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나 시간에는 평소보다 더 수줍고 기가 죽어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재주도 없고 성의도 없고 내용도 없고 뭣도 없는 글을 발표하기가 너무 싫고 무서웠습니다.
솔직하게, 그냥 '얼마나 까이게 될까......' 이 생각, 이 걱정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심도 제 밥통만큼, 고기대장의 식성대로 와구와구 먹지도 못했습니다. (이게 좀 아쉽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웬걸
글보다도 더 까인건 제 생활이었습니다.
걸어라, 베껴써라, 생각하고 대답해라, 일찍와라, 뜯지마라 끊어라 ㅁ오ㅓㅋㅌㅍㄴㄹ
부끄러운 시간이 이상한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글이 이상하면 글을 혼내지 왜 내 생활을 지적하시나.....
거기다 연속으로 받은 충격은 수환선배님의 편지
한유에게서 꼭 필요한 기운을 받았다니, 덜덜덜
기운을 느낀 것도 아니고, 받은거라면 그 기운이 수환이선배님의 기운이 되었다는 말씀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간 내가 생각해 온 글쓰기, 책읽기와는 뭐가 달라도 한참 달랐습니다.
나에게 책읽기는 감상 이상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그대로 느끼는 정도.
그래서 글쓴이는 글쓴이고 읽은 나는 읽은 나, 이렇게 각각의 존재가 따로 놀 뿐이었던거같습니다.
마음의 일시적인 감정변화를 넘어 내 몸이 변하고 기운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이런 건 경험해 본적도 없고 시도하려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중략)
글이 바로 글쓴이라는 말이 뭔지 한유글읽을때는 잘 와닿지 않던데 오히려 이번 세미나시간에 더 실감한거같습니다.
유종원을 읽으면서는 유종원의 몸과 나의 몸, 유종원의 기운과 나의 기운이 맞닿을수 있게되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벽없이 의심없이 나를 유종원이에게 맡겨봐야겠습니다
생활이 바뀌어야 몸과 기운이 바뀌는건지, 몸과 기운이 바뀌어야 생활이 바뀌는건지는 헷갈리고 어려운데 아무튼 선생님들께서 시키시는 것부터 해나가보겠습니다 떳떳한거까지는 어렵겠지만, 덜 부끄러운 내가 되면 덜 부끄러운 글이 써지겠죠. 차차 변해가는 모습부터보여드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