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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이 전체 자연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모색할 때, 그것은 실체화하기는 어려우나 이 우주자연 전체를 떠나 인간의 삶을 말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자각에 기반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를 도에 맞게 실현한다는 것은 마치 일종의 당위에 자기자신을 꿰맞워야 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가령, 부자 관계의 예란 부모님 말씀에 반항하지 않는 것이란 식으로. 더 일반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사회적 규준이나 척도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덕성이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 -수영의 공통과제

 

   ‘라고 하는 것이 여기 이곳이라는 인간의 자리를 떠나 어디 초월적 지평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유학에서는 말합니다. 때문에 <중용>에서도 군신’ ‘부부’ ‘부자’ ‘형제’ ‘붕우관계에서의 도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실천적인 윤리이자 덕목이 됩니다. 물론 이것들은 무수한 인간관계의 도리를 대표하는 것일 테고, 이ᄀᆞᇀ은 측면이 유학이 오랫 동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삶의 원리로 작동하게 된 근본적인 동력일 테지요. 그런데, 자연의 질서나 운행원리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세목이나 예법 속으로 끌어오는 문제는 완전히 자연스러울 수만은 없는 법. 여기에는 온갖 욕망이나 힘 관계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거고, 문명화에 따라 습속이나 시스템으로 고착화되면서 所當然으로서의 권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겠지요. 우리는 주로 이같은 수영의 문제의식(은남 샘의 공통과제도 이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에 공감하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결국 장구한 유학사는 그 인간적인 잉여분들을 덜어내고 닦아내 인간 본연의 자리를 회복하는 문제를 둘러싼 탐구와 수행과 논쟁의 여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김태욱은 중국 사회에서 군주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고대 중국 군주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 논할 때 흔히 언급되는 내성외왕이란 개념이 고대 그리스의 철인왕이나 성인군주의 이미지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지고지대한 의미를 내포한다는 사실을 <중국사유>는 보여줍니다. 세계 운행의 축이 되고, 그 질서와 조화의 안배자로서의 역할을 지닌 존재가 중국 군주였던 것이죠. 물론, 그 위상은 19세기 말까지 큰 저항에 부딪치지 않고 유지되어 온 거고요. 한 마디로 거대한 중국 문화나 사유의 핵심에 이 같은 군주의 존재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고 했더니, 그걸로 에세이를 써보라는 압박이 들어와 살짝 당황하기도...^^

 

   <중용> 강독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주명리에 대한 짧고 임팩트 있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사주팔자란, 음양과 오행의 조합으로 주체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욕망의 회로이자, DNA와도 같은 것. 그런데 그 기본적인 코드에 엄청나게 많은 외부성, 즉 시시각각 변하는 시공간의 기운에다 무수한 타인의 삶의 리듬들이 끼어들면서 이는 한 순간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심신이나 인생이라는 것은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변화의 연속, 아니 변화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사주명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 신체에 각인된 원초적인 기질이나 무의식적인 코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의 원리를 통찰하고 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줄 아는 신체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주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도나 의지, 정서 등이 사실은 주체 이전 또는 이외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주체가 결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바라보게 해 줌으로써 우리가 그토록 놓아버리지 못하는 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주체로의 길을 열어 줄 거라고 채운 샘은 말씀하시네요.

 

   이처럼 우리는 나를 둘러싼 세계며, 심지어 내 몸과 마음조차도 내 의지며 뜻대로 움직여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학에선 은 늘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이 우주 기운의 은미함을 헤아리기 어렵고 그 변화무쌍함 속에 자기를 일치시킬 수 없으니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 영원히, 마땅히, 기필코 같은 말들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고 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실 터. ‘愼獨이 그토록 중요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겠죠.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해선 안 될 것이, ‘신독이 외부와 상관없이 고독하게 도덕적 준칙을 껴안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삼가면서 자신과 외부의 그 상호교섭을 부단히 응시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는 일, 어쩌면 이것 정도(?)가 인간의 몫이라고 <중용>에서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가 우리의 표상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또한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실천 윤리로 신중함을 넘어서는 것이 없다는 것이죠. 니체가 말하는 강자의 철학 또한 이같은 태도에서 멀지 않은 듯합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차원의 노력이 바로 신중함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이번 시간에 읽은 <중용> 내용 중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의 비근성과 항상성, 그리고 귀신에 대한 논의입니다. 셋은 다른 얘기인 듯하지만, 결국은 하나로 모아진다는 사실을 서서히 자득해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구절 한번 상기하고 마무리하도록 하지요.

 

군자는 자신의 처지를 바탕으로 그에 맞게 처신할 뿐이요, 처지 밖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부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 부귀에 맞게 처신하고 빈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 빈천에 맞게 처신하고, 이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 이적에 맞게 처신하며 환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 환난에 맞게 처신하니, 군자는 어디에고 들어가 자득하지 못할 데가 있다. -<중용>(이동환 역) 147p

 

   부귀나 빈천, 이적, 환난 이 모든 상황들은 내가 의도를 갖고 택하거나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닙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는 매번의 상황 속에서 그 상황에 적합한 시중의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상황에 어울리는 윤리들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만단 말이죠. 自得이라는 말은 모든 상황 속에서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중용>은 우주론이나 존재론에 대해 말하다가도 끊임없이 일상의 자리를 우리에게 환기시키고 있는데, 매사에 자득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어쩌면 유학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깊이 새기셔도 좋은 말한 구절인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 공지

- 읽어올 책 : <중용>의 마지막 장(279-359)

- 발제 : 혜원

- 간식 : 은남과 제리 샘

- 다함께 : 공통과제

 

   아시다시피 이번 주는 붓다 탄신 기념 휴강입니다. 오오~~ 복음!!!! 가뿐하게 휴가를 즐기시는 가운데, 앞으로 공부할 힘을 충전해 두면 되겟죠?^^. 글고, 다음 번에 읽을 텍스트가 서복관의 <중국인성론사>이라니 그것도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겠고요. 열흘 후에 뵈어요. 안녕.

 

 

  • jerry 2015.05.20 15:41

    반장님 몹시 홀가분해 보여요..결석을 하지 않고도 어딜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일까요?

  • 하동 2015.05.21 07:03
    기쁘다 붓다 오셨네~~^^ 암만, 다시 오지 않을 이 푸른른 날들을 즐겨야지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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