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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훅 가버렸습니다ㅠㅠ 금요일이 오고, 토요일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ㅠㅠ 거의 후기나 다름없을 거 같지만 일단 기억을 더듬어 일주일 전 공부한 내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조별토론을 하면서 가장 궁금한 건 그래서 결국 고증학의 내용이 뭐냐는 본질적인 문제였습니다. 이걸 좀 알아야 책도 좀 갈피를 잡고 에세이도 쓰는데(!) 방법론이라는 얘기만 나오고 정작 그 저자들이 쓴 내용은 보질 않았으니 사서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ㅠ^ㅠ

서양의 렌즈로 굴절된 사유를 벗어나 중국을 어떻게 중국 안에서 볼 것인가를 고민한 미조구치 유조는 결과에서 원인을 소급하는 역사서술을 비판하면서 ‘사건’의 불연속을 말했습니다. 인과적 연속성을 중심으로 소급한다면 거기에 영향을 주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사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역사 속에서의 ‘사건’은 정작 우연적인 것, 여러 조건 속에서 솟아 올라 하나의 원인으로 소급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것을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일정한 인과관계로 환원해버리는 것입니다. 그 시대가 절대 보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음에도.

그렇다면 다시, 고증학이라는 건 무엇인가. 이 문제를 시대와 떼어놓고 지금 우리의 학문 분류로 바라본다면 안 될 것입니다. 서양의 범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동아시아 학문 담론상의 분류가 따로 존재했는데, 근대 서양의 범주만으로 그 시대의 학문을 본다면 분명 제대로 시대성을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또한 어떤 사상이 구성되는 배치에 있어서는 제도, 물질적 토대, 즉 비담론적 측면과 맞물리게 됩니다. 문학, 학문은 제도 안에서 시작하고 그래서 소설은 단순히 문학의 갈래가 아니라 제도라고도 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흔히 사상적으로 대립하고 있다고 알려진 주자와 양명도 사실은 300년의 간격이 있었고 그 시대마다 조건과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기에 담론적인 것만 두고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두꺼운 <만주족의 청제국>을 열심히 읽었나봅니다:D

고증학은 ‘한족의 지배라는 연속성’이 깨지는 청조에 발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말하면 이상합니다. 한족 지배라는 게 그렇게 연속적이었나? 그동안 중국대륙을 다녀간(?) 이민족들이 서운해 할 말씀. 차라리 주희와 양명보다는 양명과 청이 가까웠기 때문에 그런 양명을 옹호하고 주희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니었나?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윤리학을 생각할 때 피할 수 없는 존재론에 관해서 양명과 주희가 그렇게 달랐나? 하는 질문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주희는 존재론적인 문제에서는 성즉리를 말했고 현실적인 차원에 기가 개입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명은 성이 곧 리이고, 곧 마음이 리라고 말했고요. 이건 전체와 개체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 그렇게 다른가? 라고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명학과 주자학을 두고 대립적인 사상이라고 보고, 생각하고 그 생각이 지금에까지 미치는 건 그들을 취급하는 시대의 영향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결국 사상이라는 건 확실히 담론 하나만 두고 볼 수 없고, 당시 시대와 맞물려 형성되고 해석되는 생산물이라는 볼 수 있겠습니다.

고증학은 이민족의 지배 아래 한족 학자들이 반성(?) 차원에서 옛 문헌을 파고 들어가서 발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을 고려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청제국의 성립도 많은 영향을 주었겠지만, 고증학이 발달했던 시대를 다각도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말의 동림과 복사, 그리고 청대의 무시무시한 출판업과 찌라시 전쟁(?)을 보면 그 시대는 정말 정보와 자료가 넘쳐나고 그 많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는 시대였습니다. 넘치는 자료에 기반한 미디어의 생산은 정부와 학자들로 하여금 장서를 수집하고 문헌을 파고들고 사상을 검열하는 한편 민족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지요. 결국 단순히 만주족이 중국을 지배한 데서 온 반발과 반성이 다는 아니었다는 거. 무언가를 두고 말할 때는 한가지 원인으로 소급하지 말고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증학의 시대, 그리고 사상과 시대의 연관에 대해서 배웠습니다만, 여전히 고증학자들의 저작은 어떤 내용들인지는 모른다는 거=_= 황종희를 읽으면서 차차 알아갈 수 있겠죠?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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