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p.75~6

 

 

  하지만 그녀는 그리 쉽게 분석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 그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의 눈을 묘사하며 포는 이렇게 썼다. ‘분명히, 그녀의 눈은 우리 인간 종의 일반적인 눈보다 훨씬 컸다.’ - 마치 누군가가 그 누구보다도 ‘훨씬 큰’ 눈을 원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녀의 눈망울은 누르야하드 계곡 부족의 가젤 눈망울보다 더 컸다.’ -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눈동자의 빛깔은 가장 영롱한 검은색이었고, 그 위로 길고 긴 흑옥빛의 속눈썹이 드리워져 있었다.’ - 채찍을 떠올리게 한다. ‘다소 고르지 않은 눈썹 역시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눈 속에서 찾아낸 “낯설음”은 모양이나 색 혹은 특징적인 생김새와는 다르게 구분되는 본질적인 것으로, “인상” 때문이라 할 것이다.’ - 마치 고양이를 해부하는 해부학자와 같다.

 

  아, 무의미한 말들이여! 이처럼 광대한 소리들 뒤로 우리는 정신적인 면에 대한 엄청난 무지를 공고히 한다. 리지아의 눈에 담긴 표정!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이를 숙고했는가! 이를 헤아리기 위해 얼마나 긴 한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는가! 내 연인의 눈동자 깊숙이 잠겨있는 그것, 데모크리토스의 우물보다 더 심원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를 캐내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인간이 어째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이는지 그 이유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그것을 죽이는 일이다. 무언가 만족스럽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죽여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갈망하는 의식, 즉 영혼은 흡혈귀다.

인간은 그가 가깝게 사귀는 이가 누구이든 그에 대해 충분히 알고자 하는 흥미와 충실히 탐구할 지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녀에 대해서든, 그에 대해서든.

  하지만 어떤 살아있는 존재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로부터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일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성스러운 본능은 인간에게 그녀를 알려지지 않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당신은 자신의 여자를 어렴풋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녀를 정신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그녀를 죽이려는 것과 다름없다. 오 여자여, 당신이 누군지 캐내려는 남자를 조심하라. 그리고 남성이여,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을 알고자 하거나 당신을 손에 넣으려는 여인을 훨씬 더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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