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이동에는 무엇보다 능동적인 면이 있다. 유럽에서 미 대륙으로 향하는 배로 대서양을 건넜던 인간들의 거대한 물살은 오로지 유럽과 억압적인 유럽의 생활 방식에 대한 역겨움의 조류만 타고 흐른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역겨움은 이주의 주된 동기였고, 여전히 지금도 주된 동기다. 하지만 역겨움조차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따금 인간은 어떤 종류의 지배에서도 벗어나고 싶은 광기를 느끼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실제로 구교가 주인이었다. 교회와 정통 귀족에게 기독교의 이상을 실현할 책임이 있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임이 있었다.

지배, 왕권, 부권(父權)은 르네상스 시대에 그 힘을 잃었다.

  그리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거대한 이동이 시작된 순간이 바로 이 때였다. 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떠나고자 했을까? 해묵은 유럽의 권위로부터? 사람들은 권위의 굴레를 깨부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절대적인 제약이 없는 새로운 곳으로 도망치려 했던 걸까? 어쩌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자유란 언제나 좋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인 없이 살 수 없다. 주인은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주인에게 기꺼이 복종하며 살거나 자신이 무너뜨리고자 하는 주인에 대한 저항으로 마찰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미국에서는 이 마찰을 일으키는 저항의식이 바로 필수 요인이다. 이 저항의식은 양키들에게 발길질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좀 더 노예근성에 젖은 유럽인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고 오로지 이들만이 미국에서 순종적인 노동 계급이 되었다. 충실한 복종은 결코 첫 세대를 넘어 지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 너머 유럽에는 오래 된 주인이 앉아있다. 마치 부모처럼. 모든 미국인들의 심장 저 깊은 곳에는 유럽이라는 오래 된 부모에 대한 반항심이 깔려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직 그들이 유럽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로인해 미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디게, 부글거리며 차오르는 저항의식에 대한 인내심. 오래 된 주인인 유럽에 대한 더디게, 부글거리며 차오르는 부식성의 복종, 내키지 않는 주체, 부단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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