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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데다 부실한 정리 죄송합니다 ㅠㅠ


  역사를 본다는 것은 코드화된 영토에서 무엇이 달아나고 재영토화되는지(들뢰즈)를 읽어내는 것이다. 유종주(양명의 해석을 따름)에게서 배웠던 황종희를 보기 위해선 그 이전의 큰 흐름인 주자, 양명, 이탁오 각자가 가진 문제의식, 과제는 무엇이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주자에게 과제는 당대의 지식 배치의 주축이었던 노장과 불교로부터 탈주하면서 어떻게 유有와 실實의 세계에 대해 존재론적인 설명을 해낼 것인가였다. 주희는 전 시대인 북송의 주돈이의 태극太極, 정호의 천리天理, 정이의 리일분수理一分殊, 장횡거의 기氣 개념을 집대성해 존재론을 정리한다. 천天은 理(원리, 법칙)이다. 이 리가 모든 개체에 본성性의 형태로 내재한다. 기氣의 운동으로 이루어진 물질적 존재이기도. 이렇게 존재를 설명한 유학자, 주자. 이것은 미조구치 유조의 표현대로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유학에 전혀 다른 눈이 생긴 것.

 이 존재론에서 윤리, 도덕법칙이 도출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의 악惡. 악은 보편적 코드로 설명되지 않는 욕망, 무의식, 제어할 수 없는, 미규정성, 신체성, 의식화되지 않은 여분의 무엇. 이것을 대면하는 것이 윤리의 문제다. 주자는 인간의 본성을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으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이 때, 기질의 차이로 인해 선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성리학의 태도는 “존천리存天理 거인욕去人慾”. 천리를 보존하고 수양을 통해서 인욕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자는 격물치지格物致知(격물치지를 통해 평천하까지 가는 대학의 구도)를 통해, 구체적으로는 독서라는 수양을 통해서 본래적 기질을 변화시킴으로서 누구나 聖人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이 때 인욕과 천리의 구분이 문제됨. 어디까지가 천리고 어디서부터 인욕인건데?) 시간이 지나고 주자‘학’으로 도그마가 된다. 과거에서 사서에 대한 주자의 독해를 외워 적기만 하면 될 뿐.

주자 사후 거의 300년이 지나 양명은 격물치지가 아니라 正心을 중요하게 말한다. 근대적 주체를 내면으로부터 입법하는 자라고 한다면, 입법주체로서 心 을 중시한다는 데서 양명을 근대의 연원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양명은 어떤 면에서 주자학의 연속은 아닐까? 성리학적 질서의 확대, 민중화가 아닌가? 라는 문제제기도 있음)

 이탁오, 황종희가 살았던 명말에서 청초시기에 이르면 상공업이 발달하고 지주층의 세력이 강해지고 향촌질서, 계급구조가 재편되는 등 물적 조건이 변화한다. 인간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은 이제 단순히 제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때 인욕人慾을, 또 공公과 사私라는 개념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미조구치 유조는 “이탁오 사후 명말 사상계는 욕망의 파악 방식 혹은 무선무악의 가부를 둘러싸고 한바탕 격렬한 쟁론이 전개되었는데, 특히 무선무악파와 반무선무악파의 대립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여기서 무선무악의 대표는 이탁오, 그에 대립하는 반무선무악은 동림파(황종희의 아버지 황존소는 동림파의 일원)로 둘 수 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 “이탁오와 동림파 사이의 대립은 무선무악인가 반무선무악인가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의 ‘멈출 수 없는 마음’의 대립, 즉 인간 본성을 강상윤리의 궤도상에 설정할 것인가, 아니면 그 한계를 떨쳐버리고 욕망을 포함한 진정(眞情) 속에서 인정할 것인가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맥락을 생각하면서, 황종희가 말하는 자사자리의 민을 입체적으로 그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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