鹽之利, 以贍貧窮, 祿賢能, 齊人皆說.”

 

 마지막으로 환공 5년에 있었던 제·노정상회담 조말스캔들에 대해서 볼까요? 조말은 자객열전에서만 기억했는데 자객이라기보다 노나라 충신이었다고 여기서 보니 다들 새롭다고들 했습니다.

 五年, 伐魯, 魯將師敗. 魯莊公請獻遂邑以平, 桓公許, 與魯會柯而盟. 魯將盟, 曹沫 以匕首劫桓公於壇上, 曰ː“反魯之侵地!” 桓公許之. 已而曹沫去匕首, 北面就臣位.

(오년, 노나라를 치자, 노나라 장수들이 졌다. 노장공이 수읍을 바쳐 화해를 청하니 환공이 허락하여 가땅에서 노와 회맹하게 되었다. 노가 맹세하려고 할 때 조말이 비수로써 단상에 환공을 겁박하여 말하길 노나라에서 침략한 땅을 돌려주시오! 환공이 이를 허락하자 조말은 비수를 거두고 북쪽을 바라보고 신하의 자리에 섰다.)

 

 감히 신하가  회맹하는 연단에 올라 왕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면서 했던 말은 딱 한마디 “반노지침지”-돌려줘 노나라 침략한 땅! 구질구질 말이 필요없습니다. 아, 멋진 조말. 이런 원문 읽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요!! 

요즘 같으면 경호실장 목 날라갔을 일인데요,

환공이 후회하고 노나라의 땅을 돌려주지 않고 조말을 죽이려 했으나 관중이 말립니다.

管仲曰ː“夫劫許之而倍信殺之, 愈一小快耳, 而棄信於諸侯, 失天下之援, 不可.”-(위협받아 허락했다가 신뢰를 배신하고 그를 죽이면, 단지 조금 쾌할 뿐입니다. 그러나 제후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면, 천하의 지지를 잃게 되니 아니됩니다.)  역시 형세를 잘 판단하는 관중입니다. 여기에서 재밌는 한자 표현이 단지 하잖은 즐거움이라는 ‘愈一小快耳’였습니다.  이런 관중덕분에 제환공은 여러 제후들의 신임을 얻어 환공 7년에 처음으로 패자가 됩니다.

“七年, 諸侯會桓公於甄, 而桓公於是始霸焉.” -

(7년 제후들이 견읍에서 환공과 회맹했으니, 환공은 이에 처음으로 패자가 되었다.)


맹자는 패도정치를 아주 몹쓸것이라고 욕했다지만 첫 패자가 관중 같은 정치전문가에 의해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탄생되었다는게 그나마 큰행운이 아닌가 생각되었어요.  


4. 18. 공지사항

 

읽을 부분 : 노주공세가(관중이 나오는 장면), 관안열전(관중부분), 자객열전(조말부분) 

 


 

  • 수영백 2015.04.14 08:26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한 은남표 후기, 고맙습니다^^

  • 수영팍 2015.04.14 10:56
    납살, 감심,,, 사기는 원문으로 보면 저런 단어나 표현들이 쏙쏙 들어와서 좋아효~~//
  • 수경 2015.04.14 14:21

    저 많은 문장 가운데 전 하필 젓갈과 삼투압만 강하게 남네요;; 젓갈이 된 장화홍련 새엄마도 문득 떠오르고,,,이건 뭐 사기랑 아무 상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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