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니스(Berenice)에서는 한 남자가 자기 연인의 무덤에 가서 시신에서 서른 두 개의 작고 하얀 치아를 뽑아내 가지고 간 상자에 넣어가지고 나온다. 역겨우면서도 흡족할 만한 행위다. 치아는 물어뜯는 도구이자, 저항의 도구이며 적대감의 도구이다. 치아는 종종 대항의 상징, 즉 으깨고 파괴하는 작은 도구 혹은 그런 실체로 그려진다. 신화에 용의 이빨이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또 베레니스 속의 남자가 더 이상 축소할 수 없는 연인의 일부를 소유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모든 치아는 정신이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치아들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신랄한 증오를 드러내는 작은 고정관념이다.

  이런 소설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또 다른 훌륭한 소설이 어셔 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이다. 이 소설은 남매 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자아가 붕괴되고 타자성(他者性)을 인식하는 신비로움이 실패로 돌아가면, 연인을 동일시하려는 갈망은 욕정이 되어버린다. 근친상간 문제의 밑바닥에는 바로 이런 동일시, 즉 완전한 융합에 대한 갈망이 깔려 있다. 정신분석으로 거의 모든 마음의 병을 추적하면 결국 근친상간의 욕망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근친상간의 욕망은 아무런 저항 없이, 정신적 신경의 가장 강렬한 진동에서 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인간들이 애써 찾는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가족 안에서는 자연적인 진동이 거의 합일의 상태와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에게는 더 큰 저항감이 생긴다. 근친상간은 만족감을 얻고 저항감을 피하는 행위이다.

  모든 악의 뿌리에는 우리가 이런 정신적 만족감, 이런 흐름, 이런 분명한 삶의 고조감, 이런 앎, 이런 각양각색의 녹음, 초원의 모든 풀들이 무지갯빛을 발산하며 황홀한 기분을 선사하는 그런 녹음이 우거진 골짜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런 마음을 원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마음이 우리 안에 있는 악의 뿌리이다.

  우리는 저항에 부딪히기를,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에 부딪히기를 기도해야 한다. 우리는 끝내 갈망을 누그러뜨리기를 결심해야 한다.

  어셔 가의 몰락의 중심 생각은 베랑제(Beranger: 프랑스의 시인이자 샹송 작사가-번역자 주)가 지은 두 줄의 시구에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심장은 걸어 둔 류트

                                      닿기만 해도 소리가 울려 퍼지네.

                                     *류트(만돌린과 모양이 비슷한16세기의 현악기-번역자 주)


  우리는 포의 다소 지나치고 저속한 환상의 모든 장신구들을 걸치고 있다. ‘나는 저택 근처의 잔잔하게 반짝이는 검붉은 늪으로 말을 몰고 가 가파른 물가에서 잿빛 풀들과 섬뜩한 나무 기둥, 텅 빈 눈동자 같은 저택의 창문이 거꾸로 재구성되어 물 위에 비치는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그러나 전보다 더 오싹한 전율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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