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는 모든 식물에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모든 물질에는 일종의 감각이 존재한다. 확실히 그들 모두는 섬세하고 복잡한 진동의 긴장상태 속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들은 접촉에 상관없이 외부 사물에 영향을 미치고,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포는 이러한 진동 혹은 무기적 의식, 수면-의식의 달인이다. 따라서 로드릭 어셔는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 즉 저택의 석벽, 곰팡이, 호수의 물, 거기에 선명히 반사된 전경이 어셔 가문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합일을 이루고 있었다고, 말하자면 어떤 분위기, 어셔가 사람들만이 숨 쉴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로 녹아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어셔가의 운명을 주조한 것도 그 분위기였다.

그러나 영혼이 살아있는 한 영혼은 주조할 뿐 주조 되지 않는다. 돌, 저택, 산, 대지에 구석구석 스며들어 그들이 가장 섬세한 형태를 갖도록 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영혼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로드릭이 갖고 있는 연결고리는 오직 여동생 마들라인 뿐이었다. 그녀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인 신경증과 강직증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었다. 남매는 열정적으로 서로를, 서로만을 사랑했다. 그들은 쌍둥이였고, 겉모습이 거의 구분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다. 그들 사이의 사랑은 서로 동일하게 빠져드는 사랑이었으며, 그 신경적 진동이 일치하는 과정인 사랑은 점점 더 많은 극도의 고양감과 일종의 의식을 야기했고, 그리고 조금씩 무너져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낳았다. 극도로 예민한 로저는 여동생 마들라인과 저항감 없이 진동했고, 점점 더 치밀하게, 그리고 서서히 그녀를 집어 삼켰으며, 그의 극단적인 사랑의 고통 속에서 마치 흡혈귀처럼 그녀의 생명을 빨아 마셨다. 그리고 그녀도 마셔지길 원했다.

마들라인은 죽었고, 그녀의 오빠에 의해 지하묘지에 옮겨졌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않았다. 그녀의 오빠는 광기,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죄의식이라는 광기 속에서 배회했다. 여드레 후에 그들은 갑자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에 놀랐는데, 그 소리는 낮은 금속성의, 그리고 쨍그랑거리지만 확실히 나지막한 잔향이었다. 그때 로드릭 어셔는 횡설수설하며 고백했다. ‘우리는 그녀를 산채로 묻었어! 자네에게 내 감각이 예민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야 말하지만 나는 처음 그녀가 공허한 관 속에서 움직이는 미약한 소리를 들었네. 오래전부터, 나는 오래전부터 그 소리를 들었어. 하지만 나는 차마,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이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그가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라는 그 오래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그녀를 죽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녀가 마치 리지아처럼 원치 않은 채로 결코 충족되지 못한 채로 마침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오빠 앞에서 되살아났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어셔가의 처녀 마들라인의 형상이 수의에 싸인 채 우뚝 서 있었다. 하얀 수의에는 피가 선연했고, 격렬하게 저항한 흔적이 그녀의 메마른 몸 사방에 어려있었다. 한동안 그녀는 문가에서 떨고 앞뒤로 비틀거리다가 갑자기 신음섞인 울부짖음과 함께 안쪽에 있던 그녀의 오빠 위로 무겁게 쓰러졌다. 그러면서 그녀는 강렬한, 이제는 마지막인 죽음의 고통 속에서 그를 바닥으로 떠밀었고, 그는 한 구의 시체가, 그가 예감했던 공포의 희생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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