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장소의 혼

우리는 낡은 미국 고전을 어린애들 책쯤으로 치부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유치한 것일 뿐. 옛 미국 문학적 서술(art-speech)에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아메리카대륙만의 독특함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어린애들 이야기로 읽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3, 4세기 혹은 그 후 로마 최고 엘리트들이 루크레티우스, 아풀레이우스나 테르툴리아누스,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타나시우스의 낯선 언급들을 어떻게 이해했을지 궁금해 한다. 고대 로마인이라면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의 기묘한 목소리, 고대 카르타고의 기이함, 리비아와 북아프리카의 정열과 같은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장담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포우나 호손에서 고대 유럽적 추론을 읽어내듯이 그들은 이들에서 고대 라틴적 추론을 읽어낸다.

새로운 목소리를 듣는 일은 미지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 우리는 듣지 않을 뿐이다. 옛 미국 고전에는 새로운 목소리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에 귀 기울이기를 거부하고 어린애들 이야기에 대해서 주절거린다.

왜? 두렵기 때문. 세상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한다. 새로운 경험은 대단히 많은 옛 경험들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이전에 쓰지 않았거나 나이 들면서 경직되어버린 근육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끔찍하게 아픈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생각이든 제쳐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새로운 경험은 제쳐놓을 수 없다. 재빨리 피할 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회피의 명수들이며 미국인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기피하므로.

옛 미국 문학에는 감정이 메마르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현대미국문학보다 훨씬 많은 새로운 감정이 있다. 옛 미국고전에는 ‘색다른’ 감정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된 정신으로부터 새로운 무언가로의 전이轉移, 즉 변위變位이다. 그리고 변위는 상처를 낸다. 그 상처.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마치 잘린 손가락이라도 되듯 싸매려고 한다. 붕대를 칭칭 감는 것이다.

이것은 절단이기도 하다. 오래된 정서와 정신일랑 잘라버려라. 무엇이 남았냐고 묻지도 말라.

문학적 서술이 유일한 진리이다. 예술가는 대개 저주받은 거짓말쟁이지만, 그러나 그의 예술은, 만약 그것이 예술이라면 당대의 진리를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문제다. 영원한 진리 따위 집어 치워라. 진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니, 어제의 놀라운 플라톤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는 대체로 헛소리로 들린다.

옛 미국 작가들은 구제불능의 거짓말쟁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술가들이었다. 지금 작가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주홍 글씨>를 읽을 때 당신이 호손이라는 감미로운 파란 눈의 사랑스러운 작가가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거짓이라고 고백해야 했던 것을 받아들이든 말든, 혹은 당신이 그의 문학적 서술의 흠잡을 데 없음을 읽어내든 말든 당신은 스스로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문학적 기술이 몹시 얼버무린다는 것, 즉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술은 거짓의 패턴으로부터 진리를 직조한다. 예수처럼 굴면서도 가장 솔직하게 시종일관 소악마적인 자신을 드러냈던 도스토옙스키처럼.

진실로 예술은 일종의 속임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원한다면 속임수를 간파할 수 있다. 예술은 두 가지 훌륭한 기능이 있다. 첫 째, 예술은 정서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면, 예술은 실질적 진리의 보고가 될 것이다. 우리들에게 감정은 “지겹게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후세에 영향을 줄 지 안 줄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영향을 끼치는 진리, 실제적 진리를 감히 캐내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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